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실이 나오면 병실을 옮기는 조건이었다. 2인실은 조용했다. 아픈 오빠의 보호자였던 나는 그렇게 서울의 대학병원 생활을 시작했다. 오빠는 무엇보다 화장실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자 6인실로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간 지나자 다시 2인실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병원의 시스템이 그랬다. 더 많은 환자들에게 보험적용을 받는 병실의 혜택을 주기 위해서라 했다. 오빠가 입원한 병실의 환자들은 대개 중증이었고, 병원생활을 오래 이어갈 가능성이 많았다.
하루에 2십만 원 가까운 병실료를 내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6인실 사람들은 그렇게 며칠에 한 번씩 짐을 싸야 했다. 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환자나 보호자 모두에게 지치고 서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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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별로 더 좋아지는 건강보험 혜택.(출처=보건복지부) |
이제 이런 걱정을 조금은 덜 수 있게 됐다. 다음 달부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2~3인실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소식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대형병원 2~3인실 1만5,217개 병상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케어’라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후속 조치다.
이에 병실이 부족해 2~3인실 비급여 병실에 입원했던 환자들의 입원료가 경감될 거라 기대한다. 고마운 일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2인실 입원비가 다음 달부터 평균 23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2등급인 32개 대형 대학병원 2인실 입원비는 평균 15만4,000원에서 8만1,000원으로, 3인실은 9만2,000원에서 4만9,000원으로 낮아진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종합병원은 10만 원대였던 2인실 비용이 4만~5만 원 정도로 내려가고, 3인실 비용도 7만 원에서 3만 원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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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상복부(간, 담낭, 췌장 등) 초음파에 이어 12월에는 하복부(소장, 대장, 충수) 초음파의 건강보험적용도 추진된다.(출처=픽사베이) |
현재 병실 건강보험 적용은 4인실 이상에만 되고 있다. 2~3인실은 기본입원료만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나머지는 ‘병실 차액’ 항목으로 환자가 100% 부담하고 있다.
병원마다 큰 차이를 보였던 2~3인실 입원료도 4인실 입원료 기준으로 표준화된다. 3인실은 4인실 입원료의 120%, 2인실은 150%(종합병원)∼160%(상급종합병원)를 받게 된다. 이에 보험적용 2인실 입원비는 최고 19만1천 원이 줄어들고, 3인실 입원비는 최고 13만3천 원이 감소한다고 복지부는 밝혔다.
환자 부담비율을 4~5인실과 같게 정하면 2~3인실로 환자들이 몰릴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2인실은 환자가 전체 입원료의 40~50%를, 3인실은 30~40%를 내도록 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4인실은 환자가 20~30%, 5인실은 20%를 내고 있다. 아울러,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총 병상 중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건강보험 적용 병상 비율을 현행 70%에서 80%로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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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 발표된 후 간병비, 선택진료(특진)비, 상급병실료 등 이른바 ‘3대 비급여’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출처=픽사베이) |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의료복지가 반가울 따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해 8월,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대책을 발표하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 강조했다.
계획한 정책들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간병비, 선택진료(특진)비, 상급병실료 등 이른바 3대 비급여가 단계별로 급여화 되고 있으며, 자기공명영상촬영(MRI)과 고가 함암제, 어린이와 청소년의 진료비 부담이 줄어들고, 난임시술 또한 소득에 관계없이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치매 의료비 역시 국가가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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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대폭 낮아지고, 소득과 재산이 많은 상위 2∼3%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오르는 건보료 부과체계 1단계 개편이 시작된다.(출처=국민연금공단) |
뿐만 아니다. 7월부터 65세 이상 임플란트 비용이 50%에서 30%로 내려간다. 나이가 많은 어른들일수록 병원을 자주 다니는 게 현실이다. 이에 어르신들의 외래 진료비용이 개선되고, 장애인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이 확대되며, 저소득층이 연간 지출하는 건강보험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논란이 됐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시작되는 거다. 정부는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줄이고, 고소득층 역시 능력에 맞게 조정하는 방향으로 건강보험료 체계를 개편하고자 했다. 이에 7월부터 지역가입자 593만 세대는 건강보험료가 2만2천 원 인하되고, 소득·재산 상위 2∼3% 지역가입자 32만 세대는 보험료가 인상된다.
이 모든 의료정책을 담고 있는 ‘문재인 케어’는 2022년까지 국민 모두가 어떤 질병에 걸려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발이 거세지만 분명한 것은, 몸이 아픈 환자나 그 가족에게 의료복지는 생명이 걸린 절실한 문제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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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관련해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환자들을 격려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출처=청와대) |
오빠는 여러 병원에 입원을 반복했고, 어떤 병원의 비급여 항목은 20여 가지나 됐다. 몇 개월째 입원 중인 환자의 혈액형 검사의 필요성을 문의하니 의사는 해야 할 검사였다며 불쾌함을 내비쳤다. 철저한 을의 입장이었기에 기운이 빠지는 순간이었다.
환자가 전액 치료비를 냈던 비급여 진료항목은 3,8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모든 국민이 건강하게 치료 받아 질 좋은 삶을 누리기 바라는 문재인 케어가 계획대로 완성됐으면 좋겠다. 국민을 위한 정책이 성공해야 한다. 아울러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국민의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