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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퍼에겐 특별한 게 있다”…마스터스 출전하는 5인방

이헌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2012.01.17 이헌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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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눈으로 볼 때 한국 스포츠는 미스터리 그 자체다. ‘피겨 여왕’ 김연아나 ‘수영 천재’ 박태환, 메이저리그에서 124승을 거둔 박찬호 같은 선수의 탄생 자체가 기적이라는 거다. 얇은 선수 층과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면 이 같이 세계적인 선수들이 나타났다는 건 기자가 보기에도 놀랍기만 하다. 골프 역시 그 중 하나다. 미국 최고의 권위지인 뉴욕타임스는 얼마 전 ‘한국 골프 선수들의 거센 물결(A Rising Tide of South Korean Golfer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골프 선수들의 선전을 집중 조명했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 낭자들의 활약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1990년 대 말 박세리가 연일 승전보를 보낸 것을 시작으로 요즘은 신지애, 최나연 등 ‘박세리 키즈’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지난해엔 한국(계) 선수들로만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올해 LPGA 투어에서 뛰는 전체 선수 128명 가운데 한국 선수는 무려 42명이나 된다.

한국 남자 골프는 여자에 비해 다소 저평가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 남자 골프도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최고의 무대라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올해 뛰게 되는 한국 남자 골퍼는 11명이나 된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이자 명인열전이라 불리는 마스터스 출전이 확정된 골퍼도 ‘맏형’ 최경주(42·SK텔레콤)를 시작으로 양용은(40·KB금융그룹), 김경태(26·신한금융그룹), 배상문(26·캘러웨이골프), 재미교포 나상욱(29·타이틀리스트) 등 5명에 이른다.

마스터스에 한국(계) 선수 5명이 출전한다는 건 골프계에서는 일대 사건이다. 마스터스는 모든 골퍼들이 꿈꾸는 ‘꿈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오거스타내셔널GC는 밟고 싶다고 밟을 수 있는 땅이 아니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19가지의 출전자격 중 한 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 해마다 마스터스에 초청받는 건 100명 안팎이다. 

출전도 어렵지만 갤러리로 관전하기도 힘들다. 4만 명 정도로 알려진 후원자(patron)만이 입장권을 구할 수 있다. 입장권은 1972년에 이미 매진돼 암표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코스는 대회에 맞춰 완벽한 코스 상태를 제공하기 위해 1년에 절반 이상 휴장한다. 오거스타 땅을 밟는다는 자체가 자랑인 것이다.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골퍼로서 마스터스로 가는 험난한 여정을 시작부터 살펴보자. 최초의 출발은 먼저 한국에서 프로가 되는 것이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매년 2차례에 걸쳐 세미프로를 선발한다. 매 번 2,200~2,500명이 지원해 합격자는 120명이니 1년에 240명이 배출된다. 이렇게 뽑은 세미프로가 누적으로 4000명 가량 된다. 

이들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프로 테스트를 실시한다. 1200~1300명이 지원해 프로가 되는 건 매년 60명이다. 이렇게 KPGA 프로 자격을 얻은 사람이 1100명 정도 된다. 1,100명의 프로 가운데 KPGA 투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선 퀄리파잉스쿨을 거쳐야 한다. 출전권(시드)을 받을 수 있는 건 한 해에 고작 50~60명 정도다. 이들 중 PGA 투어에 도전장을 던지는 건 젊고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로 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는 한국 뿐 아니라 일본, 호주,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내노라 하는 선수들만 참가한다.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PGA 퀼리파잉스쿨을 통과하기 위해선 4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 단계인 프레 퀄리피케이션은 9월에 미국 내 6곳에서 4라운드 대회로 펼쳐진다. 이 가운데 40명 정도만 1차 예선에 진출한다. 1차 예선은 미국 내 13곳에서 4라운드 대회로 열리며 1000명 넘는 선수가 출전해 25명만 2차 예선에 나갈 수 있다. 이렇게 2차 예선과 파이널 전까지 치러 PGA 투어 출전권을 받는 선수는 25명밖에 안 된다. PGA 투어를 대표하는 한국 선수들인 최경주와 양용은은 모두 이 같이 낙타바늘 같은 구멍을 통과했다. 배상문도 3수 끝에 올해 PGA 출전권을 따냈다.

PGA 출전권이 마스터스 행은 의미하는 건 아니다. 세계랭킹 50위 안에 들거나 전년도 상금랭킹이 30위 안에 든 선수 등 19가지의 조건을 충족하는 선수만이 초청권을 받을 수 있다. 김경태와 배상문은 전년도 말 현재 각각 세계랭킹이 25위, 30위에 올라 출전권을 얻었다. 최경주는 지난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양용은은 2009년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이미 출전권을 확보했다. 나상욱도 지난해 PGA 투어 상금 랭킹 30위에 올라 마스터스 출전권을 얻었다.

반면 1994년 프로 데뷔 이후 매년 마스터스에 출전했던 전 세계 랭킹 1위 어니 엘스(남아공)는 연말 순위에서 56위로 밀려나 마스터스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골프 선진국인 일본에서도 출전이 확정된 선수는 아시아 아마추어선수권을 2연패한 마쓰야마 히데키 단 1명밖에 없다. 지난해 아마추어 선수 3명을 포함해 마스터스에 출전한 한국 선수는 모두 8명이었다. 2010년에는 6명이 나갔다. 올해는 프로 선수로만 5명이 출전권을 얻었다. 향후 대회에 따라 출전권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최고 중의 최고 선수만이 입을 수 있다는 ‘그린재킷’을 한국 선수가 차지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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