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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을 기억하라

“유자녀들의 아버지가 되겠습니다”

순국장병 자녀 돌보는 ‘천사모’ 만든 홍석보 일지학원 이사장

[천안함 피격 1주기] 추모하는 사람들

2011.03.24 글·사진: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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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위해 희생한 순국장병의 자녀들을 돕는 국내판 ‘키다리 아저씨’가 있다. 경기도 화성시 비봉중·고등학교를 운영하는 일지학원 홍석보 이사장이다. 얼마 전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지진 피해 현장을 돌아보기 위해 뉴질랜드에 가 있는 홍 이사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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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보씨는 순국장병 유자녀들에게는 아버지 같은 존재다. 순국장병 유가족 돌보기에 앞장서고 있는 홍씨는 지난해 천안함 피격 후 ‘대한민국 수호천사 (순국장병)유자녀를 사랑하는 모임’인 ‘천사모’를 발족했다.

홍씨가 이처럼 유자녀 지원에 발 벗고 나선 것은 그 역시 군인 자녀였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는 육군 대령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월남전에 참가하셨던 아버지께서 부상을 당해 한국으로 후송되신 적이 있습니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다행히 회복되셨지만 만약 그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더라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살았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져 옵니다.”

이런 경험으로 홍씨는 누구보다 유가족들의 슬픔을 공감한다. 유가족 후원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은 2002년 연평해전이 발생한 후였다. 월드컵 개최로 나라가 축제 분위기일 때 연평해전이 터졌다.

“연평해전으로 여러 명의 전사자와 부상자가 생겼습니다. 가장을 잃은 아이들을 보면서 누군가 이들을 돌봐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에 장학금 후원을 결심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움도 있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장학금을 주겠다고 제의하니 유가족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며 안 믿었다고 한다. 일지학원 직원들이 유가족들에게 “홍석보 이사장님이 군인 자녀 출신으로 돕고 싶은 마음에 결정하신 것”이라며 일일이 설명했다. 같은 군인 가족 출신이란 말에 유가족들의 의심의 경계가 풀렸다. 그렇게 홍씨의 유가족 사랑이 시작됐다.

군인의 아들로서 유가족 슬픔에 공감

홀로 유가족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오던 중 2010년 천안함이 폭침했다. 이들 역시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은 홍씨는 지인들과 뜻을 모아 지난해 10월 ‘천사모’를 결성했다. 홍씨가 천사모 회장을, 정태경 여주대학교 총장과 윤장혁 화일그룹 회장이 공동으로 부회장을 맡았다. 각계의 인사 19명이 천사모 회원으로 동참했다.

현재 천사모가 지원하고 있는 순국장병 유자녀는 30명 가까이 된다. 연평해전과 천안함 유자녀 외에 지난해 공군정찰기 추락사, 해군 링스헬기 추락사 등으로 순국한 장병의 유자녀에게까지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홍씨는 “군사작전을 수행하다 순국한 장병들의 자녀들을 내가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이같이 지원을 확대했다고 한다.

유자녀 장학금은 5세 유아부터 대학생까지 장기간 지원된다. 유치원부터 시작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년 1백만원씩, 대학에 입학하면 매년 2백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장학금은 홍석보 이사장과 천사모 회원들이 힘을 모아 충당하고 있다.

대학생의 경우, 원하면 유학까지 지원한다. 홍씨는 “순국장병의 자녀들이 대부분 어린 경우가 많다”며 “대학을 졸업하고 난 다음에라도 원하는 사람은 전원 뉴질랜드 유학 지원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일지학원은 뉴질랜드 정부 인가를 받은 스포츠경영전문대학 CSMC(Canterbury Sports Management College)를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운영 중이다. 홍씨는 자신이 설립한 뉴질랜드 대학에서 유학하는 학생들에게 학비는 물론 기숙사비, 식비 등 유학에 드는 비용을 일체 후원하고 있다.

대학생은 원하면 유학도 지원… 현재 30명 돌봐

이미 2명이 뉴질랜드에서 유학 중이다. 연평해전 부상자 이해영 원사의 아들과 연평해전 전사자 고 한상국 중사의 아내가 그들이다. 한 중사의 아내는 남편이 전사한 후, 대학을 다니다가 영어를 배우고 싶다며 뉴질랜드 유학을 희망했다고 한다.

천안함 실종자 구조 중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의 딸에게도 뉴질랜드 유학 장학증서를 전달해 놓은 상태다. 언제든 유학 오고 싶을 때 오라고 문을 열어놨다고 한다. “현재는 아버지를 잃은 어머니의 슬픔이 너무 커서 못 오고 있다”고 홍씨는 밝혔다.

연말에는 유가족들에게 쌀도 보낸다. 천사모는 지난해 12월, 유가족 17가구에 ‘애국의 쌀’이라 이름 붙인 쌀 한 가마씩을 전달했다. 올 연말에도 쌀을 보낼 예정이다.

홍씨는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마음이다”라며 아버지같이 살뜰한 마음을 보였다. 여전히 그는 군 관련 사고가 터지면 직원들과 함께 유가족들을 찾아가 도와줄 게 없는지 살피고 있다.

“유가족 자녀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앞으로 최소 27~28년간 지원해야 합니다. 부담스러운 일이겠지만 이 일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혹시 제가 잘못되더라도 큰아들에게 장학금 후원을 지속해 달라고 부탁해 놓았습니다.”

 
 
천안함 피격 때 육군에 복무하던 큰아들은 올해 2월 제대했다. 작은아들도 현재 뉴질랜드에서 유학 중이지만 앞으로 군에 입대할 것이다.

장성한 두 아들을 둔 부모로서 유자녀들의 사정이 남일 같지 않은 홍씨는 앞으로 몇 년 후에는 유공자 자녀들을 돕는 재단도 설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실제 유가족들을 만나보면 지원이 상당히 열악한 편입니다. 당장 가장이 없으니 겪는 어려움이 많죠. 이 아이들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누군가 도와줘야 합니다. 남들이 다 가는 유치원부터 시작해 대학까지, 심지어 유학까지 다녀와야 합니다. 이를 제가 맡아 지원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홍씨의 후진 양성은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일지학원의 정재장학회는 유도를 하는 체육생들과 장애인들에게 꾸준히 장학금을 지원해 왔다. 홍씨는 이제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유족 자녀 지원에 더욱 힘쓰고 싶다고 말한다.

연말에는 유가족에 ‘애국의 쌀’ 전달

“매년 군 관련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따져보니 순직하는 경찰이나 군인을 포함해 1년에 평균 7~8명의 유자녀가 발생하더군요. 앞으로는 다른 부분 지원보다도 유자녀 돌보는 데 더욱 집중할 계획입니다.”

홍씨는 아직도 유자녀들에게 해주고 싶은 일이 많다. 나중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유가족 자녀들과 함께 백두산을 올라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또한 국가의 혜택을 많이 받고 자란 한사람으로서 국가를 위해 전사한 분들의 자녀들에게 힘이자 아버지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공자들의 자녀들이 잘 커야 대한민국이 진정한 강대국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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