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특보가 무색할 만큼 파란 하늘의 여름 날, 경기도 양평에 있는 세미원을 찾았다. 산림청은 지난 6월 전국에 등록된 국가정원 2곳, 지방정원 7곳, 민간정원 103곳 등 총 112개의 정원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한민국 정원여행’ 지도를 제작해 배포하였다. 2004년 개원한 세미원은 2019년 지정된 경기도 제1호 지방정원으로, 지도에 나와 있는 7개의 지방정원 중 하나이다.
지난 4월 우연히 들른 두물머리에서 세미원이라는 이름을 본 적이 있다. 사실 두물머리는 주말이면 도로로 빠져나가는 것만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유명 관광지였는데 우연히 방문했던 터라 두물머리와 세미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연꽃이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설명만 기억해 놓고 있다가 ‘대한민국 정원여행’ 지도에서 그 이름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7월의 세미원에서는 연꽃문화제(~8월 15일)가 한창이었다. 정원 곳곳에서 이제 막 꽃망울이 피기 시작한 화려한 연꽃이 세미원을 찾은 방문객을 맞이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세미원 안 연꽃박물관에서는 연꽃을 주제로 한 역사적 유물이, 연꽃문화 체험교실에서는 연잎차 만들기 등 연꽃을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강을 더 맑게, 더 풍요롭게’라는 목적을 가지고 탄생한 세미원의 랜드마크는 실로 수질정화 기능이 뛰어난 연꽃이라고 할 수 있었다.
‘프랑스식 정원’, ‘영국식 정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프랑스와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는 오랜 기간에 걸쳐 정원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유럽을 찾는 수많은 여행객은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과 같은 유명 관광지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정원에 방문한다. 물론 정원의 가치는 관광자원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정원은 회색빛 대도시에서 숨 가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이 숨통을 틔울 수 있는 도심 속 휴식 공간이다. 또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정원을 가꾸는 가드닝 산업의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 된다.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가 점차 심각해져 가는 가운데 국민 행복과 직결되는 산림청의 임무 또한 막중해지고 있다. 그에 따라 산림청은 선진국형 산림 경영과 관리를 통한 산림 르네상스 시대 창출, 숲에서 찾는 새로운 일상이라는 비전의 K-포레스트를 추진하며 양질의 일자리와 소득 창출, 모두가 누리는 국민 산림 복지와 행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하나의 콘텐츠로 여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대한민국 정원여행’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산림 정책 중 하나이다.
실제로 국토녹화 50주년을 기념하여 산림청에서 발표한 ‘2023년 산림에 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이 가장 만족하는 산림 정책은 ‘국토녹화’이며 다수의 응답자들은 정원 조성 및 관리, 정원문화(약 75%)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에 맞추어 산림청은 앞으로 계속해서 정원 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을 해서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얼마 전에 100호 민간정원을 등록하기도 했다. 국가, 지방 및 민간정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산림청 누리집(http://forest.go.kr/)에서 확인 가능하다.
정원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며 나도 모르게 어느새 자연과 ‘물아일체’가 되었다. 장마도, 더위도, 일도 잠시 잊고 연꽃 향기를 맡으며 연꽃 사이를 거닐었다. 일상 속 산림 치유의 효과를 몸소 체험한 것이다. 덕분에 몸도 마음도 힐링 한번 제대로 했다.
몸도 마음도 비우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정원을 걷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파리 서북쪽에는 아클리마타시옹 공원(Jardin d‘Acclimatation)이 있다. 서울시와 파리시가 자매결연 10주년을 기념해 2002년 이곳에 조성한 ‘서울공원’이 이미 20년 전부터 프랑스에서 대한민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있다.
K-음악과 영화, 드라마, 음식, 거기에 더하여 책과 뮤지컬, 씨름 등 다양한 한국 문화 콘텐츠가 K라는 이름을 달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이때, K-정원도 K-컬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 정원여행’으로 우리가 먼저 관심을 갖고 즐긴다면 전통 건축과 문화, 자연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K-정원은 충분히 세계를 사로잡을 또 하나의 K-컬처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