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48분. 남자가 고용연금 담당자와 통화하기 위해 기다린 시간이다. 축구경기 시간보다 길다. 남자는 통화대기 전용클래식 비발디의 ‘봄’을 들으며 가만히 있지 않는다. 약을 먹고, 밖을 바라보다 이웃과 말다툼을 하고, 나무를 깎아 뭔가를 만들거나, 택배를 받는다.
그리고 통화가 된 담당자에게 질병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았다는 말을 듣는다. 속 터질 노릇이다. 통화요금은 어쩔거냐 묻자 죄송하단다. 2016년 개봉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속 장면이다. 그 와중에도 범 세계적으로 일관성 있는 통화대기 음악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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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자에게 부과되는 대표전화 통화요금.(출처=픽사베이) |
현실도 그랬다. 나의 물건을 분실한 택배회사나, 전자제품에 문제가 생겨 전화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연금이나 복지 등 국민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부기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표전화로 건 통화요금의 대부분은 발신자 부담이었다.
뿐만 아니다. 후혐구처럼 반복되는 일방적이고 불필요한 자동응답 안내메시지를 들어야 했다. 문자 앱으로 연결하라는 첨단기술의 조작을 요구할 때는 몹시 당황스럽다. 원하는 서비스 상담을 위해 몇 번이고 재발신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그래서다. 확 피곤해지는 순간들이다. 별 문제 아니다 싶지만 조금 따져보면 문제가 된다.
보편적 복지를 담당하는 기관에 거는 전화 또는 제품의 하자 등을 이유로 전화를 거는데 대표번호의 비싼 통화요금까지 부담해야 한다면 좀 억울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익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전화통신 요금을 무료로 할 것을 지적했고, 발신자 통화요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정부가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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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콜센터 홈페이지. |
지난 4월 19일 정부는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을 개정했다. 대표번호는 발신자인 고객이 아닌 수신자인 기업이나 기관에서 통신요금을 부담하도록 한 거다. 도입 5개월이 됐지만 참여율은 저조했다. 정부기관과 대기업의 자발적 수신자 부담 번호 도입이 요구됐다.
이에 정부는 ‘국민콜 110’의 통화요금을 무료로 전환했다. 지난 10월 7일부터다. ‘국민콜 110’은 2007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정부 대표전화다.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등 316개 공공기관의 민원 관련 상담과 안내 서비스를 365일 24시간 제공하며, 전국 어디에서나 국번 없이 110번으로 전화해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여러 단계의 자동응답을 거치지 않고 전문 교육을 이수한 110 상담사가 직접 상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25만 콜을 상담·안내한 국민콜 110은 국민들에게 보다 편리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카카오톡 등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하지만 서비스의 통화요금은 발신자 부담이었다. 3분당 42.9원이라는 통화요금은 아무런 안내 없이 빠져나갔다. 사람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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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7일부터 국민콜센터 110번이 무료로 전환됐다.(출처=국민권익위원회 블로그) |
국민콜 110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다양했다. 정부 주최 행사나 교통정보센터, 혹은 교육부에 통화할 일이 있어도 검색 없이 110번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뿐만 아니다.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의 상담 서비스나 통계청, 국세청 등의 전문상담을 대행하고 있다. 아울러, 수화상담과 채팅상담, 문자상담이 가능하며 직장인들을 위해 특정한 시간에 상담을 신청할 수도 있다.
경찰서는 112나 소방서는 119처럼 금방 떠오르는 정부대표번호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기억하자. 국민콜센터 110으로 전화요금 부담없이 편하게 상담받을 수 있다. 이제 무료로 전환된 국민콜 110을 자주 사용하게 될 것 같다.
더불어, 바란다. 국민콜 110을 시작으로 국민을 위해 제공되는 특수번호와 수많은 대표전화의 통화요금이 개선되기를 말이다. 기업 스스로 소비자의 부담을 떠 안으려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서비스의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