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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서도 빛나는 노르웨이 대표 음악가, 에드바르 그리그

[클래식에 빠지다] 그리그와 영화음악

2024.08.20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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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지른 듯한 높은 절벽과 피오르드 해안. 빙하와 만년설로 덮여있는 스칸디나비아 산맥이 이국적 풍광으로 다가오는 나라, 바로 ‘노르웨이’다. 

북쪽이라는 뜻의 ‘Nor’와 길이라는 뜻의 ‘way’가 합쳐져 ‘북쪽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의 노르웨이는 누구나 한번쯤 여행하고 싶은 아름답고 청정한 국가이다. 

노르웨이는 민족주의가 팽창하던 20세기 초 1905년에 스웨덴으로부터 독립한 국가로 한때 덴마크에 복속되어 있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자신들의 문화와 언어가 있는 민족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투쟁을 계속 이어왔다.

20세기 초 독립한 노르웨이 인들도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통해 전통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 있었다. 

이런 열망을 가진 예술가들 중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Grieg)’는 노르웨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음악가라 할 수 있다. 

그의 음악은 북유럽 자연의 맑고 고요하며 거대한 선율과 민속적인 리듬이 적절히 어우러져 있다. 

그리그는 교향곡을 포함해 실내악 합창곡, 가곡 등 다양한 작품을 작곡했는데 모두 우리에게 서정적이고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아래 언급하는 네 가지 작품은 그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라 볼 수 있다. 

실제 자주 연주되며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네 작품은 화려한 스크린 속에서도 빛나고 있다. 각각의 작품들은 어떤 스토리와 특징을 갖고 있을까. 

노르웨이 챔버 오케스트라가 피아니스트 얀 리치에츠키와 자선 공연을 열고 있다.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노르웨이 챔버 오케스트라가 피아니스트 얀 리치에츠키와 자선 공연을 열고 있다.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페르 귄트 모음곡(Peer Gynt Suite)

그리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을 들라면 바로 <페르 귄트 모음곡(Peer Gynt Suite)>을 꼽을 수 있다. 

그리그는 근대 연극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극작가 ‘헨리크 입센(Henrik Ibsen)’과 자주 교류가 있었다. 어느 날 입센이 자신의 희곡 <페르 귄트>의 극 부수음악을 31세의 젊은 그리그에게 부탁하였다. 

그리그는 처음 오리지널 악보를 5막 26개의 악장으로 구성했는데, 이후 10년뒤 각각 4개의 악장을 가진 2개의 모음곡형식으로 만들었다. 

작품 <페르 귄트>는 ‘페르’가 이름이고 ‘귄트’가 성(姓)인 풍운아 기질의 망나니 주인공 이름이다.

노르웨이 민속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희극 페르 귄트는 드라마틱한 주인공의 삶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정신세계를 그리고 있다. 

모음곡들 중 가장 잘 알려진 곡은 맨 처음 등장하는 <아침의 기분(Morgenstimmung)>과 <산속 마왕의 전당에서(In der Halle des Bergkonigs)> 그리고 <솔베이그의 노래 (Solveigs Lied)>를 들 수 있다. 

모음곡1번의 첫 번째 곡 <아침의 기분>은 플루트의 목가적인 선율로 시작하여 아침햇살이 서서히 떠오르는 모로코의 해안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아침의 기분>은 찰튼 헤스턴 주연의 영화 <소일런트 그린>과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카인의 두 얼굴> 그리고 드라마 <빅뱅이론>과 애니메이션 <심슨> 등의 OST로 활용되었다.

<산속 마왕의 전당에서> 또한 익숙한 멜로디로 애니메이션 <가제트 형사>의 테마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곡은 페르 귄트 2막 6번째 장면을 위한 부수음악이었지만 이후 1번 모음곡의 마지막 곡이 되었다. 

작품은 산속 트롤(요괴)의 딸과 사랑에 빠진 페르 귄트가 약혼하고 요괴의 수하에게 위협받는 등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가제트 형사 이외에도 영화 <쟈니 잉글리쉬>, <랫 레이스>, TV시리즈 <바빌론 베를린>, 애니메이션 <스머프> 등 많은 작품에 삽입되었다. 

2번 모음곡의 마지막 곡인 <솔베이지의 노래>는 구슬프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유명하다. 

노래의 줄거리는 어린 시절 페르 귄트와 결혼한 솔베이지가 오랜 세월이 지나 세계를 유랑하며 큰돈도 벌었지만 마지막에 모든 것을 잃은 페르 귄트를 만난다. 

그리고 죽어가는 남편을 위해 노래를 부르며 자신도 함께 따라간다는 내용이다. 솔베이지의 아름다운 선율은 영화 <사탄의 인형 3>, <엠버스>, <Face of the Trinity> 등 다양한 영화에 사용되었다.

◆ 피아노 협주곡(Piano Concerto in A minor)

북유럽의 쇼팽이라고 불리는 그리그는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다. 

그의 피아노 협주곡은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그리고 베토벤의 <황제>와 더불어 가장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협주곡으로 유명하다. 

불과 그의 나이 25살에 쓰여진 이 피아노 협주곡은 대담하고 극적인 오프닝으로 시작해 짙은 서정성과 토속적 리듬선율이 돋보인다. 

소나타 형식의 고전적인 3악장으로 작곡되었지만 작곡가 자신이 뛰어난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에 비르투오소적인 느낌 또한 물씬 풍기고 있다. 

특히 마지막 3악장은 그리그가 좋아하고 각종 축하행사에서 공연되는 노르웨이 민속춤 ‘홀링(Halling)’ 댄스의 리듬이 악장전체에 흐르고 있다. 

당대 피아노의 황제 프란츠 리스트는 그리그의 협주곡을 가리켜 ‘스칸디나비아의 혼’이라며 극찬했고 그의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높이 샀다. 

또한 작품을 작곡한 이듬해인 1869년, 코펜하겐에서 초연된 그의 피아노 협주곡은 당시에 많은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연주와 레코딩으로 듣고 있는 작품은 초연 이후 7번의 수정과 개정을 거쳐 나온 결과물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뛰어난 선율이 매력적인 그의 협주곡은 영화와 드라마에도 자주 활용되었다. 여러 작품들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발레리나에서 스파이가 되는 스토리의 영화 <레드 스페로>를 비롯해 <디 오너스>, 골든 글로브를 수상한 TV시리즈 <모차르트 인 더 정글>과 드라마 <Best of the Worst>등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 서정 소곡집(Lyric Pieces)

그리그의 <서정 소곡집(Lyric Pieces Book)>은 모두 피아노 작품으로 그의 전 생애를 관통하고 있는 전집이다. 

앞서 소개한 강렬한 도입부의 피아노 협주곡과는 다르게 고상하며 순박한 매력들을 갖고 있다. 

전체 10권으로 되어있는 이 아름다운 작품집은 모두 66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낭만주의 음악의 함축적이며 시적인 특징이 잘 드러난 걸작이다.

먼저 1권은 20대 초 중반의 순수하며 낭만적인 그리그의 모습이 보인다. 멘델스존의 <무언가>와도 비슷한 스타일은 시대적인 경향이 영향을 미친 결과일 것이다.

2권은 15년뒤에 완성이 되었는데, 다양한 실험을 통해 전통적 낭만성 위에 민족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3권은 그가 40대중반에 완성한 작품으로 전작 보다 좀더 성숙하고 개성이 넘치는 곡들을 선보였다.

전체 6곡으로 이루어진 3권은 모두 훌륭하지만 첫 곡 <나비>를 비롯해 다섯 번째 곡 <사랑의 시>, 마지막 <봄에 부침>이 특히 아름답다.

북유럽의 춥고 긴 계절을 지나 그리그가 바라던 자연 속 고향의 아름다움과 따스함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그가 태어난 베르겐 교외의 트롤드하우겐에 머물 당시 작곡되었다.

3권은 2권이 나온 지 3년뒤 완성된 그의 원숙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리그의 아름다운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서정소곡집은 나이와 함께 깊어지는 그의 음악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여러 영화에 활용된 서정소곡집은 영화 <꼬마돼지 베이브>와 <호색한>을 비롯해 TV시리즈 <Verguenza>와 <바빌론 베를린> 등 여러 작품에 사용되었다. 

◆ 홀베르그 모음곡(Holberg Suite)

루드빅 홀베르크(Ludvig Holberg) 남작은 극작가로 북유럽의 ‘몰리에르(Moliere)’라 불릴 정도로 문학계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1884년 12월 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가 고향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열렸다. 사실 홀베르크는 덴마크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었는데, 그 당시 노르웨이는 덴마크에 복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양국의 존경을 받는 그의 기념축제에 같은 동향 출신 그리그는 행사음악을 위촉 받았다. 그리고 홀베르크가 활동하던 바로크 시대 음악 풍의 피아노 작품 <홀베르크의 시대로부터>를 발표했다. 

기념회에서 초연된 이후 많은 인기를 얻은 이 작품은 다시 그리그에 의해 이듬해 현악 합주용 <홀베르크 모음곡(Holberg Suite for string orchestra)>으로 편곡되었다. 

전체 5악장으로 이루어진 모음곡은 각각 바흐, 헨델의 프랑스풍 춤곡형식을 띄고 있다. 1악장 프렐류드(Prelude)는 전주곡이란 뜻으로 활기차며 산들바람 같은 선율이 인상적이다. 

2악장 사라방드(Sarabande)는 스페인 무곡에서 발전되어 프랑스에서 유행한 춤곡으로 3/4 또는 3/2박자의 리듬을 갖고 있으며 선율의 우아한 격조가 춤곡의 느낌을 잘 살려주고 있다. 

3악장 가보트(Gavotte)는 짧은 선율의 트리오가 중간에 등장하며 전체적으로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4악장 아리아(Air)는 종교적인 느낌의 곡으로 삶의 비애와 서정성을 잘 보여준다.

마지막 5악장 리고동(Rigaudon)은 프로방스 지방에서 시작되어 파리궁정과 영국에서 유행한 춤곡이다. 홀베르크 모음곡에서는 흥겨운 악장의 솔로 바이올린 연주가 돋보이며 감각적인 트리오가 중간에 삽입되어있다. 

많은 평론가들은 홀베르크 모음곡의 작품성을 페르 귄트와 같은 위치로 말할 정도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홀베르크 모음곡은 영화 <뉴욕, 아이 러브 유>, <존 윅 챕터 3 : 파라벨룸>, <나는 그것을 사랑한다> 그리고 2015년 작 <When the World Came to San Francisco>에 OST로 활용되었다.

☞ 음반추천

페르 귄트 모음곡은 카라얀의 레코딩이 대중적이며 네빌 메리너(Sir Neville Marriner)와 세인트 마틴 인더필즈(saint martin in the fields)의 연주가 정말 아름답다.

피아노 협주곡은 개인적으로 루빈스타인(Arthur Rubinstein)의 앨범을 좋아한다. 리히터(Sviatoslav Richter)의 연주 또한 감동적이다. 현대 연주자로는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Leif Ove Andsnes)의 연주를 추천드린다. 

그리그의 서정 소곡집은 에밀 길렐스(Emil Gilels)의 음반과 안드라스 쉬프(Schiff Andras)의 레코딩이 담백하며 아름답다.

홀베르그 모음곡은 앞서 언급한 세인트 마틴 인더필즈의 레코딩을 선호하고, 오스트렐리안 챔버의 에너지 넘치는 연주 또한 권해드리겠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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