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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이 만든 건강한 빵 지역 입맛 사로잡았어요”

[인터뷰]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소울베이커리’ 김혜정 원장

2024.07.10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K-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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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베이커리 김혜정 원장이 발달장애 근로자들이 만든 쌀케이크를 들고 있다. 고양시 쌀로 만든 이 케이크는 17년째 고양시민에게 출산 선물로 배달되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소울베이커리 김혜정 원장이 발달장애 근로자들이 만든 쌀케이크를 들고 있다. 고양시 쌀로 만든 이 케이크는 17년째 고양시민에게 출산 선물로 배달되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소울베이커리’ 김혜정 원장

콧속을 간질이는 고소한 빵 냄새가 이른 아침의 고요를 깨웠다. 경기 고양시 외곽에 자리한 자그만 빵 공장. 4층짜리 건물은 새벽 5시부터 환하게 불을 밝혔다. 생산부터 포장, 출하까지 모든 작업을 정오 전에 마치기 위해선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그럼에도 일꾼들의 얼굴에선 피곤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취재진을 보고 먼저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에도 힘이 넘쳤다. 게다가 대부분의 공정은 기계가 아닌 일꾼의 손길을 거쳐 이뤄지고 있었다. 반죽을 정확한 양으로 계량한 뒤 동그랗게 모양을 빚고, 완성된 빵을 포장지에 차곡차곡 담는 일까지 모든 것이 오차 없이 척척 진행됐다. 근로장애인은 느리고 서툴 것이란 선입견은 일순 무너졌다. ‘소울베이커리’ 홍순안 국장은 “생산직 직원 절반 이상이 10년 이상 장기근속한 숙련자들이다. 40대 최고령 근로자는 이곳에서만 20년을 일했다”고 귀띔했다.

소울베이커리는 발달장애 근로자들이 일하는 근로사업장이다. 이는 중증장애인에게 보호고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직업재활시설을 말한다. 이곳에는 지적장애·자폐성장애인 근로자 30여 명과 비장애인 근로자 18명이 함께 일한다. 하루에 만드는 빵은 적게는 4000개에서 많게는 1만 개, 그 종류만 40가지가 넘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케이크다. 고양시에서 출산가정에 제공하는 출산 축하 케이크가 바로 이곳에서 생산된다. 2007년부터 시작해 17년째다. 고양시 쌀과 친환경·유기농 재료로만 만든 케이크는 산모 건강에도 좋아 인기가 많다. 근로장애인이 만든 제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도 늘었다.

소울베이커리는 1997년 갈 곳 없는 발달장애인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온 ‘애덕의집 보호작업장’으로 문을 열었다. 그후로 이곳은 27년간 근로장애인의 일터이자 삶터가 됐다. 1999년부터 소울베이커리를 이끌어온 김혜정 원장은 “맛있고 건강한 빵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발달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불량률이 높더라도 모든 공정에 근로장애인을 참여시키고 장기근속자에게는 해외연수 기회를 주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이유다. 그간 이곳을 거쳐간 장애인만 6000여 명. 발달장애 근로자들은 지역사회에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일꾼으로 거듭나는 것은 물론 노숙인들에게 빵을 선물하는 등 나눔활동까지 함께한다. 김 원장은 “장애인은 수혜 대상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소울베이커리에서는 그들이 주체가 된다”고 힘줘 말했다.

발달장애 근로자 30여 명이 일하는 소울베이커리에서는 불량률이 높더라도 모든 공정에 근로장애인을 참여시킨다. 사진 C영상미디어
발달장애 근로자 30여 명이 일하는 소울베이커리에서는 불량률이 높더라도 모든 공정에 근로장애인을 참여시킨다. 사진 C영상미디어

장애인이 먹을 쿠키를 만든 것이 소울베이커리의 시작이었다고요.

애덕의집은 연고가 없는 발달장애인이 모여 생활하는 곳이에요. 수십 년 전 이곳에서 영양사로 일하던 수녀님이 그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우리밀로 쿠키를 만들었죠. 마침 장애인의 직업훈련을 장려하는 정책들이 시행되기 시작하던 때였어요. 수녀님들이 우리도 그런 작업장을 만들어보자며 발달장애인이 직접 쿠키를 굽도록 도왔어요. 그러다 더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근처에 땅을 사 보호작업장을 꾸린 것이 소울베이커리가 됐죠. 작업장이 도심 외곽에 위치한 데다 당시엔 판매처도 없으니 어쩌겠어요. 그냥 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팔았죠. 인근 공동묘지에 성묘 오는 이들이 주 고객이었습니다.

지금은 메뉴도 많고 고정 거래처도 생겼죠. ‘건강한 빵’으로 유명해요.

빵은 유통기한이 짧아 고정 거래처 없이 생산하기엔 위험성이 커요. 그때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에서 고정 구매를 해줄 테니 우리 밀로 빵을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더군요. 당시만 해도 우리 밀 빵이 많지 않았어요. 수입 밀과 성질이 달라 빵을 만드는 게 쉽지 않거든요. 수녀님들의 노력으로 우리 밀 빵을 만드는 데 성공했어요. 유혹도 있었죠. 우리 밀 파동 때 수입밀로 바꿔보라는 주변의 권유도 있었고 유화제 같은 첨가물을 써서 기술이 부족한 근로장애인이 좀더 쉽게 빵을 만들 수 있게 하면 어떠냐는 의견도 나왔고요. 하지만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원칙을 고수했고 그 덕에 지금껏 찾아주는 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생협, 친환경급식단체 등과 꾸준히 거래하고 있어요.

쌀케이크는 고양시 출산 축하 선물로 17년째 배달되고 있죠.

“고양시는 쌀이 많이 재배되니 쌀로 케이크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고양시의 제안으로 시작했어요. 특허까지 받아 기술을 개발했는데 초기엔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케이크 대신 기저귀를 줘라’, ‘빵 말고 현금을 달라’는 사람들이 많았죠. 출산 축하 선물로 케이크를 주는 지방자치단체가 없었거든요. 쌀케이크마저 익숙지 않았던 때라 케이크가 부드럽지 않다거나 까끌까끌하다는 등 불만도 있었죠. 무엇보다 “왜 발달장애인에게만 일감을 주냐”, “장애인이 만든 걸 어떻게 믿고 먹냐”는 말이 뼈아팠습니다. 그럼에도 고양시에서는 장애인 고용창출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사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줬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가치소비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도 커지면서 지금은 완전히 인식이 달라졌죠.

핵심 작업은 물론 모든 공정에 근로장애인이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불량률이 높더라도 더 많은 근로자가 일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해요. 이때 발생하는 불량은 ‘손실’이 아니라 직업훈련의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해요.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많은 공정은 수작업으로 해요. 공정을 굉장히 세분화·단순화한 것도 특징이죠. 가령 비장애인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을 근로장애인 다섯 명이 할 수 있도록 나누는 식이에요. 이렇게 하면 전체 공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이 집중하기도 쉬워요. 근로자마다 특성에 맞는 공정에 배치하고 반복작업을 통해 불량률을 줄여나갑니다.

그럼에도 근로장애인이 힘들어하는 점은 없나요?

자폐장애인의 경우 자기만의 기준이 확고해서 근무시간이나 작업순서가 바뀌는 걸 무척 힘들어해요. 가령 오늘은 케이크 주문이 많이 들어왔으니 다른 것부터 해야 한다거나 주문 양이 늘어 한 시간 더 근무해야 한다고 하면 아주 당황스러워해요. 그런데 이런 특성이 장점이 되기도 해요. 늘 한결같아요. 출근시간을 칼같이 지키고 하루라도 출근을 안 하면 큰일 나는 줄 알죠.

근속률이 높은 걸로 압니다.

공정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오랜 기간 숙련이 필요해요. 직원 중 절반 이상이 10년 이상 근무했죠. 20년 넘게 일한 직원도 있고요. 10년 이상 근속하면 이탈리아 해외연수를 보내줍니다. 올해 1월에는 일본 과자전문학교로 4박 5일간 기술연수를 갔어요. 근로장애인의 기술력이 향상되면 임금도 더 많이 줄 수 있으니까요. 근로장애인의 경우 최저임금만 지급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장애인과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 이슈예요.

일을 통해 달라지는 근로자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발달장애인은 직업재활시설에서 포장 같은 단순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것과 비교하면 반죽을 만지고 굽고 내가 만든 빵을 포장하는 건 만족감이 크죠. 잘하면 공정도 늘어나고요. 강박적 성향 탓에 지하철역에 분리수거가 안 돼 있으면 그걸 정리하느라 출근을 못하는 직원도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교통에서는 소리를 내면 안 되고 버스에서 함부로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는 것 등을 알아가요. 출퇴근하면서 사회성을 배우는 거예요. 근로자들의 부모가 퇴직할 경우 자녀 밑으로 건강보험이 들어가는데 그러면 가족 안에서도 대우가 달라집니다. 무엇보다 돌봄에 매달려야 했던 가족들이 나가서 활동을 할 수 있으니 발달장애인 한 명이 일함으로써 가족 전체가 변화하는 거죠.

자립을 원하는 이들은 없나요?

근로장애인이 전체 공정을 이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자립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장애인 자립의 이슈는 ‘탈시설’이에요. 시설을 벗어난 뒤 어떻게 사회에 적응하는가의 문제죠. 지역사회와 더욱 밀접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일터를 구상해보고 있어요.

노숙인 등에게 빵을 후원하는 등 나눔활동도 열심인데요.

2010년에 도둑이 들었어요. 한 노숙인이 냉동실을 뒤져 빵을 꺼내 먹었더군요. 그때 노숙인을 위해 뭔가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발달장애인도 돌봄가족이 사라지고 나면 노숙인이 되거나 쪽방촌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노숙인의 현실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죠. 노숙인이 겨울철 동사하는 걸 막기 위해 활동하는 봉사단체들이 있어요. 추위 속에 잠자는 이들을 깨워 따듯한 빵과 차를 먹여요. 이 단체들과 함께 노숙인에게 빵을 후원하고 시각장애인에게도 기부를 합니다.

빵을 매개로 지역사회에서 하는 역할이 다양하네요.

소울베이커리는 지역사회의 지원 덕에 성장할 수 있었어요. 우리가 받은 혜택을 소외계층을 위해 나눠야 할 의무가 있어요. 어디든 빵이 필요한 곳이면 연락을 달라고 얘기합니다. 빵을 통해 세상에 온기를 더할 수 있다면 그걸로 우리의 할 일을 다한 거죠.

조윤 기자

박스기사
발달장애인 특화사업장 ‘가치만드소’
발달장애인 가족 창업 도와줍니다
충남 아산에 7번째 공간 개소

중소벤처기업부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창업·돌봄 공간인 ‘가치만드소’ 7번째 센터가 5월 충남 아산시에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가치만드소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창업과 돌봄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특화사업장이다. 최대 2년간 창업에 필요한 제품생산기술, 판로유통 등 종합적인 교육을 제공한다. 교육생은 생산활동을 병행해 창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졸업 후에는 컨설팅 및 판로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2020년부터 전국 7개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1개 지역은 현재 구축 중이다.

아산 가치만드소는 지상 2층 규모 건물에 상품 제조 설비, 커피 로스팅·추출 실습 공간, 라이브 방송 스튜디오, 돌봄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아산시의 대표 농산물 아산맑은쌀을 활용한 아이템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장애인 창업가족은 라이스칩, 누룽지, 쌀과자, 식혜 등 직접 연구개발한 아이템으로 창업 비전을 실현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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