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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표 있으면 줘봐?” 프로야구에 공짜란 없다

이헌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2011.11.04 이헌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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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가을이면 야구 담당 기자들은 쏟아지는 표 청탁에 열병을 앓는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전국적으로 가장 두터운 팬 층을 지닌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바람에 10월 한 달 내내 무수한 전화를 받아야 했다. 10월의 마지막 날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으로 한국시리즈가 끝났을 땐 “휴, 이제 전화 좀 안 오겠군”이라는 안도감마저 들 지경이었다.

따지고 보면 10여 년 전 쯤 야구 담당 기자가 된 뒤 주변의 친지나 친구들로부터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을 “공짜 표 좀 있으면 줘 봐”였다. 그런데 기자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는 게 아니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에는 공짜표 라는 게 아예 없다. 1982년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30년간 지켜온 원칙이다. 프로야구는 모든 경기에서 제 값을 받고, 또 돈을 받은 사람들만 관중으로 집계한다. 이렇게 야구장을 찾은 사람만 680만 9965명(포스트시즌 제외)이었다.

최근 몇 년 간 프로야구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0월 7일 쌍방울과 현대가 맞붙은 전주 구장을 찾은 관중은 고작 54명이었다. 지금은 2만8000석이 가득 들어차는 사직구장도 축구 월드컵이 열린 2002년에는 불과 69명만 입장한 적이 있다. 이런 부끄러운 기록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은 솔직하게 공개했다.

‘공짜가 없다’라는 원칙은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떠오른 프로야구를 버티는 든든히 힘이다. 야구의 인기는 수치로 증명되기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차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선전, 그리고 수준 높아진 경기력 덕분에 야구 관중들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했다. 관중 수는 인기도와 비례한다. 인기가 늘어나니 TV 중계를 할 때 시청률이 높아진다. 시청률이 좋아지면 광고가 따라 붙는다. 이런 선순환적인 구조 덕분에 프로야구는 전 경기가 4개의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을 통해 생중계 된다. 공중파에서 중계한 포스트시즌은 거의 매 경기 1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광고 역시 완판이었다.

프로야구의 반대편에는 프로축구가 있다. 프로축구는 야구보다 1년 늦은 1983년 출범했다. 야구와 축구는 한국 프로 스포츠의 양대 산맥이다. 한 때는 프로축구의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올랐을 때는 야구 인기를 넘어섰다. 공터에서는 어디서든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고, 축구장엔 ‘오빠 부대’들이 가득했다. 어린이들은 너도나도 제2의 박지성, 제2의 차두리를 꿈꿨다.

하지만 프로축구는 르네상스를 꽃피울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놓쳐 버렸다.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프로축구에는 여전히 ‘공짜표’가 존재한다. 마음만 먹으면 그리 어렵게 않게 표를 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돈을 주고 입장하는 팬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되어 버린다.
인기도가 떨어지는 지방 구단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하다. 프로모션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공짜표 관행은 당장은 관중 수 증대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제 살 깎아먹기나 마찬가지다.

프로축구 팀 수는 16개나 된다. 8구단 체제인 프로야구(NC 제외)의 두 배다. 그렇지만 관중들이 허수에 불과하니 신뢰도가 떨어진다. 스스로 인기가 없음을 인정해 버렸으니 TV 중계가 붙을 일이 없다. 이는 미디어 노출 약화로 이어지고 구단들은 관중들을 모으기 위해 다시 공짜표를 뿌린다. 프로축구는 이 같은 악순환의 늪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프로야구의 또 다른 장점 하나는 ‘지역애’다. 정치인들이 자주 쓰는 지역감정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지역 구단에 대한 사랑이다. 부산 사직구장에 가면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부산갈매기’다. 부산 사람들은 부산갈매기를 합창하며 롯데를 열렬히 응원한다. KIA 팬들은 ‘남행열차’, SK 팬들은 ‘연안부두’를 부르며 각각 연고지인 광주와 인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프로야구 구단 중에는 30년 동안 연고지를 바꾼 경우가 거의 없다.

반면 프로축구는 연고지 개념이 희박한 팀들이 많다. 지역민에 대한 뿌리 내리기에 성공한 구단은 손에 꼽을 만하다. 일각에서는 프로축구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팀이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로선 프로축구가 인기를 회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축구가 갖는 위상을 생각할 때 실망하기엔 이르다. 축구 국가대표 간의 경기인 A매치는 여전히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갖는 스포츠 이벤트다.

무엇보다 프로축구는 프로야구가 갖지 못한 최신식 구장을 갖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경기장 시설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FC서울 같은 팀 평균 관중은 프로야구 8개 구단 어디와 비교해도 더 많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프로축구도 조만간 승강제를 도입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체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력 없고 인기 모자라는 몇몇 팀들을 2부 리그로 강등시켜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투명한 리그 운영이 우선이다. 몇 명의 관중이 들어왔는지도 모르는 프로 스포츠는 이미 프로로서의 존재 의미 자체를 잃은 것과 마찬가지다.

※ 이헌재는?

이헌재(37)는 현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 태극전사들의 몸과 관련된 기획으로 제38회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현재 야구와 골프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스포츠의 재미와 감동을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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