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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와 쌍방향 공공미술

윤태건의 ‘공공예술 즐기기’ ⑧

2011.01.17 윤태건 The Ton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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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제 스마트폰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로 나누어질 것이야”
연말 한 송년모임에서 한 미디어예술가가 약간 취기가 도는, 하지만 단호하고, 격정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세탁기의 발명이 여성노동력의 해방을 가졌왔기 때문에 세탁기의 발명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식의 다소 과장스럽지만 그렇다고 전혀 실없는 소리만은 아닌 듯싶다. 기기의 변화로만 본다면 스마트폰은 이전에 비해 약간의 기술적 발전이다.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일방에서 쌍방으로의 변화를 가속화시킨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소비자가 공급자가 되고, 공급자가 소비자가 되는 양방향의 시대로 이행이 가시화된 것이다.

이것은 단지 스마트폰만의 얘기가 아니라 2010년 한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그리고 2011년에도 그 발전의 속도가 맹위를 떨칠 것이 분명한 새로운 네트워크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전반적인 성찰이기도 하다. 페이스북, 트위터를 필두로 한 소셜네트워크와, 앱, SNS, QR코드 등의 용어들이 그 자체로도 이슈지만 이미 정치,경제,사회,문화와 예술 전반에 영향력을 확장하고, 여론을 생성하는 장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것들이 아직은 귀에 설고, 사용법도 서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 예술경영 관련 공공기관 웹진에서 작년 한해 동안 10대뉴스를 선정하면서 <예술홍보 새로운 수단 등장: 앱, SNS, QR코드 등>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은 놀라우면서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이같은 흐름들이 아직은 예술 분야에서 홍보를 제외하면 피부로 느껴지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등장’만으로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기기의 발전, 기술의 변화를 넘어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술분야에서는 창작자와 향유자, 관람자 간의 변화가 눈에 띈다.

네덜란드 두팅햄의 <그림1>는 관람자의 기분을 색으로 표현한 조형물이다. 12미터 크기의 이 조형물은 D-Tower홈페이지에 두팅햄 주민들의 감정을 다양한 질문을 통해 취합한다. 예를 들어 “당신은 배우자와 행복하십니까?”란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변으로 “매우많이, 약간, 조금, 전혀” 등으로 취합한 다음 이것을 다양한 칼라로 변환하는 식이다. 결국 이 조형물은 다양한 질문에 대한 관람자의 감정에 따라 그날 그날 칼라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림1> D-Tower
<그림1> D-Tower
 
벨기에의 <그림2>는 건축물의 외관 디자인을 시민들 누구나 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건축물 외관이 ‘관객 참여형 미디어 파사드’로 만들어진 셈이다. 관람자는 건축물 앞에 일종의 키오스크인을 통해 스스로 디자이너가 되어 원하는 모습을 터치스크린을 통해 입력할 수 있다. 그리고 입력된 이미지는 건축물 외부에 설치된 총 4,200개의 LED조명을 통해 구현된다. 건축물 외부는 단순하지만 다양한 칼라로 완성되는 거대한 캔버스가 된다. 그리고 그 캔버스는 향유자, 관람자가 스스로 창작자가 된다. 누구든지 예술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2> Dexia-Tower
<그림2> Dexia-Tower
 
인천 송도 투모로우시티에서 ‘아트센터 나비’에서 주최한 미디어아트 행사도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그림3>는 행사장에 모인 관람객들이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면 그 문자에 화면에 투사되는 구조다. 이때 동시에 전송된 내용의 비슷한 정도와 차이에 따라 문자들의 배열, 크기들이 특정한 법칙을 갖고 변화되면서 전체 미디어 화면을 구성하게 된다. 이 같은 작품은 그야말로 관객의 참여 정도와 내용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형태가 된다. 이쯤 되면 최초의 창작자인 예술가는 단순한 기획자 수준에 머무르고 실제 창작자이자 예술가는 관객이 되는 셈이다.

<그림3>Value@Tomorrow_City
<그림3>Value@Tomorrow_City
 
올림픽으로 치면 국가대표선수급이라 할 수 있는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작가로 참여하게 될 이용백작가의 SNS를 이용한 공공미술 작품도 올해 말쯤 청계천 부근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 작품 또한 관람객이 모바일로 문자를 전송하면 공공미술 작품에 표현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단편적이지만 몇 가지 예를 통해 사회의 소통방식의 변화가 도미노처럼 예술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보았다. 사실 기술의 변화 이전에도 공공미술은 관람객의 참여와 소통을 미덕으로 삼아왔다. 이미 오래전에 독일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인 요셉 보이스가 “모든 사람은 예술가”라고 한 것처럼 공공미술에 있어서 관람자는 단순히 수동적이고 일방적인 감상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이고 쌍방향적인 참여를 통해 공공미술을 완성시키는 예술가를 지향해왔다. 물론 아직까지 대부분의 공공조형물들은 감상자와의 소통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많은 경우 일방적인 감상만을 강요하게 되고, 이것이 도를 넘어서면 ‘작가의 배설물’, ‘시각적 폭력’ 등의 비난을 받게 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림4> 선사시대 동굴벽화
<그림4> 선사시대 동굴벽화
  
최근에 나타나는 공공미술의 변화는 미디어의 발달, 특히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의 전환에 톡톡히 기대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공공미술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정신, 즉 라오콘 동굴벽화에서 ‘들소를 사냥하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더 많은 식량의 포획과 이 과정에서의 안전을 기원했던 것처럼 공공미술 자체가 이미 공공의 관심과 이익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쌍방향 소통과 관객의 참여가 만들어내는 첨단 미디어 공공미술과 선사시대 동굴벽화<그림4>의 정신은 시대를 뛰어넘어 사뭇 닮았다.


※ 윤태건은?

윤태건(42)은 공공미술 분야에서 대표적인 젊은 기획자다. 신문로의 ‘망치질 하는 사람’ 등 많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삼성문화재단 환경미술팀 연구원과 카이스갤러리 디렉터를 거쳐 지금은 공공미술 컨설팅회사인 ‘THE TON’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미술이 필요 없는 도시, 삶 자체가 예술인 도시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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