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 저녁 8시 30분, 어스아워(세계자연기금이 주관하는 환경 캠페인으로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에 열리는 소등행사). 우리 가족은 지구를 위한 60분 소등행사에 참여하면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오랜만에 촛불과 야광 등을 꺼내 거실에 아이들과 둘러 앉아 집콕 캠프파이어로 분위기를 내봤다. 맞은편 아파트에서도 소등행사를 실천하는 세대들을 보며 공감대도 형성됐다.
그동안 학교와 회사생활로 나누지 못했던 소소한 이야기부터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귀신 이야기를 할 때는 아이들이 무섭다며 이불 속에 들어가는 등 흥미로운 60분이었다. 아이 학교에서도 4월 한 달 간 지구를 구한 일을 발표하는 등 탄소중립은 어느새 교육현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내가 아이와 함께 소등행사에 참여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매년 평년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올해는 벚꽃 없는 벚꽃 축제가 열려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에 놀랐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온실가스가 계속 배출된다면 몇 년 후에는 2월에 만개한 봄꽃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이 같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막고 우리 삶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탄소중립생활 실천이다.
지금 당장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기후변화주간(https://www.gihoo.or.kr/earthday2023)의 다양한 이벤트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환경부는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1주일간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바로 4월 21일부터 27일까지 제15회 기후변화주간을 운영해 국민에게 탄소중립 필요성을 알리고 실천 방법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먼저 4월 17일부터 온라인 줍깅 이벤트로 기후변화주간의 포문을 열었다. 줍깅은 줍다와 조깅의 합성어로 환경보호를 하면서 동시에 건강을 함께 단련한다는 점에서 MZ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캠페인이기도 하다. 미세먼지와 황사로 수업이 단축되는 상황에서 아이와 함께 온라인 줍깅(https://zep.us/play/DEJeYG) 미션을 수행해봤다.
메타버스 공간이 낯선 나와는 달리 아이는 디지털 수업이 익숙한 세대라 금세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온라인 줍깅 가상공간에는 숲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초록 들판 곳곳에 10개의 미션이 숨겨져 있었다.
‘옷은 오래 입는 것도 탄소중립 실천이다?’
아이는 고민도 없이 ‘그렇다’ 버튼을 클릭했다. 버려지는 옷 대부분이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되어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기성제품을 리폼해서 입거나 나눔 하는 것도 탄소중립 실천라는 걸 알아두면 좋겠다.
‘냉장실은 냉기가 빠지지 않도록 꽉 채워야 한다?’
두 번째 미션은 내 마음을 따끔하게 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면 냉장실이 꽉 차기 때문이다. 냉장실은 냉기가 잘 순환될 수 있도록 60%만 채우는 것을 권장하며, 냉동실은 냉기가 빠지지 않도록 꽉 채우는 것이 좋다는 해설 메시지로 생활 속 꿀팁을 배울 수 있었다.
‘의약품과 건전지는 일반쓰레기다?’
가끔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가면 의약품과 건전지를 일반쓰레기에 버리는 사례를 종종 목격했다. 의약품은 약국 혹은 보건소에 가서 폐의약품 전용수거함에 담아야 한다. 건전지도 마찬가지다. 우리 몸에 유해한 중금속 카드뮴이 들어 있어 일반쓰레기로 버리면 토양을 오염시키므로 반드시 폐건전지 수거함에 따로 버려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겠다.
이렇게 미션을 통과할 때마다 스탬프를 모을 수 있었다. 아이는 하나씩 성공할 때마다 작은 성취감을 맛보며, 탄소중립을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4월 21일 기후변화주간 개막식 행사를 시작으로 1주일 간 우리가 지구를 구하는 행동실천 요령이 미션처럼 주어진다는 점도 흥미롭다. 특히 4월 22일 지구의 날 53주년을 기념해 저녁 8시부터 10분간 소등행사가 진행된다. 아이는 지난 달 경험한 소등행사의 즐거운 추억 때문인지 벌써부터 기대된다며 설레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의 작은 실천이 지구를 밝히는데 힘을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4월 24일부터 25일은 녹색소비의 날로 탄소중립포인트 2배 적립 이벤트가 열린다. 탄소중립포인트(https://www.cpoint.or.kr/netzero/main.do) 누리집에 가입해 전자영수증 발급, 커피전문점에서 텀블러 이용하기 등 10가지 넘는 녹색생활을 실천하면 2배의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대되는 프로그램은 4월 26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자원순환의 날이다. 국민이 참여하는 헌옷 리폼 챌린지부터 1회용품 없는 그린캠퍼스 선언식 등이 열린다. 주위에서 안 입던 청바지로 앞치마와 에코백을 만드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는데, 기후행동 1.5도 앱을 활용하면 국민 누구나 챌린지에 참여할 수 있다.
기후행동 1.5도 앱(https://www.c-action.kr/web/index.html)은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그 이유는 각 학교별로 스쿨챌린지에 맞춰 기후행동에 관한 꿀팁을 얻을 수 있으며, 줍깅 1.5도 코너에서는 쓰레기도 줍고 점수도 쌓는 환경게임에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천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면 기후행동 실천일기 코너와 함께 10가지 행동에 도전한다면 실천완료 도장을 쾅쾅 찍으면서 소확행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소등행사에 참여하면서 지구를 위한 10분이 얼마나 큰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게 됐다. 10분 동안 소등에 참여할 경우 30년생 소나무 7900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같은 52톤의 감축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짧은 10분일지라도 지구에게는 수천 그루의 소나무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기 때문에 긴 시간을 버는 셈이다. 올해 기후변화주간에는 우리 모두 지구를 구하는 행동실천에 적극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