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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인문학에서 만난 이과 남자의 과학 이야기

2024.07.04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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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슈뢰딩거의 고양이, 파동-입자 이중성…. 문과생과 예술가의 집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 어디선가 들려온다. 소리의 근원지는 남편의 휴대폰. 휴대폰 옆에는 유튜브 과학 채널을 틀어놓고 잠든 남편의 모습이 보인다. 

그동안 낯설었던 인문학과 과학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낯설었던 인문학과 과학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유튜브를 위시한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지식과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30초~1분 남짓의 영상과 영화, 드라마, 책을 단 몇 분으로 압축한 요약 영상과 같은 짧은 영상들이 인기가 많다. 1분짜리 영상임에도 쓱쓱 넘기다 보면 몇 시간은 훌쩍 지나있을 만큼 그 파괴력은 대단하다.

반면 지상파 방송 뺨치는 방송 길이와 규모의 예능이나 토크쇼, 전문가가 진행하는 전문 지식 방송 등 긴 길이의 영상이나 지식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달라진 시대의 혜택을 본 분야 중에 인문학과 과학이 있다. 시선을 끄는 그림, 효과 등을 통해 어려운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높아진 관심 덕분에 과학과 관계없던 우리 집에도 과학 용어가 범람하고, 나의 일에까지 영향을 미쳐 어려운 양자역학을 쉽게 풀어쓴 책을 번역하게 되었다.

2024년 ‘길 위의 인문학’ 로고(출처: 문화체육관광부)
2024년 ‘길 위의 인문학’ 로고(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소셜미디어를 통한 부흥 이전에 인문학을 확산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3년부터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사업을 시작하며 일상 속에서 인문의 가치를 공유하고 체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다. 2019년부터는 ‘삶을 바꾸는 앎과 지혜와 함께’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도서관 지혜학교도 운영한다. 올해도 인문 사업은 어김없이 계속되어 전국의 도서관과 다양한 문화시설에서 총 700개의 인문 프로그램이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2024년 덕이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이과 남자의 과학 토크>(출처: 고양시 도서관센터)
2024년 덕이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이과 남자의 과학 토크>(출처: 고양시 도서관센터)

지역 도서관에서 <이과 남자의 과학 토크>라는 주제의 ‘길 위의 인문학’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침 3회차 주제가 양자역학이었다. 안 그래도 흰 것은 종이, 검은 것은 글씨…같은 양자역학 책과 고군분투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이렇게 반가운 소식이라니! 

<이과 남자의 과학 토크>는 과학과 인문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강연과 탐방 총 10회로 기획되었다. 1~4회는 이독실 과학 커뮤니케이터, 과학 평론가 및 방송인, 5~8회는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진행한다. 9회에는 천문대 탐방을 가고, 마지막 10회는 후속모임으로 ‘길 위의 인문학’이 마무리된다.

이과 남자가 알려주는 과학의 매력과 즐거움!
이과 남자가 알려주는 과학의 매력과 즐거움!

1회차의 주제는 <아인슈타인의 삶을 통해 바라보는 성공과 실패>. 천재 과학자로 유명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그의 삶과 업적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이번 강연은 인문학의 시선으로 그의 삶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가 어떻게 유명해졌고, 어떻게 성공했는지, 또한 어떻게 그런 천재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어떻게 슈퍼스타가 되었는지, 또 말년에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를 다루며 과학을 잘 몰라도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주제로 준비했다고 강연자는 밝혔다. 

우리에게 노년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지만,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은 어릴 때부터 빛을 발했다.
우리에게는 노년의 이미지가 익숙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은 어릴 때부터 빛을 발했다.

과학사에서는 1905년을 ‘기적의 해’라고 부른다. 아인슈타인이 과학에 혁명을 일으키는 논문 4편(광전효과, 브라운 운동, 특수 상대성 이론, 질량-에너지 등가(E=mc2))을 바로 이 1905년 한 해에 발표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인슈타인의 이미지는 혓바닥을 내민 노년의 장난스러운 모습이지만 그가 이 논문들을 발표했던 나이는 무려 만 26세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증명한 일식 사진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증명한 일식 사진

아인슈타인은 어떻게 이런 혁명을 이끌 수 있었을까? 이날 강연을 통해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는 기존의 과학에 의심을 품고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당시에는 에너지 보존 법칙과 질량 보존 법칙이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그 두 물리량을 하나로 통합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로부터 질량-에너지 등가가 탄생했다. 거기에는 그가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만 하는 학생이자, 권위를 싫어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성품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런 그의 업적이 혁명이 된 이유는 문제를 보고 해석하던 이전의 과학에서 먼저 이론을 떠올리고 실험으로 증명하는 현재의 과학으로 변화를 가져왔다는 데 있다. 

자신의 사유는 항상 정확하기 때문에 외부 결과에 휘둘리지 않고자 하던 그의 뚝심은 독창적인 이론을 탄생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말년에 그를 고립으로 이끌었고 그는 결국 다음 세대에 자리를 내주었다. 특히 양자역학에서 그랬다. 만약 그가 양자역학에 보다 유연했다면 또 어떤 엄청난 일들이 과학계에서 벌어졌을까를 떠올리면 아쉽기도 하다. 물론 역사에는 가정이 없지만. 

2024년 ‘지혜학교’ 로고(출처: 문화체육관광부)
2024년 ‘지혜학교’ 로고(출처: 문화체육관광부)

과학의 눈으로 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더 멋지고 아름다운 세계가 열린다. 거기에 인문학적 시선을 한 스푼 첨가하면 삶의 지혜와 통찰력까지 얻을 수 있다. 빛만 가득했을 줄 알았던 아인슈타인의 삶의 스토리는 ´나는 어떻게 살면 좋을까´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게다가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도 되었다. 

2024년 하반기가 시작되었다. 남은 2024년, 가까운 도서관과 문화시설의 ‘길 위의 인문학’과 ‘지혜학교’에서 인문의 가치를 풍성하게 누려보면 어떨까. 2025년을 앞두고 지혜와 통찰력, 그리고 행복이 더해져 한 뼘 더 성장한 나와 마주할 것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정수민 amantedepari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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