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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북이 인정한 역사상 가장 성공한 가상 밴드

[장르의 개척자들] 고릴라즈(Gorillaz)

2024.05.30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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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밴드(Virtual Band)’ 혹은 가상 음악가라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나름 오래된 작업 방식이다.

만화영화 속 노래 부르는 등장인물을 시작으로 점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가상 뮤지션들의 형태는 보다 정교하고 견고하게 구축되어 갔다. 

캐릭터 혹은 가상 아바타로 구성된 가상 밴드는 실제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앨범의 아트웍과 비디오 클립, 심지어는 무대 위까지, 시각적 요소를 다루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들은 자신의 세계관 속에서 노래의 창조자이자 연주자로서 인정받고 있으며 팬들 또한 실제 존재의 여부와 상관없이 이들을 추종한다. 

가상 밴드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80년대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가서는 노래 부르는 다람쥐들인 ‘앨빈과 슈퍼 밴드(칩멍크)’가 있고, 일본의 경우 애니메이션 <마크로스>에 등장하는 ‘린 민메이’가 있었다. 이후에는 가상 아이돌 보컬로이드 가수 ‘하츠네 미쿠’, 그리고 한국의 대표 사이버 가수 ‘아담’의 사례가 있기도 하다. 

가상 밴드라는 용어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고릴라즈’를 통해 대중화됐다. 고릴라즈는 보컬 건반의 2-D, 베이스의 머독 니칼스, 기타 및 보컬의 누들, 그리고 드럼의 러셀 홉스의 4인조로 구성되어 있다. 

당연히 이들은 모두 만화 캐릭터이며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음반들을 발표하면서 단순히 가상 밴드로써의 특이함을 넘어서는 팬덤을 구축해내며 주요 페스티벌의 메인 무대를 서기도 했다.

이 가상의 세계 뒤에는 실제 아티스트들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고릴라즈라는 프로젝트는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브릿팝 밴드 블러의 보컬 데이먼 알반, 그리고 <탱크걸>의 원작자인 만화가 제이미 휴렛이 그 주인공이다. 

이 둘은 런던의 같은 아파트에서 거주하다가 우연히 MTV를 보고는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제이미 휴렛은 <탱크걸>에서부터 유지되던 삐딱하고 어두운, 하지만 유머러스한 캐릭터들을 완성했고 데이먼 알반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런던과 자마이카를 오가며 녹음을 이어갔다. 

고릴라즈(이미지=공식 홈페이지 https://www.gorillaz.com)
고릴라즈(이미지=공식 홈페이지 https://www.gorillaz.com)

데이먼 알반은 블러에서 하지 않았던 것들을 고릴라즈를 통해 마음껏 시도했다. 블러 시절의 브릿팝은 물론 힙합, 전자음악, 그리고 덥과 라틴, 펑크와 월드뮤직을 포함한 다양한 스타일을 탐구해갔다. 

그리고 그렇게 발매된 2001년도 데뷔 앨범 <Gorillaz>는 싱글 ‘Clint Eastwood’의 성공으로 인해 유럽 등지에서 플래티넘을 달성했다.

이 데뷔 앨범의 경우 힙합 프로듀서 댄 디 오토메이터가 개입하고 있었는데 그는 비슷한 시기 델트론 3030이라는 서기 3030년을 배경으로 한 가상의 컨셉 앨범을 만들면서 데이먼 알반을 피쳐링시켰던 적이 있었다. 

데이먼 알반 또한 댄 디 오토메이터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델트론 3030에서 작업했던 델 다 훵키 호모사피엔과 DJ 키드 코알라를 고릴라즈의 프로젝트로 합류시켜낸다.

고릴라즈의 데뷔 앨범에는 그 밖에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이브라힘 페레르, 토킹 헤즈와 톰톰 클럽의 티나 웨이모스, 그리고 가상 캐릭터 누들과 이미지가 겹치는 시보 마토의 미호 핫토리 등이 함께했다. 

이처럼 다양한 게스트진을 포괄해내는 형식은 이후에도 고릴라즈라는 프로젝트의 어떤 특징처럼 굳어진다.

고릴라즈의 데뷔 앨범 투어 당시에는 공연에서 애니메이션 밴드 멤버들이 거대한 스크린으로 전면에 등장하고 실제 곡을 연주하는 밴드는 그 뒤에 위치하면서 관객들에게 보이지 않는 상태로 공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멘트를 할 때는 성우들이 마치 더빙하듯 청중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데이먼 알반은 이후 인터뷰에서 스크린 뒤에서 연주하는 것이 몹시 어려웠고 이상한 경험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고릴라즈의 두 번째 정규 앨범 <Demon Days>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까지 성공하면서 비교적 드문 포맷인 가상 밴드로서의 입지를 굳혀 나갔다. 

당시 제이지의 리믹스 앨범으로 한창 이목을 집중시켰던 프로듀서 데인저 마우스가 이전 작에서의 댄 디 오토메이터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보다 팝적인 감각을 장착하게 됐다. 

브레익 비트와 소울, 라틴의 요소들을 적절히 분배해 나가는 와중 특히 드 라 소울이 피쳐링한 곡 ‘Feel Good Inc.’가 빌보드 얼터너티브 송 차트 8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아이팟 광고에 삽입되면서 앨범의 성공을 견인한다. 

그리고 <Demon Days>의 투어때부터는 캐릭터 뒤에서 공연했던 데이먼 알반을 비롯한 실제 밴드 멤버들이 무대 앞으로 나온다. 

특히 따로 영상으로도 공개됐던 <Demon Days> 투어의 맨체스터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공연에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까지 무대 위로 올려내면서 풍성한 음향을 구현해냈다. 

화면의 캐릭터의 입과 밴드가 싱크하는 것이 다소 복잡해 보이기는 했지만 무리 없이 공연이 진행됐고 고릴라즈의 공연은 청각적으로는 물론 시각적으로도 항상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있었다. 

환경 보호를 테마로 한 세 번째 앨범 <Plastic Beach>의 경우 신스팝의 요소들과 크라우트 록 풍의 전개들이 보다 급진적인 인상을 줬으며, <Plastic Beach>의 투어 당시 도로에서 녹음된 앨범 <The Fall> 또한 같은 해 말에 발매했다.

2015년에는 10년 넘게 캐릭터 러셀 홉스의 목소리를 담당했던 레미 카바카 주니어가 밴드의 영구적인 멤버로 자리매김했다. 

7년 만에 발표한 앨범 <Humanz>에서도 빈스 스테이플스, 그레이스 존스, 대니 브라운 등을 피쳐링 시키고 노엘 갤러거를 작곡에 참여시켰으며, 이듬해 발표한 <The Now Now>의 경우 참여진을 대폭 줄이면서 데이먼 알반 중심으로 작업됐다. 

앨범 커버에도 데이먼 알반의 캐릭터라 볼 수 있는 2-D 혼자 기타를 연주하는 형태로 구성해 놓기도 했다. 

참고로 고릴라즈는 2017년 무렵 페스티벌을 통해 국내에 내한 공연을 다녀갔다. 작년에도 썬더캣 스티비 닉스, 배드 버니 등의 쟁쟁한 참여진을 앞세운 <Cracker Island>를 발표하면서 고릴라즈는 여전히 롱런 중이다.

고릴라즈가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고릴라즈의 영화화 계획이 잠시 계획되기도 했지만 결국 데이먼 알반과 제이미 휴렛이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지면서 무산시켜버렸다. 

이들이 캐릭터 뒤에 서서 전면에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는 만큼 이들이 어디까지 노출하고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느냐가 가상 밴드로서 꽤나 중요한 부분이기는 했다. 

사실 가상 밴드라는 시스템 자체가 어찌 보면 프로듀서 아래 기획되어 일종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듯 보이는 작금의 아이돌 산업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고릴라즈의 경우 앞에서는 제이미 휴렛이 비주얼 적인 부분들을 다뤄내는 동안 뒤에서는 데이먼 알반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우는 한편 상상력을 키워 나가면서 폭넓은 방식으로 창작활동에 몰두하게 된다. 그로 인하여 다채로운 사운드와 광범위한 아티스트들과의 공동 작업이 이뤄지게 됐다. 

생각해보면 의외로 고릴라즈가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 블러와 비교하는 식의 반응은 거의 없었고 데이먼 알반의 솔로 프로젝트라는 이미지 또한 없었는데 돌아보면 이것이 오히려 이득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데이먼 알반의 정체를 가리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배경이나 편견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순수하게 음악을 감상하게끔 유도해 내는 역할을 했다. 

다양한 음악들이 장난스럽게 섞여 있었고 데이먼 알반의 개인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도 블러 때와는 또 다르게 의욕으로 가득 차 있어 보였다. 

참고로 고릴라즈 데뷔 이후 블러는 앨범 한 장을 더 내놓고 휴지기에 들어갔고 블러의 또 다른 멤버 그레이엄 콕슨 또한 인디와 포크 풍의 앨범들을 꾸준히 발매해갔다. 

이후에는 블러가 다시 뭉치면서 데이먼 알반은 고릴라즈, 블러, 심지어는 자신 명의의 솔로 앨범 활동까지 병행해내며 복잡한 일정을 전개해 나간다.

음악 비즈니스에서 가상의 캐릭터로 운영되는 세계관으로 고릴라즈 정도까지 와본 프로젝트는 아직 없을 것이다. 때문에 그러한 내용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곡이든 놀라운 그루브를 장착하고 있는 이들의 음악에는 쾌활함과 어둠을 겸비한 독특한 세계관이 있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고릴라즈의 첫 앨범은 새로운 21세기가 막 도래했을 당시 출시됐는데, 당시에는 정말로 21세기에는 이런 새로운 컨셉들이 더 많이 쏟아지겠거니 하는 순진한 기대감 같은 것이 증폭되기도 했던 것 같다. 

조금만 더 과장해보면 정말로 새로운 천년이 열리고 있는 중이라는 착각을 고릴라즈의 출현을 통해 체감했다.

☞ 추천 음반

◆ Gorillaz (2001 / Parlophone, Virgin)

고릴라즈가 공연할 때 가장 큰 호응을 얻어내는 레퍼토리인 ‘Clint Eastwood’, 각종 CM에 활용되면서 인기를 끌었던 ‘19-2000’, 익숙한 트럼펫 샘플링의 ‘Rock the House’, 낮은 브레익비트와 키드 코알라의 스크래치가 불을 뿜는 ‘Sound Check(Gravity)’ 등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들이 이미 친숙하다. 

가상 밴드의 가능성을 확장시킨 위대한 첫 발자국으로 2021년에는 앨범 발매 20주년 기념 박스세트 또한 발매됐다.

한상철

◆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다수의 일간지 및 월간지, 인터넷 포털에 음악 및 영화 관련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 파스텔 뮤직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 라이센스 음반 해설지들을 작성해왔다. TBS eFM의 < On the Pulse > 음악 작가, 그리고 SBS 파워 FM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록밴드 ‘불싸조’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samsic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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