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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느리게 흘러가는 카페, 경증 치매 어르신들의 은평구 ‘반갑다방’ 방문기

치매친화적 사회를 꿈꾸며

2024.07.12 정책기자단 노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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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이 치매를 진단받았다 

3년 전 외할머니께서 초기 혈관성 치매 진단을 받으셨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치매 환자들은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어린아이가 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것이 우리 가족에게 닥친 미래라고 생각하니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그저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서 병세가 악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얼마 전 귀가하던 중 어르신 한 분께서 잠옷 차림으로 슬리퍼를 신은 채 동네를 배회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어르신의 동선을 계속 살피게 되었다. 다행히 집으로 들어가시는 모습을 확인했고, 이웃 주민으로부터 그 어르신이 치매를 앓고 계셔서 종종 밤에 배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가족 중 치매를 앓는 분이 있어 그런지 관련된 뉴스나 이상행동을 보이는 주변인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1. 조금은 느리게 흘러가는 곳, 은평구 ‘반갑다방’

어느 날 뉴스에서 어르신들이 바리스타가 되어 음료를 만드는 모습을 보았다. 은평구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 어르신을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로 ‘반갑다방’이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경증치매어르신들이 바리스타가 되어 사회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잔존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언젠가는 꼭 방문해 봐야지’ 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드디어 이번에 직접 방문하게 되었다. ‘반갑다방’은 은평구치매안심센터 내 2층에 위치하고 있다. 테라스에는 한뼘미술관이라는 이름의 전시공간이 있었다. 어르신들이 접은 종이꽃들이 아름답게 전시되어 있다. 이 튤립 하나하나를 접기 위해 거친 여러 시행착오들을 생각하니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어르신들의 성취감과 집중력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이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 종이꽃처럼 치매 어르신들의 자신감과 소중한 기억들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은평구 불광보건분소 2층으로 올라가면 경증 치매 어르신들이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반갑다방’ 카페가 있다.
은평구 불광보건분소 2층으로 올라가면 경증 치매 어르신들이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반갑다방’ 카페가 있다.

‘반갑다방’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기억다방’, 즉 ‘기억을 지키는 다양한 방법’이라는 의미를 담은 공간이다. ‘기억을 지킨다’는 표현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우선, 치매라는 딱딱한 용어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르신들의 기억을 지키기 위한 도움은 누구나 줄 수 있는 것이라는 친근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르신들께서도 훨씬 거부감을 덜 느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치매 어르신을 비롯한 가족들, 그리고 보건소를 찾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기억키움쉼터이자 치매가족을 위한 '기억다방'의 모습이다. 은평구에서는 일명 '반갑다방'으로 불린다.
기억키움쉼터이자 치매가족을 위한 '기억다방'의 모습이다. 은평구에서는 일명 '반갑다방'으로 불린다.

이곳의 운영 시간은 월, 화, 수 10시~16시까지로, 월요일만 예외적으로 10~12시까지 운영한다. 나는 이 사실을 모르고 방문하여 아쉽게도 어르신들을 만나 뵙지 못했고, 만들어주시는 음료도 마시지 못했다. 메뉴는 커피(믹스, 원두), 차(둥글레차, 현미차, 보리차, 현미녹차), 복숭아 아이스티 이렇게 총 7가지가 있었다. 음료를 주문하기 전에는 방명록을 작성해야 한다. 모든 음료는 무료이지만, 이곳에 방문하는 이용자라면 음료가 늦게 나와도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평소에 카페를 이용하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손에 번호표를 꼭 쥐고 내 번호가 언제 불릴지만 기다린다. 이곳에서만큼은 시간의 쫓김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갈 수 있다. 느림의 미학 속에서 기다림을 배우고,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삶의 지혜를 배우고, 치유받는 느낌까지 얻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줄 것이다.

반갑다방이 갖는 의미에 대해 되새기며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고 눈에 담았다. ‘포크’, ‘컵’, ‘수저’ 등과 같이 식기류의 이름표를 크게 붙여 위치를 표시하는 등 경증 치매가 있는 바리스타를 위한 배려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치매를 앓고 있어도 잔존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억다방’을 통해 치매 어르신들의 기억을 지킨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치매를 진단받았다고 해서 사회 활동을 제한하거나,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어르신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못하는 것이다. 치매 노인도 분명 잘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을 것이고, 우리와 같이 주변인이나 가족들과 가까이에서 더 많이 소통하고 싶을 것이다. 

테라스에는 어르신들이 직접 접은 종이꽃이 전시된 ‘한 뼘 미술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테라스에는 어르신들이 직접 접은 종이꽃이 전시된 ‘한 뼘 미술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카페 옆 공간은 치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공간이었는데 어르신들이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 나는 잠시 카페에 앉아서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강사 선생님의 칭찬에 힘입어 어르신들께서 더욱 흥겹게 노래를 부르신다. 왠지 뭉클한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우리 할머니를 비롯한 치매 환자들에 대해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좌절하고, 치매라는 병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가족으로서 노인학교 혹은 반갑다방처럼 지역 치매안심센터의 프로그램을 이용하실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문득 치매 어르신들의 기억을 지킨다는 것은 그들의 문화와 가치관을 존중하고, 인간답게 살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갑다방의 이용 수칙이 적혀져 있다. “주문이 틀려도, 음료가 늦게 나와도 이해해주세요” 음료 주문 전에는 방명록을 작성해야 한다.
“주문이 틀려도, 음료가 늦게 나와도 이해해주세요”. 반갑다방의 이용수칙이다. 음료 주문 전에는 방명록을 작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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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나 컵, 포크, 재료들의 위치를 이름표로 표시해 경증 치매 어르신들이 알기 쉽도록 해놓았다.

2. 중앙치매센터, 광역치매센터, 시군구 치매안심센터는 이런 일을 해요

중앙치매센터는 보건복지부 산하의 기관이고, 국립중앙의료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그 아래에는 17개의 광역치매센터가, 기초자치단체(시군구)의 256개소 치매안심센터가 있다. 다시 말해, 중앙치매센터를 중심으로 광역치매센터, 기초자치단체의 치매안심센터가 있는 것이다. 이들은 치매 예방부터 돌봄까지 환자 중심의 치매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사는 관악구의 치매안심센터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았다. 온라인 상담이나 온라인 치매 검사를 받아볼 수 있었고, 치매안심주치의가 있는 의료기관을 안내해주는 등의 공지사항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도광역치매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아래 사진처럼 치매 노인, 그 가족들을 위한 다양한 자조모임이 있었다. 우리 지역의 치매 프로그램 혹은 자조모임을 찾고 싶다면 OO시(도) 광역치매센터 혹은 OO구(군) 치매안심센터를 검색하여 해당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필요한 정보,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어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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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광역치매센터 홈페이지에서 치매 노인과 가족을 위한 자조모임을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 지역의 광역치매센터나 시군구 치매안심센터를 검색하면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 초고령 사회의 흐름에서 치매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치매의 어원은 어리석을 ‘치’와 어리석을 ‘매’의 한자어이다. 이러한 의미는 어르신들로 하여금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고, 질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2021년 실시한 ‘치매 용어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치매’라는 용어에 대해 거부감이 드는 이유로 국민 10명 중 6명이 ‘질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응답했으며, ‘사회적 편견’, ‘환자를 비하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는 의견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치매에 대한 인식은 높지만 내가 치매에 걸린다면, 혹은 가족이 치매 진단을 받았을 때의 수용도는 낮았고 두려움은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곧 초고령사회로 들어서게 된다. 그만큼 치매 환자 역시 크게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치매가 있어도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사회적 낙인이나 부정적 인식은 진단과 치료를 늦춘다.

내가 반갑다방에서 발견한 특별한 점은 어디에서도 ‘치매’라는 단어를 강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어에 얽매여 어르신들의 능력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졌다. ‘치매’라는 단어의 명칭변경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모인다면 치매친화적인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기억친구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기억친구란 “기억친구 양성 교육을 받은 후 치매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지역의 치매 환자 및 가족을 따뜻한 마음으로 도와주는 사람”이다. 나 역시 해당 교육을 신청했고, 7월 중 오프라인에서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서울특별시 광역치매센터(https://www.seouldementia.or.kr/memory/edu/edu_friend.asp)에서 기억친구 교육을 신청하면 해당 자치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연락하여 교육이 진행된다. 기억친구란 치매 어르신과 그 가족들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될 수 있으니 혹여 관심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신청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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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방 방문을 계기로 기억친구 교육을 신청했다.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노지은 nohje07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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