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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홀린 ‘국보소녀’ 김연아의 미소

이헌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2011.07.08 이헌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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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도 그렇지만 기자들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선 일정이나 이동 경로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다. 설혹 미리 알고 기다렸다가 마주친다 해도 접촉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다. 말이라도 한마디 걸어볼라치면 경호원들이 앞을 막는다. 이 회장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건 공식적인 자리뿐이다.

이 회장은 한국 최고 기업의 총수지만 또 하나의 직함을 갖고 있다. 바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IOC 위원은 111명밖에 되지 않는다. 유엔회원국이 192개국이니 2나라에서 1명꼴로 IOC 위원이 배출되는 셈이다. 그 정도로 귀한 자리이기에 IOC 위원들은 국빈 대우를 받는다. 해외여행을 할 때 입국비자가 필요 없고 공항에서는 귀빈실을 사용할 수 있다. 호텔 투숙 때는 해당국의 국기가 게양되고 총회에 참석할 때는 중형 승용차와 통역, 안내요원이 따라 붙는다.

IOC 위원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회장처럼 기업가이면서 스포츠에 꾸준히 열정을 쏟아온 사람도 있지만 왕족이나 귀족들도 있고, 수상이나 장관 등 정치인도 있다. 공통점은 누구나 한 나라를 대표할 만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을 만나기 힘든 것처럼 IOC 위원과 사적인 접촉을 갖기란 정말 어렵다. 심지어는 IOC 위원이 다른 IOC 위원을 만나는 게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막강한 파워를 지닌 IOC 위원들을 한 줄로 서서 기다리게 만든 사람이 있다. ‘피겨여왕’ 김연아(21·고려대)가 주인공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홍보 대사를 맡은 김연아는 7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가장 빛난 별이었다. 점잖고 연로한 IOC 위원들도 김연아가 나타나면 체면을 팽개치고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한꺼번에 여러 사람이 몰려 줄을 서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함께 찍은 사진에 사인을 해서 보내달라고 아우성이다.

현역 피겨 선수인 김연아가 평창의 올림픽 유치 활동에 힘을 보탠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4월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5월 21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후보 도시 테크니컬 브리핑에서 처음 등장했다. 늦었지만 김연아의 합류는 평창 유치위에는 천군만마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이전까지 IOC 위원들의 눈이 쏠린 것은 독일의 전설적인 피겨 스타로 뮌헨 유치위 집행위원장을 맡은 카타리나 비트였다. 하지만 김연아의 등장 이후 모든 관심은 김연아에게 집중됐다. 남아공 더반에서 가진 유치활동 때는 1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을 몰고 다녔다. 지난해 밴쿠버 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라는 후광이 비치고 있었던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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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하이라이트는 개최지 발표 직전에 치러진 프리젠테이션이었다. 블랙 케이프 재킷와 원피스 차림으로 단상에 오르자 IOC 위원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김연아에게는 아마 올림픽 경기 때보다 더욱 긴장된 순간이었을 것이다. 투표권을 쥐고 있는 IOC 위원들의 눈이 온통 그에게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김연아는 역시 ‘강심장’이었다. 유창한 영어와 세련된 제스처로 평창의 지지를 호소했다.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진지하게 이어진 프리젠테이션은 IOC 위원들의 귀에 호소력 있게 다가갔다. 도중 2차례나 큰 박수가 쏟아졌다.

마침내 투표 결과가 발표됐고 평창은 63표를 얻어 25표에 그친 뮌헨과 7표의 안시를 제치고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도시로 결정됐다. 긴장된 순간에도 미소를 잃지 않던 김연아의 눈물에 눈물이 쏟아졌다. 울면서도 얼굴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김연아는 “그동안 경기에 나갔을 때는 개인적인 일이었다. 안돼도 그만, 되면 좋고 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달랐다. 내가 실수하면 큰일 나는 상황이었다. 부담이 됐다”고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지난해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김연아도 적지 않을 시련을 겪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캐나다)와의 결별 과정에서 구설에 시달렸고, 그랑프리 시리즈에 불참하자 선수생활을 그만두는 게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다. 올해 4월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에는 2위에 그쳐 세계 최고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안티 팬도 생겼다. 그렇지만 김연아는 마지막까지 주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 미소는 적게는 IOC 위원들을, 넓게는 전 세계를 홀렸다.

뒤늦은 가정이지만 설혹 김연아가 평창 유치에 힘을 보태지 않았다 하더라도 평창이 올림픽 개최 도시가 됐을 가능성은 있었다. 하지만 김연아의 합류는 그야말로 결정타였다. 김연아는 지난 해 밴쿠버 올림픽에서 펼친 연기로 온 국민에게 즐거움을 준 데 이어 이번에는 경기장 밖에서 또 다른 행복을 안겼다. 우리나라와 국민은 이제 21살 밖에 안 된 소녀로부터 너무나 큰 선물을 받았다. ‘피겨 여왕’이었던 그를 누리꾼(네티즌)들은 이제 ‘국보소녀’라 부른다. 탱큐 연아, 탱큐 국보소녀.


※ 이헌재는?

이헌재(37)는 현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 태극전사들의 몸과 관련된 기획으로 제38회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현재 야구와 골프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스포츠의 재미와 감동을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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