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12년이 지났다. 재해의 상흔은 많이 아물었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적잖이 남아 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도 그 중 하나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기로 하면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 모습은 마트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오랜만에 어머니와 함께 장을 보러 갔는데, 소금 매대가 텅 비어 있는 게 아닌가. 한 곳을 더 가 보았는데 그곳도 마찬가지였다. 소금 사재기 현상을 직접 목격하고 나니 별 생각이 없었던 나도 괜스레 소금을 사둬야 하나 하는 걱정이 생겼다.
비단 소금뿐 아니라 수산물 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국민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수산물 소비가 심각하게 침체될 게 불 보듯 뻔하다. 투명한 정보 공개,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야말로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길이다. 이런 점에서 해양수산부가 ‘국민신청 방사능 분석사업’을 개시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국민이 불안감을 느끼는 사안과 관련해 정부와 국민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정책 채널을 새롭게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신청 방사능 분석사업은 쉽게 말해 국민이 요청한 수산물에 대해 해수부가 직접 방사능 검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다. 과정도 대단히 간단하다. ‘국민신청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게시판’(https://seafoodsafety.kr/)에 접속해 회원가입을 한 후, 지역과 수산물을 골라 신청하면 된다.
수산물 방사능 검사는 국민 누구나 주 1회 신청할 수 있다. 물론 검사 요청이 들어온 모든 품목을 다 검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신청이 많이 접수된 품목을 10개 내외로 선정해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에는 약 1~2주 가량이 소요되고, 그 결과는 ‘검사 결과 공개’ 게시판에서 열람할 수 있다. 만약 검사 결과를 메일로 받아보고 싶으면 메일링 신청을 하면 된다.
6월 1주차에 실시한 수산 방사능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세슘과 요오드는 각각 시료 1kg당 100Bq 이하로 검출돼야 적합 판정을 받는다. 세슘의 경우 일반적으로 ‘1kg당 370Bq 이하’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데, 조금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시료를 언제 어디서 구했는지 자세히 적어 놓은 점도 눈에 띄었다.
검사 결과를 보고 나니 수산물을 살 때 확실히 이전보다 안심이 되었다. 다시 마트에 갔을 때 마침 국산 바지락과 백합을 할인하고 있길래 사와서 조개술찜을 만들어 먹었다.
우리나라는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가다. 게다가 지리적으로 일본과도 인접해 있다. 오염수 방류에 국민이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민신청 방사능 분석사업’은 국민적인 우려를 불식시키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 보완할 점도 여럿 보인다. 먼저 검사 항목을 늘릴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세슘과 요오드만 검사 항목에 들어 있다. 이들 핵종이 미량 검출되더라도 스트론듐과 플루토늄 2가지에 대해서만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다 다양한 항목에 대한 검사 결과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검사 결과 공개까지 걸리는 시간도 단축해야 한다. 지금까지 공개된 검사 결과를 살펴보면 검사부터 결과 공표까지 약 1~2주 가량이 소요됐다. 물론 시료 채취부터 검사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1~2주 전에 잡힌 수산물과 지금 내가 시장에서 소비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수산물은 엄연히 다르다.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만큼 검사 역량을 확충해 조금 더 신속한 정보 전달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