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10년 만에 돌아왔다. 아버지와 함께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둘러보고 왔다. 새벽에 잠시 내린 비 덕분에 대기 질이 좋아져 더욱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대한민국의 제1호 국가정원으로 그 환경적,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 공인 박람회로 30개국 이상에서 800만 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가 방문한 4월 15일에 이미 관람객 수 100만 명 돌파를 기념하는 경품 추첨행사를 안내하는 방송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실제 100만 번째 관광객이 탄생한 것은 지난 12일이라고 한다. 3월 31일에 개막식을 했고, 4월 1일부터 본격적인 박람회가 시작되었으니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100만 명이 순천만을 찾은 것이다.
‘정원에 삽니다’라는 주제를 내건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는 장소는 ‘도심권역’, ‘순천만국가정원권역’, ‘순천만 습지권역’의 세 권역으로 크게 구분된다. 나는 이 중에서 ‘순천만국가정원권역’을 중심으로 돌아봤다.
다른 두 권역에 대해 짧게 소개하자면, ‘도심권역’의 핵심 콘텐츠는 이번 박람회를 위해 새롭게 조성한 오천그린광장이다. 홍수 예방을 위한 시설인 저류지를 정원으로 탈바꿈시켰다고 한다. 특히 오천그린광장과 건너편의 풍덕경관정원은 입장료 없이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으며, 반려동물과 함께 방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순천만 습지권역’은 어려서부터 가을이 되면 종종 방문했던 곳으로 넓게 펼쳐진 갈대밭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번에는 시간 관계상 습지까지 둘러보지는 못했는데, 가을에 다시 한 번 순천을 찾을 이유가 생겼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알차게 즐기기 위한 첫 번째는 앱을 다운로드하는 것이다. 순천만국가정원 이용권 예매는 물론이고 실시간 혼잡도 확인, 도슨트(음성 해설) 등 유용한 기능이 풍성하게 탑재돼 있다.
이용권은 현장 구매가 가능하지만 온라인으로 미리 구매해서 갈 수도 있다. 특히 주말처럼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온라인 구매를 추천한다. 온라인으로 구매 시 카카오톡으로 알림톡이 오는데, 링크를 누르면 QR코드로 된 티켓이 나온다. 가격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보통권이 1만5000원인데, 예매 사이트에서 통신사 및 카드 할인 혜택을 안내하고 있으니 한번 확인해 보자. 또한 순천 시민에 한해 보통권, 2일권, 야간권이 할인되고, 전남도민은 전기간권을 반값에 살 수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부지런히 둘러보더라도 반나절은 족히 걸릴 정도로 내부가 넓다. 그러니 곳곳에 비치된 안내 팸플릿이나 앱에 들어 있는 지도를 보고 미리 동선을 계획한 다음에 움직이는 게 좋다. 내가 갔을 때는 호수공원 쪽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기 때문에 ‘꿈의 다리’를 건너 한국정원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꿈의 다리는 순천만국가정원 서편과 동편을 잇는 다리인데, 그 자체로도 하나의 설치미술품이다. 외벽은 설치미술가 강익중의 유리타일 작품으로 꾸며져 있고, 내벽은 세계 16개국 14만여 명의 어린이가 보내온 그림으로 빼곡하다.
그림 하나하나에는 어린이들의 꿈이 담겨 있다. 꿈의 다리를 건너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경험이었지만, 꽃가루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도 있었다. 개화기가 한창이었던 탓에 거의 눈이 오는 것처럼 꽃가루가 휘날리고 있었다. 알레르기가 심한 체질이 아님에도 마스크를 낄 수밖에 없을 정도였고, 눈도 조금 간지러웠다. 봄이 지나고 나면 괜찮아지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마스크와 인공눈물을 꼭 챙기라고 권하고 싶다.
정원 서편에는 스카이큐브를 탈 수 있는 정원역이 있다. 스카이큐브는 국내 최초의 소형 무인궤도차로 ‘순천만국가정원권역’의 정원역과 ‘순천만 습지권역’의 순천만역을 연결한다. 쉽게 말하자면 정원과 습지 사이 약 4.6km 거리를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미니 열차다. 매일 아침 9시 30분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운영하는데 미리 예매를 해야 한다. 입장권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예매를 해도 되지만 앱을 통해 온라인으로 미리 예매할 수 있다. 아이들, 또는 어르신과 함께 오는 가족 여행객에게 추천하고 싶다.
국가정원을 돌아보면서 여타 관광지에 비해 유모차나 휠체어가 자주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국가정원 산책로 대부분이 계단으로만 이루어지지 않고 옆에 경사로가 함께 마련되어 있었다. 이와 같은 세심한 배려는 앞으로 다른 행사를 진행할 때에도 참고했으면 좋겠다.
한국정원 정상의 경치는 정말 장관이었다. 멀리 오천그린광장과 풍덕경관정원까지 내려다보였다. 다시 동편으로 건너오자 정원드림호가 눈길을 끌었다. 순천만의 아름다운 풍광을 뱃놀이를 하며 즐기고 싶다면 정원드림호가 제격이다. 다만, 온·오프라인 발권이 모두 가능한 스카이큐브와 달리 정원드림호는 온라인 발권이 우선이며 현장 발권은 빈 좌석이 생겼을 때에만 가능하다.
세계정원을 둘러보는 사이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사람도 밝을 때보다 한결 줄어들었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이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며, 매표 및 입장은 오후 8시까지 가능하다. 하절기(6월 1일~8월 31일)에는 이용 시간과 매표 및 입장 시간이 모두 한 시간씩 늦춰진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순천만을 찾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한적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이른 저녁을 먹고 야간권으로 입장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듯하다. 조명이 켜지고 나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되는데, 특히 호수정원 일대의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지만 사소한 부분에서 아쉬움도 있었다. 나와 아버지는 차를 가지고 방문을 했는데, 주말이었음에도 주차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주차장이 넓었다. 그런데 어두워진 후에 주차장을 나가려고 하니 주차장이 매우 어두웠고, 어디로 나가는 건지 알기 힘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낮에 주차를 하러 들어올 때는 주차장 곳곳에 배치된 직원들의 수신호 덕분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런데 밤이 되어 직원들이 퇴근을 하고 나자, 출차 방향을 알려주는 전광판이나 가로등이 부족한 게 적잖이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이런 점이 개선된다면 더욱 완벽한 박람회가 될 것이다.
정말 멋있는 박람회인 만큼 직접 가서 보고 즐기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메타 가든(Meta Garden)’도 제법 흥미롭다. 메타버스 세계에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구현해 놓은 것인데 만듦새가 상당히 좋다.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드는데, 아이들이 참 좋아할 것 같다. 메타버스로 먼저 박람회 곳곳을 살펴보고 직접 방문한다면 훨씬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이다. 메타 가든 관련 SNS 이벤트도 진행 중이니 다음 링크(https://scbay.suncheon.go.kr/expo/0020/0005/)를 한번 방문해 보자.
이번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나의 큰 기대를 만족하고도 남을 만큼 훌륭했다. 이번 박람회는 10월 31일까지 계속된다. 계절마다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만큼 여러 차례 방문하는 것도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