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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고용 지원 정책 덕분에 취업에 성공했어요”

2024.07.05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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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가까운 서울역 근처 중앙루터교회 본당에서 매월 1회 낮 12시부터 정오의 음악회를 열고 있다. 5월 말 시간을 내 음악회에 참석했다. 오늘의 연주자는 ‘우주와 나’ 앙상블 팀이었다. 장애예술인으로 구성된 팀이다. 색소폰, 플루트, 트럼펫, 피아노를 연주하는 4인조 팀이었다. 공연 연주자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공연장에 갔다가 공연 중에 알게 되었다. ‘우주와 나’ 앙상블 팀은 장애예술인 연주단체 소속이 아니라 기업체 소속이었다. 작년 4월 14일 한세엠케이에 입사한 4인의 장애예술인이 공연하고 있다. 현장에는 그들을 지원하고 응원하기 위해 한세엠케이 직원들과 장애예술인 가족들도 참석했다.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4인조 '우주와 나' 앙상블이 교회에서 정오의 음악회를 열고 있다.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4인조 '우주와 나' 앙상블 팀이 교회에서 정오의 음악회를 열고 있다.

장애예술인 공연을 관람하면서 자칫 장애예술인이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초조했지만, 그것은 비장애인이 지닌 편견이자 기우에 불과했다. 그들은 각자의 부분을 충실하게 연주하면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줬다. 공연이 끝나고 인지했다. 장애예술인을 고용한 한세엠케이는 공연이나 예술과 무관한 캐쥬얼웨어 전문업체를 표방한 패션기업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생뚱맞게도 장애예술인을 직원으로 고용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 답은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에 있었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주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부담금을 내게 하는 제도다. 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과 비교해 취업에 어려움이 많아서 정부에서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해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마련했다. 국가, 지방자치단체와 50명 이상 공공기관의 장은 소속 공무원 정원의 3.8%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상시 50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민간사업주는 근로자 총 수의 100분의 5의 범위에서 3.1%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준수하기 위해 한세엠케이는 ‘우주와 나’ 앙상블 팀 4명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한세엠케이의 직원으로 채용된 장애예술인들은 연말연시 송년회 등 각종 사내외 행사를 비롯한 다양한 정기 연주회 등 문화 활동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정오의 음악회 공연도 그런 문화 활동의 하나였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도 있지만, ‘장애인 고용장려금제도’도 있다. ‘장애인 고용장려금제도’는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의무 고용률을 초과하여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일정액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 또한 정부가 장애인 근로자의 직업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고용 촉진을 유도하려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장애인 고용장려금제도’의 지원 대상은 월별 상시근로자의 의무 고용률을 초과하여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이다. 단, 최저임금이상자 또는 최저임금적용제외 인가를 받은 장애인에게만 지원한다. 장애인 근로자 2명 이상을 고용하여야 고용장려금 지급대상이 된다.

중증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김경민 피아니스트는 한림대의료원 소속으로 연주하고 있다.(사진=뷰티플마인드)
중증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김경민 피아니스트는 한림대의료원 소속이다. 그의 연주 모습.(사진=뷰티플마인드)

장애예술인으로 취업한 또 다른 사례가 있다. 뇌성마비 피아니스트 김경민 씨는 2007년 3월 17일 용인 문예회관에서 독주회를 시작으로 총 17번의 독주회와 500회 이상의 연주 경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사단법인 뷰티플마인드와 함께 전 세계 70여 개 국을 다니며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달하는 자선활동도 하고 있다. 그는 12곡의 자작곡으로 구성된 피아노 싱글앨범 ‘사랑과 추억’을 발매했던 실력파 음악가이다. 그런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구가 ‘뇌성마비 피아니스트’이다. 그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필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경민 씨는 작년 8월에 한림대의료원에 취업했다. 중증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전문 연주자로선 세계에서 유일한 그를 대하면서 순간 ‘장애예술인으로서 어떻게 취업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저, 취업했어요. 중증 뇌성마비 장애가 있어서 다른 장애예술인보다 더 힘든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취업의 문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 사회복지, 신학을 전공하고 컴퓨터 수리기사로 일했던 적이 있단다. 뷰티플마인드에서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시작해서 한림대의료원에 취업하게 되었다. 

뷰티플마인드는 장애예술인의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취업 연계 프로그램인 뷰앙상블을 운영하고 있다. 직업연주자로서 전문적인 음악 활동이 절실한 뮤직아카데미 졸업생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연주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업과 연계하여 이들의 사회진출을 돕고 있다. 장애예술인은 취업과 동시에 각 기업의 소속 아티스트로서 각종 연주 활동과 사내 행사 및 사회공헌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한림대의료원에 취업한 장애예술인들이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로비에서 공연하고 있다.(사진=뷰티플마인드)
한림대의료원에 취업한 장애예술인들이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로비에서 공연하고 있다.(사진=뷰티플마인드)

김경민 씨는 아직도 고용계약서를 작성했던 그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장애인 연주자 3명, 그리고 청년 관리자 1명이 고용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일송학원을 방문했어요. 그때 인사팀 직원이 재단의 설립과정과 운영 등을 안내했고, 뒤이어 바로 고용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심장이 떨려서 진정하기 어려웠고, 정신 없이 그 순간이 지나갔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하면서 소감을 밝혔다. 

김경민 씨도 월급을 받는 어엿한 직장인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그는 여느 직장인처럼 첫 월급을 받았을 때 통장으로 입금된 금액을 보면서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적셨다고 한다. 첫 월급과 두 번째 월급을 주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데 사용했다. 첫 월급은 독실한 그리스도인으로서 모두 하나님께, 두 번째 월급은 그동안 경민 씨를 많이 챙겨주셨던 음악 교수님들께 선물로 감사를 표현했다고 한다.

한림대의료원에 근무하는 김경민 씨의 일과가 궁금했다. 그는 “출퇴근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주 18시간 근무하며 주 4일 근무로 1일 4시간 30분입니다. 근무시간에는 피아노를 연습합니다. 또한 평균 연 8 ~ 10회 공연하고 있어요”라고 일과를 소개한다. 올해 한림대의료원에서 총 6회 공연이 있었는데, 그중 김경민 씨는 5회를 참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에서 했던 공연을 꼽았다. 그는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화상 환자들과 가족들을 위해 공연했어요. 환자들이 밝은 모습으로 경청하고 호응도 많이 해주셔서 오히려 공연하는 저희가 더 위로를 받았던 느낌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그날 아동 화상 환자가 여러 명 있었는데요. 제가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서 그런지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이들이 빨리 치료받아서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김경민 씨를 비롯한 장애예술인들은 화상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공연하면서 환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헤아릴 수 있었다.(사진=뷰티플마인드)
김경민 씨를 비롯한 장애예술인들은 화상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공연하면서 환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헤아릴 수 있었다고 한다.(사진=뷰티플마인드)

한림대의료원에서 공연하는 것은 일반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과는 다르다. 경민 씨는 “우선 가까이에서 음악으로 소통하고 위로를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저희 연주팀 모두 장애가 있다 보니 환자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저희의 연주가 완벽하진 않을지라도 환자나 그 가족에게 위로와 힐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연주자로서 가치 있는 삶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음악을 통해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장애예술인으로서 사회 활동하는데 불편했던 점이 많을 텐데 경민 씨는 “연주하는 장소에 대한 제약은 없습니다. 다만 연주회 장소가 멀리 있거나, 휴식 없이 바로 연주해야 할 상황이면 체력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저는 연주 시작하기 전 초긴장 상태로 무대에 나가기 때문에 뇌성마비 장애 특성상 손에 강직이 발생하여 연주에 난항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주를 이어나가야 하죠. 그럴 때면 무사히 끝나기만을 바라죠.”라고 고충을 전했다.

김경민 씨를 비롯한 장애예술인들이 정부의 장애인 고용 관련 정책으로 취업하고 있다.(사진=뷰티플마인드)
김경민 씨의 연주 모습.(사진=뷰티플마인드)

김경민 씨는 정부에서 추진 중인 장애인 고용의무제도, 장애인 고용장려금제도 등을 알고 있었다. “제가 정부에서 지원하는 제도를 통해 취업했으니깐 잘 알고 있죠. 저는 장애인 고용을 위해 애써주시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장애인 고용도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하나의 방안이다.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 나가길 바라는지를 묻자, “장애인 인식개선 의무교육을 시행하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온라인 강의는 시행하고 있는 줄 압니다. 하지만 기업에서 직접 장애인 당사자를 초빙하여 교육하는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요, 장애인 당사자의 체험담을 들려주고 비장애인과 소통하는 장이 마련되면 더 현실성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라고 당부했다.

최근 비장애인도 취업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장애인이 취업의 문을 뚫는 것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장애인 취업 관련 제도가 취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장애인 고용의무제도를 넘어서 장애인 고용장려금제도를 이용하는 기관이나 기업이 더 많아지길 바라본다. 장애인의 자립이야말로 장애인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비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갖춰야 할 요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윤혜숙 geowi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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