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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통합의 의미와 과제

2024.07.04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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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해 6월 27일을 기해 보육 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공식 이관됐다. 2023년 말 정부조직법 개정의 결과다. 영유아보육법 상 사회복지시설로서 어린이집을 교육부에서 주관하게 된 것이다. 이른바 ‘유보통합’의 첫걸음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변화가 있지만, 지역에서 영유아 보육은 여전히 지자체 관장 사무로 남아 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이 개정돼 지역에서 교육청이 영유아 보육에 교육 개념을 더하는 변화가 신속히 이어져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어린이집으로 대변되는 영유아 보육시설의 기반으로서 영유아보육법과 유치원 교육의 토대로 유아교육법도 하나의 법으로 통폐합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유보통합이 최근 속도를 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초저출산·저출생 현상으로 인한 영유아 수 급감이다. 영유아 대상 보육과 교육, 돌봄과 학습 지도로 구분된 체계를 통합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2018년 241만 명 규모였던 영유아 수가 2023년 기준 146만 명으로 급감하는 현실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존립 위기에 놓여 있다. 이처럼 2000년대에 들어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초저출산 현상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는 사회복지시설로서 어린이집 확대를 서둘렀다. 교육기관으로서 유치원을 갑자기 늘리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수의 급증에 힘입어 부모들이 일하는 동안 오후 4~5시, 급하면 저녁 7~8시까지 아이들이 머물 곳을 확보했다. 그 결과는 어린이집에 가는 아이와 유치원에 가는 아이 간 차이와 격차로 나타났다. 한 동네에서 어린이집에 간 아이들은 더 긴 시간을 머물 수 있고, 유치원에 간 아이는 더 많은 교육을 받는다. 부모의 비용 부담 정도도 다르다.

모두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교사라 칭하지만, 어린이집 교사와 유치원 교사는 다르게 배우고 다른 대우를 받는다. 유치원의 경우에도 국공립과 사립 유치원에서 일하는 교사 간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가 쌓여 아이와 부모, 교사, 운영자 모두에게 차별이 될 수 있다. 태어나는 아이 수가 감소하는 한국 사회가 그러한 차별의 결과를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2월 6일 서울 송파구 송파위례유치원을 방문,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현장방문 및 간담회’에 앞서 수업 중인 어린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2월 6일 서울 송파구 송파위례유치원을 방문,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현장방문 및 간담회’에 앞서 수업 중인 어린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단순한 돌봄으로 여겼던 영유아기 성장 환경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이어지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주변과 상호작용하는 것 자체가 배움의 시작이라는 발견은 영유아 대상 체계적인 교육 서비스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 결과, 영유아기 생애 초기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세계적 흐름을 관찰할 수 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도 모든 영유아에 대한 동등한 교육적 지원을 강조하는 등 영유아기 교육·돌봄(ECEC: 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Care) 융합 서비스가 우리에게 친숙한 개념이 됐다.

반면 우리는 지금까지 성장환경의 질적 관리에 소홀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한 합계출산율 2.1 이하의 저출산 현상은 산업화 시대에 전개됐던 산아 제한 중심 인구성장 억제정책의 성공이라는 결과를 낳으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인구 규모 관리를 넘어선 ‘인구자질 관리, 인구자질 향상’이라는 인구정책의 변화로 이어진다.

하지만 당시 「신인구정책」은 선언적 차원에 그쳤을 뿐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제 1년에 20만 명을 겨우 넘겨 태어나는 아이들의 성장 환경을 부모에게만 맡겨둘 경우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는 후세대를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똑같이 태어난 아이들인데 누구는 돌봄 중심 서비스, 누구는 교육 중심 서비스를 받는 한계를 극복하지 않는다면 1990년대 공염불에 그쳤던 신인구정책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 보장을 위해 유보통합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합의는 보았지만 그 길을 어떻게 걸어갈지, 어떤 차를 타고 어떤 방식으로 달려가야 할지에 대한 방법을 지금부터 만들어가야 하는 영역별 과제가 남아 있다. 함께 길을 걷자는 합의를 했으면 우선 할 수 있는 과제부터 풀어가면서 시작할 수 있다. 시험시간에 너무 어려운 문제에만 매달려 시간을 보내다 시험을 망치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했을 것이다. 쉬운 문제부터 풀며 관련된 문제를 다루면서 어려운 문제 풀이를 준비해 가는 타협과 합의의 태도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선 ‘처음학교로’와 ‘입소관리시스템’으로 각각 다르게 들어가던 방식부터 손볼 수 있을 것이다. 이원화된 입학·입소 창구를 통합관리시스템으로 일원화하고 유치원 입학을 우선모집·일반모집 후 상시입학할 수 있는 식으로 바꿀 수 있다.

교원 자격 및 양성 체계 개편도 합의를 봐야 한다. 영유아정교사로만 할지, 영아정교사와 유아정교사로 구분할지에 대한 계획이 이미 나와 있다. 신규 교원 양성과정 및 현직 교원의 새로운 자격 취득 과정 운영에 대한 대안도 있다. 이론적 관점에서의 차이라면 서로 배우는 마음으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해관계의 차이라면 이제는 과감히 서로 양보하는 자세로 논의에 임해야 할 것이다.

통합교원의 처우 개선은 모든 교원에게 희망과 믿음을 주는 길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시험을 더 잘 봤던 내가 더 나은 대우를 계속 받아야 한다”는 발상의 흔적이 논의 과정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 성적에 더해 교원 개인의 경험과 인격, 노력이 반영돼 우리 아이들을 성심성의껏 돌보고 가르치는 모든 교원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목표를 설정하는데 이어 그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정책 신뢰가 형성돼야 한다. 교육 과정과 통합기관 설립 기준에 대해서도 이미 교육부에서 제시하는 대안이 있다. 전문가의 비판적 안목과 다름을 포용하는 연대의식이 어우러질 때 가시적인 타협과 실천의 과정이 우리 앞에 펼쳐지리라 믿는다.

이 모든 과제를 시행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재정 확보다. 복지부에서 교육부로 이관되는 기존 영유아 보육 예산의 확보는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절차와 규모에 준하면 된다. 과제는 추가 소요 비용의 확보다. 기획재정부의 절대적인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존립이 태어나는 아이들의 성장 환경을 어떻게 만드느냐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인식 아래에서 국가책임 교육·돌봄 관련 예산을 보아야 할 것이다.

여전히 지자체에 남아 있는 보육 재정이 교육청으로 온전히 그리고 더 추가해 이관되는 과정도 중요하다. 지자체장들이 제대로 그 일을 하는지 우리가 감시해야 한다. 유보통합을 시작으로 새로운 한국사회를 만드는 작업도 시작됐다. 이 과정에 모두 함께하는 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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