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 이맘때가 되면 운동장 바닥은 물로켓 때문에 곳곳이 젖어 있었고 하늘에는 고무동력기가 날아다녔다. 손재주가 영 신통찮았던 나는 주로 과학을 주제로 한 글짓기 행사에 참여하곤 했다. 그렇다. 4월은 과학의 달, 그 중에서도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성인이 된 후로는 까맣게 잊고 지냈었는데 자투리 시간에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정부출연기관 테크노믹스 오디션’을 홍보하고 있었다. 최첨단 과학기술에 관한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라고 하는데, 메타버스로도 참여할 수 있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메타버스 행사가 궁금하기도 했고, 또 오랜만에 과학 관련 교양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번 접속해 봤다.
행사는 국내의 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진행됐다. 태블릿으로 접속하니 귀여운 아바타가 나타났고, 주변은 실제 행사장처럼 꾸며져 있었다. 간단히 방명록을 남기고 오디션존으로 이동했다. 오디션존은 마치 콘서트장처럼 되어 있어 강연을 보는 재미를 더했다. 아바타를 자리에 앉히고 오디션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오디션에는 총 일곱 팀이 참가했다. 각 팀은 서로 다른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들고 나왔다. 폐플라스틱 자원화에 대해 이야기한 ‘폐플라스틱 에너지 생산 플랜트(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소형 심우주 수송선 개발을 주제로 한 ‘BEST(한국항종우주연구원)’ 등 프레젠테이션이 이어졌다.
모든 발표가 전문적인 내용임에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잘 전달되었다. 한 팀도 빠짐없이 유익하고 흥미로웠지만, 그 중에서도 마지막 순서였던 인공와우 기술이 개인적으로 가장 신기했다. 고막의 떨림을 활용해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인공와우를 구동한다는 구상이 마치 SF소설 속 이야기 같았다.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가 많지만, 하루빨리 상용화되어 청력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부출연기관 테크노믹스 오디션’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https://www.youtube.com/live/iLTg1VXnxkg?feature=share)
이외에도 4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서 준비한 다양한 행사가 줄줄이 이어진다. 4월 21일 과학의 날 전후로 2023 대한민국 과학축제(대전엑스포시민광장 및 엑스포과학공원), 봄 사이언스 데이(국립중앙과학관), 해피사이언스 축제(국립과천과학관) 등이 개최된다.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이 어렵더라도 좌절할 필요가 전혀 없다. ‘4’ 챌린지 이벤트, ‘내가 전생에 과학자였다면?’ 등 여러 SNS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4’ 챌린지 이벤트는 몸으로 숫자 4를 표현한 사진을 찍고, 이것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이벤트이다. 참가자 중 200명을 뽑아 커피 쿠폰을 지급하고, 창의적인 사진을 올린 사람 20명은 치킨 쿠폰까지 얻을 수 있다.
한편 ‘내가 전생에 과학자였다면?’의 경우 요즘 유행하는 MBTI 검사와 상당히 비슷하다. 아래 링크(https://www.scienceall-scienctist-pastlife-test.com/)로 접속해 20가지 질문에 답을 하면 자신의 성격과 가장 닮은 과학자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나도 한번 참여해 봤더니 앨리스 캐서린 에반스라는 과학자가 나왔다. 식품 안전 분야에 중요한 공헌을 한 미국의 미생물학자라고 한다.
질문도 재미있었고, 전혀 몰랐던 과학자에 대해 알 수 있어 재미와 지식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기분이었다. 검사 결과를 필수 해시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후, 이벤트에 참여하면 역시 50명을 추첨해 커피 쿠폰까지 지급한다고 한다. 더 다양한 행사 정보는 사이언스올(www.scienceall.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과학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더 부강한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뛰어난 과학 인재를 더 많이 배출해야 함은 분명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과학의 날을 기념하고 즐기는 풍토가 만들어진다면, 분명 우리나라 과학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