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꽃을 받은 건 언제였을까. 잘 기억하진 못해도 유치원을 거쳐 대학 졸업식 때까지 꽃다발을 들고 찍은 사진은 남아있다. 어릴 때 여럿에게 받은 꽃다발이 무거워 기울여 들고 있는 사진을 보면 아직도 미소가 지어진다.
그렇지만 아이를 낳고 한동안 꽃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나마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기념식이면 꽃을 사서 들고 갔지만 지금은 그런 여유도 사라진듯하다. 이렇게 차츰 꽃이 주는 행복을 잊고 살았던 건 아닐까 되돌아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산 화훼 소비 확대 촉진을 위해 11월 30일까지 ‘꽃에 (ooo)담다’라는 대국민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특별한 날 구매하는 꽃이 아닌 일상에서 꽃을 소비하자는 ‘꽃 생활화 체험’이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 30일 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 대학생들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행사를 벌였고 이어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이동형 반려식물 클리닉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또 SNS를 통해 일상 속 꽃 생활화 경험을 공유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더욱이 11월 15일부터 열리는 ‘양재 플라워 페스타’를 앞두고 ‘이동하는 꽃밭’이 이곳저곳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체험과 홍보를 하고 있다.
11월 초 청계광장에서 열린 ‘이동하는 꽃밭’을 찾았다. 천막 아래에 보이는 색색의 국화가 멀리서부터 시선을 끌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발길을 멈추고 국화를 쳐다봤다. 아이도 어르신도 다르지 않았다.
“어머 청계천이 꽃밭이 됐네. 이게 다 국화인가? 거베라도 있네.”
“넌 어떤 색이 좋아? 네가 정해봐.”
‘이동하는 꽃밭’에서는 ‘양재 플라워 페스타’를 홍보하며 이벤트 참여를 통해 작은 꽃다발을 만들어보는 행사를 진행했다. 많은 꽃 중에서 고르는 건 쉽지 않았다. 그것도 다 예쁜 꽃이라 망설여진다. 몇 송이를 고른 후, 부스에 들어가 작은 다발을 만들었다. 리본색까지 갖춰 만든 꽃다발은 더 생기있게 보였다. 더욱이 행사장 주변에는 꽃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꽃을 통한 탄소중립이나 기념일에 어울리는 꽃을 추천하는 유용한 정보를 하나하나 읽어봤다.
꽃을 생활화하면 무엇이 좋을까. 꽃은 심신이 안정되고 창의력과 집중력 향상을 돕는다. 또 공기질 정화 및 도심 속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국산 꽃과 식물은 비행기로 운송하는 수입꽃보다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 즉 탄소중립에도 도움이 된다.
“평상시 꽃을 자주 사진 않아요. 오랜만에 풍성한 꽃을 보니 좋네요.”
성동구에서 온 박복진 씨(71)는 청계광장을 들렸다가 우연히 행사에 참여했다. 보자마자 예쁜 느낌이 나는 꽃으로 골랐다며 앞으로 꽃을 자주 구매해야겠다고 말했다. 집 화병에 꽂아 놓으면 분위기가 화사해 보일 것 같다며 좋아했다.
“꽃은 1년에 한 번 사는 거 같아요. 어버이날 카네이션이요.”
인천에서 온 대학 3학년 남학생은 친구와 함께 고른 꽃을 손질하고 있었다. 청계광장을 지나다가 꽃을 보고 들려 체험을 하게 됐다고. 꽃을 어떻게 골랐냐고 묻자 주저하지 않고 “색이 좋아서요”라고 답했다.
“저는 평소에 꽃을 좋아해요. 양재동이나 고속터미널에 가서 사 와서 식탁에 꽂아놓죠. 기분이 좋잖아요. 꽃을 좋아하는 친구들과도 같이 가곤 해요.”
딸과 함께 온 중년 여성은 꽃을 종종 구매한다고 말했다. 꽃에 관심이 많은 만큼 이번 행사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양재 플라워 페스타’에 가는지 물었더니 선약이 있지만 ‘이동하는 꽃밭’에서 꽃을 보고 더 가고 싶어져 시간을 바꿔보겠다고 했다.
“(옆의 남자친구를 보며)남자친구가 꽃을 안 사줘요. 저 꽃 좋아하는데….”
연인과 함께 온 여성이 꽃다발을 만들며 살짝 볼멘소리를 냈다. 남성은 이번 기회에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걸 알게 돼 앞으로는 꽃을 선물하겠다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가을이라 국화를 선정해 양제 화훼센터에서 구매했는데요. 양재 플라워 페스타를 알리는 목적과 함께 여기서 꽃을 만들면서 꽃 생활화를 습관화하면 어떨까 싶어 ‘이동하는 꽃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행사를 담당한 오티비컴퍼니의 송덕진 매니저가 설명했다.
‘이동하는 꽃밭’은 지난 8월부터 총 6번을 운영했다. 그 마지막이 청계광장이다. 서울시청, 하남 스타필드, 홍대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각각 특징에 맞게 씨앗이나 꽃 체험을 하며 진행했다. 꽃의 종류도 다 달랐다. 이제 곧 있을 ‘2024 양재 플라워 페스타’에서 그 모든 꽃과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하남필드에는 가족들이 많았는데요. 아이들이 꽃을 체험하며 참 좋아한 기억이 떠오르네요. 함께 오신 보호자도 즐거워하셨고요. 이번 ‘양재 플라워 페스타’에서 가족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했어요.”
덧붙여 ‘이동하는 꽃밭’을 통해 꽃을 체험할 기회가 없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기분 좋아했던 모습도 흐뭇했단다.
“젊은 청년들은 지갑 사정이 빠듯하잖아요. 이전에는 꽃을 선물했는데 경기가 어려워지니 아무래도 생필품부터 찾게 되죠. 행사를 진행하면서 이전보다 젊은 세대들이 꽃 구매 경험이 적다는 걸 느꼈어요. 그렇지만 꽃을 구매하는 습관이 생기면 좋겠어요. 꽃을 통해 행복한 마음을 느낄 수 있잖아요.”
그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화훼 시장 타격이 크지만. 이번 행사와 같은 프로그램이 많아져 꽃과 가까이하는 습관이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이동하는 꽃밭’에서도 보다 많은 사람이 꽃을 만나면 좋겠다 싶어 준비한 국화가 다 떨어지면 드라이플라워 엽서를 나눠줄 생각이다.
꽃다발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다. 꽃을 가지고 버스에 타자 버스 안에 환한 향기가 퍼졌다. “꽃이 참 싱싱하네.” 버스 안 어르신이 꽃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버스는 꽃 하나로 훈훈한 분위기가 됐다.
◆ 온라인 이벤트에 참여해 볼까
집에 돌아와 온라인 꽃 체험 이벤트에도 참여해보기로 했다. 간단한 두 가지 미션을 참여하면 추첨을 통해 작은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첫 번째는 11월 15일까지 일상에서 겪었던 꽃 체험을 꽃 사진이나 영상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네이버 폼을 작성하면 추첨으로 40여 명에게 꽃다발 혹은 국산 콩, 팥으로 만든 러쉬제품을 제공한다. 특히 선물인 국산 콩, 팥 제품은 우리 콩, 팥의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해 지난 4월 농식품부와 러쉬코리아가 상생 협약해 만든 마스크다.
두 번 째는 11월 18일~30일까지 농식품부 SNS의 홍보영상(꽃에 담다)에 댓글달기 및 공유(퍼가기) 등을 완료해야한다. 나도 책상에 둔 꽃 사진을 찍어 올렸다. 아름다운 꽃이 우리 농산물 콩, 팥 제품까지 우리집으로 데려와 줄까 기대하며.
◆ 15일부터 열리는 ‘양재 플라워 페스타’에도 참여해보자
또 하나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쁜 소식이 있다.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양재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리는 ’2024 양재 플라워 페스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함께 ‘양재 플라워 페스타’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6회를 맞는 ’2024 양재 플라워 페스타‘는 국내 화훼 소비 촉진은 물론 일상에서 꽃을 생활화하기 위해 마련된 축제다. 화훼에 관한 기업의 제품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또 포토존과 전시존, 팝업존, 이벤트와 같이 직접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사계절 꽃길과 일상꽃 사진 수상작 전시 및 플라워디자인 경기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기다린다. 꽃향기는 마음껏 맡을 수 있다는 건 덤이다. 더욱이 무료입장이라는 점은 더없이 반가운 이야기다. 이 행사에 가기 위해 사전신청을 했다.
꽃을 가만히 들여다 본 적이 있을까. 꽃이 주는 위안은 생각보다 크다. 벚꽃이 휘날릴 때부터 알싸한 동백꽃이 필 때까지 우리는 꽃과 함께 지내왔다.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꽃 한 송이가 내 방에 놓인다면 체감상 방 분위기는 몇 배나 밝아지는듯 하다. 올가을 자신을 위해, 혹은 누군가를 위해 꽃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