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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희망 싣고 달리는 ‘100원 택시’

교통 불편한 서천군 시골마을 전담택시 등장…마을버스 대신 100원 택시로 경비 절감

2014.04.21 정책기자 고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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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 꼬불꼬불 굽이굽이 엮인 길. 걷기도 힘든 길을 어르신들을 태운 택시가 흥겹게 달리고 있다. 어르신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게 한 100원의 행복, 충남 서천군의 한 시골 마을에서 운행되고 있는 희망택시이다. 지난 4월 8일 ‘100원 희망택시’가 운행되고 있다는 충남 서천군을 찾았다.

60세 이상 어르신들만 모여산다는 서천군 판교면 흥림2리는 마을 한가운데에 위치한 저수지로 인해 고립된 마을이 돼버렸다. 이곳 어르신들은 판교면 오일장과 서천군에서 열리는 서천오일장을 주로 이용하는데, 그동안에는 판교면까지 나가려면 5,000원, 서천읍까지 나가려면 10,000원 이상의 택시비를 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 희망택시가 운행되고 있는 마을 중 한 곳, 서천군 판교면 흥림2리
희망택시가 운행되고 있는 서천군 판교면 흥림2리.

그런데 희망택시가 등장하면서 이런 부담이 많이 줄었다. 이제 판교면까지는 100원, 서천장을 가는 데는 1,300원이면 충분하다.

“서천장은 거리가 너무 멀잖아. 그래서 가까운 판교장으로만 가끔 갔지, 버스 타구유. 이제는 택시 타도 100원만 내면 되니까. 병원도, 판교장도 자주 가.” (주민 노희남·81세)

“늙은 사람들은 여기서 바로 택시 타고 가니까 세상 좋지~ 안 그럼 걸어가야지. 걸어서 가려면 한 40분 걸리지. 젊은 사람은 이 동네에 한 사람도 없슈.” (주민 조월련·78세) 

△ 희망택시 기점중 하나인 흥림2리 경로당

흥림2리의 희망택시 기점인 경로당.

택시가 다니기 전에는 어떻게 시장과 병원을 오갔는지 여쭤봤다. “그 전에는 콜택시를 불렀지. 4명이 타고 가려고도 안 했슈. 그냥 다 따로 갔지. 버스 탈 사람은 저기까지 걸어가고, 우리 부부는 경운기 타고 댕기고. 추울 때는 길이 미끄러우니까 장이고 병원이고 댕기지도 못하지.” (주민 조월련·78세)”

희망택시의 장점만 내내 말씀하시던 어르신들에게 필자는 단점도 솔직히 말씀해 달라고 하자, 이옥동 어르신은 “나쁜 점이 뭐 있슈. 좋기만 하지~”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드신다.

“두 명이 타도 100원, 세 명이 타도 100원. 부담이 없으니까 좋지. 택시비 100원은 서로 내려고 그래.” (조희남·81세)

△왼쪽부터 조월련 어르신 (78세), 이옥동 어르신 (66세)

마을 어르신들은 희망택시의 등장이 반갑기만 하다. 왼쪽부터 조월련 어르신(78세), 이옥동 어르신(66세).

 
무엇보다 어르신들은 택시비가 100원이라는 것에 매우 흡족해하셨다. 버스비보다 저렴하니 언제라도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여기 사는 늙은이들 참 편해졌어. 사실 촌에 와서 사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돈 없어서 촌으로 많이 오지. 누가 이런 곳으로 먼저 손들고 오려고 그러겠어. 그런데 이제는 택시도 다니고, 참 살기 편해졌지. 여름에는 시원하게 병원 가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시장 가고. 장 다 보면 시장 앞에서 택시를 타고 마을까지 오거든. 무거운 짐 있을 땐 택시기사가 짐도 집까지 가져다 주더라고. 어찌나 편한지 몰라. 택시 하나로 마을이 확 살아났어. 좋아요, 희망택시!” (주민 조월련·78세)

내내 미소 지으며 인터뷰에 응하던 주민 조월련 씨는 이 마을에서 거주한 세월이 거의 60년이 다 돼간다고 했다. 마을을 오가는 사람들을 많이 봤지만 결국 젊은 사람들은 다 떠나버리고 60세 이상 노인들만 마을을 지키고 있다는 것.

그렇게 어르신들만 남은 마을은 침체되고, 점점 고립돼가는 듯 했지만 희망택시가 다니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파도 택시비가 아까워 끙끙 앓기만 하던 어르신들이 택시를 타고 병원에 자주 가게 됐고, 직접 재배하는 채소를 팔러 시장에도 나가면서 마을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택시 한 대가 마을 분위기까지 바꿔놓고 있었던 것.

 △ 희망택시 운행시간표, 각 마을마다 운행일과 시간, 기사가 다르다.

희망택시 운행시간표. 마을마다 운행일과 시간, 기사가 다르다.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택시 시간표를 확인한다.

 
흥림2리를 비롯해 희망택시가 다니는 마을 23곳의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는 버스시간표가 아닌 택시시간표가 붙어있다. 마을별로 전담택시가 한 대씩 있으며, 택시 기사는 그 마을에 사는 주민이거나 마을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택시의 기사가 맡았다.  

택시는 1주일에 3~4일간 서천읍과 판교면 장날을 중심으로 운행하며, 주민들이 요청한 날짜에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으로 가서 주민들을 태우고 면소재지 또는 읍내로 간다. 택시를 타고 읍내로 나온 주민들은 병원과 장보기 등의 볼일을 마친 뒤 다시 정해진 시간에 택시를 타고 마을을 돌아오는 식이다.

택시는 여느 택시와 마찬가지로 미터기를 켜고 운행하지만 서천 읍내로 가는 주민들은 1인당 버스요금과 동일한 1,300원만 내면 된다. 또 마을에서 판교면 소재지까지 갈 경우에는 몇 명이 타든 택시 한 대당 100원만 내면 된다. 그 이상의 요금은 군에서 운행 횟수 등을 따져 정산한 뒤 마을 이장을 통해 담당 택시기사에게 전달한다. 콜택시를 타면 1만 원 이상의 요금이 나와서 병원 가는 것조차 망설였던 어르신들에게 희망택시는 그야말로 희망이자 든든한 효자인 셈이다. 

△ 버스가 다니지 않는 길, 흥림2리

흥림2리의 도로. 평상시 경운기와 트랙터가 다니는 이 길에 어느 순간부터 희망택시가 달리기 시작했다.

서천군 마산면 시선리 탑시마을을 담당하고 있는 권오섭 기사(55)는 “택시를 운전하면서 100원, 그 이상의 것들을 얻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택시 운전을 하면서 이렇게 뿌듯하고 기뻤던 적이 없었습니다. 택시요금으로 100원이나 1,300원을 받는데 저는 그 100원이 참 소중합니다. 어르신들을 자주 뵙다 보니 어르신들도 반가워 해주시고, 아들처럼 대해주시니 더 좋고요. 저도 부모님 모시는 마음으로 어르신을 모시고 있습니다. 운전이 정말 즐겁습니다.”

정해진 날짜마다 마을에 가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홍산장, 한산장, 서천장, 세 군데의 시장을 한 달에 8번 운행한다는 권오섭 기사(55)는 “어떤 날은 어르신 네 분만을 모시고 갈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열 분 이상이 줄을 서서 장까지 너댓 번 왕복한 적도 있지만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힘들다는 생각을 전혀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시선리 마을이 오지마을이다 보니 성인 장정이 걸어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택시정류장이 마을회관인데, 어르신들의 댁은 그보다 더 멀리 있거든요. 그래도 택시가 운행되니 한 시간 걸어야 할 거리를 20분만 걸으면 되니 정말 좋다고들 말씀하십니다. 무릎 아프신 분들은 시장이나 병원 갈 엄무도 못 냈거든요. 이 분들이 이 희망택시를 얼마나 고맙고 기특하게 여기는지 몰라요. 자녀분들은 자신들이 할 일을 택시가 해준다며 고마워하시고요. 이 제도를 앞으로 늘린다고 하는데,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 희망택시에 오르는 어르신 (사진 : 서천군청 제공)
흥림2리는 외딴 마을인 데다 도로도 좁은 탓에 버스 자체가 다니지 않는 곳의 주민들이 인근 마을까지 걸어나가 버스를 타거나 비싼 요금을 주고 콜택시를  (사진=서천군청)

전국에는 이곳 충남 서천군뿐만 아니라 도로 여건, 재정 등의 문제로 버스가 운행되지 못하는 마을이 많다. 그런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버스 이용의 혜택을 받지 못할 뿐더러 택시를 이용하느라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불편을 안고 있다. 이른바 교통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도로를 넓히기엔 예산이 부족하고, 마을 주민들의 불편을 생각하자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천군에서는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지혜롭게 풀었을까?

군은 희망택시 사업을 단순히 택시에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방식이 아닌, 농어촌 마을의 ‘교통 복지’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외딴 마을인 데다 도로도 좁은 탓에 버스 자체가 다니지 않는 곳의 주민들이 인근 마을까지 걸어나가 버스를 타거나 비싼 요금을 주고 콜택시를 이용하는 현실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군은 지난 2012년 말부터 2013년 3월까지 22개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동 패턴표’를 일일이 작성해 최적의 운행 날짜와 시각을 면밀히 파악했고, 이를 토대로 2013년 6월부터 희망택시의 첫 운행을 시작했다.  

△ 희망택시 (사진 : 서천군청 제공)

100원 희망택시에 오르는 어르신들. (사진=서천군청)

희망택시는 노인복지 뿐만 아니라 군의 재정 여건에도 도움이 된다는 결과도 나왔다. 서천군청 황인귀 담당자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 읍·면, 23개 마을에서 희망 택시를 운행한 결과,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것보다 비용 면에서 60~70% 이상의 절감 효과가 있었다.”며 “더불어 주민들이 주로 이동하는 시간대에 탈 수 있는 적시성 등의 장점이 있어 농어촌 지역에서 버스를 대체할 수 있는 효율적인 운송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운행결과를 분석해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역은 운행 횟수를 늘리고, 이용률이 저조한 지역은 감축하는 등 횟수를 효율적으로 조절해 그동안 농어촌버스가 운행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던 주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도 덧붙였다.

한 시간을 넘게 걸어 버스가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그 때 그 시절은 이젠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 추억이 돼버렸다. 미터기를 바라보며 가슴 졸이지 않아도 되는 택시, 6개 읍·면, 23개 오지 마을을 다니는 택시. 그 택시의 이름은 희망택시요, 요금은 100원이다. 희망택시가 앞으로도 오지마을 어르신들의 든든한 두 다리가 되길 기대해본다.

정책기자 고연실(프리랜서) yeonsil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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