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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발전시킨 유공자에게 수여하는 문화부 장관 표창을 받은 윤디자인 연구소 대표 편석훈 씨의 표정에는 자부심과 함께 자신감이 묻어났다. ‘윤고딕체’로 잘 알려진 그의 서체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널리 애용하고 있는 서체이다.
지난달 2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2011년 한 해 국민에게 한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소중함을 느끼게 한 한글 발전 유공자 11명에게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편 대표 역시 이번 수상자 중 한 명이다.
윤디자인 연구소에서 선보인 ‘윤고딕’ 디자인 폰트. 이 폰트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이용되며 인기를 끌고 있는 폰트 중 하나이다. (사진=윤디자인 연구소) |
한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묻어나는 그의 표정과는 달리 그는 먼저 한글이 가진 단점에 대해 지적했다.
“다른 나라의 글자와는 달리 한글은 단순해 보이지도, 눈에 확 들어오지도 않는 글자이지요. 영어나 일어처럼 풀어쓰는 방식과 달리 초성·중성·종성으로 나눠져 모아쓰기 형태로 돼있어서 다소 어렵고 복잡하게 보일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일본어처럼 곡선이 주를 이룬다거나 영어처럼 획이 단순하게 끝나지도 않지요. 그래서 처음 한글을 접한 사람들은 한글이 어렵게만 느껴지고 친숙하게 다가가지 못할 겁니다.”
편 대표는 그러나 이내 한글이 지닌 장점에 대해 열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글은 발음기관의 형상을 본 딴 자음과 하늘과 땅, 사람, 만물을 본 모음, 총 24자만을 이용해서 KS코드 기준 2,350자의 글자를 만들 수 있다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KS 코드 기준에 들어가지 않는 글자까지 합치면 11,172자의 글자를 만들 수 있지요. 그만큼 한글은 과학적인 원리로 쉽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24자 디자인만으로도 무궁무진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편 대표는 이어 한국의 게임산업이 커지면서 외국 게임이 한국에 들어올 때 한글화가 많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사례로 들면서 “한글을 한국의 문화 요소로 잘 키워나간다면 경제적,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고딕체’로 유명한 편석훈 윤디자인연구소 대표는 “최근 한글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격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글을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 받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
그는 “최근 한글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에 대한 국가적인 위상도 높아졌다.”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러나 최근 한글을 지나치게 줄이고, 훼손하는 은어가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한글 자체를 훼손시킨다기보다는 한글을 사용하는 문화를 훼손하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편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메일보다는 직접 손으로 쓴 편지가 주를 이뤘는데, 지금은 컴퓨터로 편하게 주고받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손글씨 문화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며 “우리들이 한글과 손글씨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알고, 다양한 매체와 분야에서 사용한다면 한글의 세계화는 물론 한글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덧붙였다.
그가 해마다 손글씨 공모전을 개최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한글 디자인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자신의 글씨체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독특하고, 아름다운 글씨체를 가진 사람들이 손글씨체를 통해 자신의 솜씨를 뽐내고, 인정받음으로써 보다 더 다양하고,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한글 디자인을 접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곧 한글 디자인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윤디자인연구소에서 주최한 ‘손글씨 공모전’ 중고등부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오지영 님의 손글씨 (사진=윤디자인 연구소) |
편 대표의 앞으로의 계획은 국민들이 사랑하는 서체를 꾸준히 개발해 다른 나라의 언어보다 한글을 더욱 많이 쓰게 하는 것이다. 다만, 그의 당찬 계획에는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해 보였다.
편 대표는 “‘한국의 가장 큰 문화유산을 꼽으라고 한다면 어떤 것들이 있겠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한글과 경복궁, 남대문 등을 꼽았다.”며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이들이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생각하고 있는 한글을 보호해주고 홍보해주는 정책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가까운 아시아권 나라에서는 국가적으로 자국 문화에 대한 보호와 연구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민들도 자국 언어와 문자에 대한 긍지를 갖고 이를 지키고 사랑하는 마음이 크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비해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앞으로 국가 차원에서 한글에 대한 연구 및 지원, 홍보를 더 활발히 해 우리 한글의 아름다움과 과학적인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K-POP 열풍이 불면서 우리나라 국민 외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글이라는 글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편 대표의 말처럼 새해에는 한글을 보호하고 알리는 일에 정부가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우리의 우수한 한글을 세계인들에게 널리 전파하는 데 앞장서주길 바란다.
정책기자 변현준(대학생) hyunjun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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