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가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서울. 알싸한 바람이 불어오는 서울 한복판에서 오랜만에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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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처럼 유익하고 아늑하게 아세안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한-아세안센터 홀. |
이곳, 카페 같나요?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 8층에 위치한 한-아세안센터 홀인데요. 시청 옆이라 교통이 편리해 어느 곳에서든 오기 수월하죠. 또 아세안 10개 국의 수공예품과 직물, 미술작품 등이 상설 전시되고 아세안 관련 도서를 볼 수 있으며, 차 등을 마실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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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 8층에 위치한 한-아세안센터. 유리문 앞에 벨을 누르면 열어준다. 무료로 전시와 책을 볼 수 있다. |
공교롭게도 오늘 점심시간을 이용해 만난 친구들 중에는 베트남어를 전공한 L씨와 말레이·인도네시아어를 전공한 Y씨가 함께 했는데요.
학창시절부터 30여년 다져온 우정만큼 30년이 된 한-아세안 관계. 왠지 좀 더 흥미가 있어 보이지 않나요? 두 언어를 전공했던 이들은 한-아세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저(K)를 포함해 편의상 알파벳으로 칭해보겠습니다.)
K : 얼마만이니? 예전과 똑같네. 근데 이곳도 그런 거 같아. 여기 6년 전에 처음 와봤는데, 그때 특이하게 본 의자가 여전히 있어 반갑더라. 어쩐지 여기서 만나니 아세안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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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처음 방문했을 때 마음에 들었던 의자. 자연친화적 소재를 바탕으로 제작된 치키타 스툴. 원형 라탄막대들이 앉는 자의 체형에 따라 탄력적으로 움직인다. (필리핀 작) |
Y : 그렇지 않아도 오다 보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홍보물이 건물에 걸려 있더라.
K : 그래 곧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가 열리니까.
Y : 학교 졸업하고 얼마만인지, 신기하게 옛날 생각나더라.
L : 직접 회의가 열리는 부산에 가면 더 많은 걸 볼 수 있겠네.
K : 아무래도 그렇겠지만, 아세안은 서울서도 만날 수 있어. 얼마 전, 저 서울광장에서는 카페 아세안이 열렸거든. 10개국 커피를 스페셜 블렌딩 해 한 잔에 담은 ‘아세안 커피’를 만날 수 있었지. 또 새로 생긴 노들섬 노들서가와 동작 구름카페에서는 아세안 특별도서전이 열렸었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곳 한-아세안센터에서 상설전시로 만끽할 수 있으니, 여러 곳에서 마주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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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시품. |
L : 그렇지 않아도 저기 전시된 수공예품을 보다보니 잠시 베트남에 갔었던 생각이 났어.
K : 맞아, 너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하노이 갔다 왔었잖아.
L : 기억하는구나. 그때 마신 베트남 커피에 반해 지금도 커피를 좋아하잖아. 그때는 요즘처럼 베트남 음식이 한국에서 맛보기 어려웠지. 베트남에서 직접 내리는 달달한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아직도 잊지 못하겠더라고.
Y : 맞다. 얘는 앞으로 베트남이 유망할 거라고 소신 있게 전공을 따라 갔었잖아. 솔직히 나는 우리 과 특성을 잘 모르고 갔는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같은 언어를 쓴다는 걸 알고 흥미가 생긴 경우지.
L : 두 나라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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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전시품. |
Y :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인도네시아 말을 하면 이해하는데, 반대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알아듣기 어렵다고 하더라고. 그래도 단어만 좀 다르고 남·북한처럼 서로 소통이 된다는 사실이 재밌더라.
K : 그래? 신기하네. 베트남어과는 어땠어?
L : 우리 학번까지는 여자들이 적었어. 그런데 후배들부터는 많아지더라고. 베트남과 이렇게 친해지리라는 걸 알았나봐. 요즘은 많은 곳에 베트남 관련학과가 개설됐고 여기저기서 베트남 음식점이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Y : 축구 덕분에 더 친근해진 거 같기도 해.
K : 그러게. 난 요전에 베트남 축구하는데 열심히 응원했잖아.
L : 결혼 이민자 약 37%가 아세안 국가 출신이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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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시가 열렸던 용산공예관(왼쪽)과 퀴논길 계단에 그려진 그림(오른쪽, 사진출처=용산구청) |
K : 그렇지. 많은 한-아세안 가족들을 만나게 되지. 용산구에는 베트남 퀴논길이라는 곳도 있어. 거기 가면 베트남 관련한 벽화나 베트남 모자를 상징으로 만든 시계탑이 있어.
Y: 시간 되면 그곳도 가보고 싶네. 그런데 이곳만 해도 아세안에 대해 꽤 많은 걸 볼 수 있어 좋은 걸. 몰랐던 게 아쉬워 다시 올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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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작품들. 까만 조각품은 미얀마 불교 승려를 표현한 작품이다. |
K : 응. 한-아세안센터 역시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아서 미디어 포럼과 아세안 위크 및 아세안 트레인 등을 열었거든. 한-아세안센터는 아세안 무역진흥이나 투자진흥, 기술협력 및 역량강화를 위해 여러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이야. 또한 청년들과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잘 돼 있지. 특히 아세안 스쿨투어 프로그램은 매우 반응이 좋아 올해 약 1900여명이 받았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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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구 아세안’을 주제로 아세안 홍보 포스터 디자인 활동에 열중하고 있는 서울 신동중학교 학생들.(출처=한-아세안센터 제공) |
Y : 우리 아이도 참여하면 재밌어 하겠는 걸.
K : 그래. 교육부에서 인증하는 기관 프로그램이고 아세안 국가 외교관들이 와서 들려준다니 유익할 거 같아. 요즘은 아세안 국가에서도 온다더라.
Y : 아세안은 한국과 발효음식도 비슷하고 그중 메콩강 유역 5개 국은 식민지배를 겪어 더 가까운 느낌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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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는 아세안 관련 서적들을 읽을 수 있다. |
K : 잠깐 난 메콩 5개 국이 어디인지 매번 헷갈리더라.
L : 미얀마, 라오스,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또한 메콩 5개 국은 아세안 10개 국에 속해있는 국가지.
Y : 난 인도네시아 나시고랭과 미고랭을 좋아하는데. 점심 먹었는데 또 먹고 싶네.
K : 어, 나도 얼마 전에 베트남 전시회에 가서 반뎃이라는 떡을 처음 먹었는데, 색감도 예쁘고 입맛에 맞더라.
L : 그래, 그럼 우리 다음에는 퀴논길에서 아세안 음식을 먹고 베트남 커피를 마셔보기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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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전시품. |
K : 오 정말 기대되는 걸. 참 너희 11월 20일부터 12월 11일까지 ‘2019 아세안 환대주간’이란 거 알아? 각 나라에 아는 지인들 있으면 알려줘. 인천공항 입국심사장에 영어, 베트남어, 태국어, 마인어 안내책자가 배치되고 웰컴키트를 주며 여러 행사를 진행한다고 해. 이렇게 점점 많은 친구들이 우리나라를 즐기게 되면 좋겠어.
Y : 그래, 우리도 일단 서울에서 즐기고, 나중에는 꼭 아세안으로 놀러가자~ 오늘 옛 대학시절 생각도 나고 전시도 보고 이래저래 즐거웠어. 나중에 애들이랑 다시 와야겠다.
K : 그래 엄마가 전공한 언어를 쓰는 나라니까 관심이 더 생기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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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센터에서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홍보하고 있었다. |
한-아세안 덕분이었을까요? 오랜만에 만났지만 어색함 없이 대화가 흘렀고 돌아서는 발걸음도 외롭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저마다 갖고 있던 아세안에 대한 옛 추억들이 차가웠던 날씨를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하는데 한몫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비슷한 기간을 알아온 한-아세안 역시 점점 끈끈해지겠죠. 모두가 상호번영의 동반자관계로 나아가길 바라니까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부산에서 열리지만, 아세안 문화는 서울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다가올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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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센터 아세안홀에서 여러 프로그램과 전시, 책자 등을 이용할 수 있다. |
한-아세안센터
https://www.aseankorea.org/kor/
운영시간 : 월~금, 9:30~17:30
주말(토,일) 및 국정 공휴일 휴관
문의: 02-2287-1177
이메일 : info@asea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