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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풍차’가 있는 곳, 영덕풍력발전소

2007.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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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셀던은 금세기 최고의 스토리 텔러였다. 24살 때부터 극본과 시나리오를 쓰며 명성을 떨친 그는 영화, TV, 뮤지컬, 소설 등에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썼다하면 수백만부가 팔리는 그의 소설들은 대중적인 내용과 말초적인 문체, 평이하면서도 복선이 깔린 플롯으로 유명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게임의 여왕’, ‘내일이 오면’ 등이 그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끈 ‘신들의 풍차’ 이다.

멀리서 바라본 풍차들

'신들의 풍차'? 왜 하필 '신들의 풍차'라고 했을까? 도대체 풍차라는 것의 상징은 무엇인가. 흔히 풍차하고 하면 네덜란드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물가에서 바람을 받아 날개가 돌아가는 풍차는 지극히 낭만적인 감수성을 불러일으킨다.

그것도 물가를 오렌지색감으로 물들이는 일출이나 일몰 때, 연황색 빛이 풍차의 몸체에 엷게 스며드는 모습은 한 폭의 아름다운 유화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렇듯 로맨틱하고 애틋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풍차가 실은 농기구였다는 놀라운 사실! 튤립과 풍차의 나라인 홀랜드가 튤립과 농기구의 나라라니 다소 김이 빠진다.

우아한 몸체 밑에서 쉼없이 발길질하는 백조 닮아

재미있게도 미국인들은 네덜란드의 풍차를 백조(swan)라고 부른단다. 백조와 풍차. 언뜻 보면 전혀 이질적인 조합이지만 이 둘은 분명 공통점이 있다. 시드니 셀던도 아마 이 공통점 때문에 신들의 풍차라는 제목을 달았을 것이다.

너무나 우아하게 보이는 백조가 실은 물 밑에서 경망스럽게 발길질을 하고 있는 것과, 낭만적으로 보이는 풍차의 몸체 밑에서 배수 장치가 경망스럽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 닮았다는 이야기다. 겉으로 보면 화려하고 교양 있는 사람들의 내면에 더러운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 풍차와 닮았다고 시드니는 생각한 게 아닐까. 그래서 그런 제목으로 소설 전체의 주제를 압축해서 표현한 게 아닐까?

영덕풍력발전소로 가는 길, 하늘가에 늘어선 풍차들이 아름답다.

우리나라에도 풍차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도 코발트블루 색감이 넘치는 동해와 어우러진 풍차들을 말이다. 바로 경북 영덕군에 위치한 영덕풍력발전단지다. 달력이나 화보에서 접하던 이국적인 풍차와는 약간 다른 모양을 하고 있지만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한 풍차들도 그 나름대로 운치와 멋을 지니고 있다.

영덕에서 강구항으로 내려가는 해안도로의 중간쯤에 가면 해맞이 공원이 있다. 이 공원을 등진 채 언덕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아파트 25층과 맞먹는 거대한 풍차들를 만날 수 있다. 무려 80m의 거대한 풍차 24기가 15만평의 대지 위에 하늘을 향해 시위라도 하듯이 불끈 솟아 있다. 어느 인류학자는 마천루나 탑을 인간이 짓는 이유는 발기된 남성기에 대한 경외감 때문이라고 했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영덕풍력발전소의 풍차들도 그런 심리 기저를 닮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발전소 내 고산 윤선도 시비

동해를 굽어보는 풍차들의 행진

'웅웅, 붕붕, 훙훙, 씽씽, 그리고 가르랑가르랑'
풍차 밑에 서서 바람에 따라 돌아가는 날개를 쳐다보니 오만가지 소리가 다 들린다. 어쩔 때는 연음이 들리고, 또 어쩔 때는 경음이 들린다. 참 바람의 조화란 무섭고도 신기한 것이라서 길이 42m에 달하는 FRP날개를 어찌 저리도 가볍게 돌리는지. 날개 하나가 무려 수십억이라지. 저 날개를 포항에서 영덕까지 트레일러로 운반할 때 자그마치 7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런 인간의 수고로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 비싼 날개는 동해의 바람을 받아 잘만 돌아간다.

지난 1997년 발생한 산불로 인해 완전 폐허가 된 능선에 세워진 24기의 풍차. 우리나라 최초의 풍력발전소인 이곳을 조성한 기간은 불과 1년 남짓이었다. 지난 2004년 3월에서 2005년 3월에 건설한 것이다. 앞으로 2025년까지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내자와 외자를 합쳐 약 675억 원이 들어간 대형 공사였다.

동해를 굽어보는 풍차

동해에는 뛰어난 일출 포인트가 많다. 추암이나 망상해수욕장, 청간정, 월송정, 울진의 망양정, 울주군의 간절곳, 부산의 청사포 등등. 이 일출 포인트들의 특성은 모두 자연적인 것들인데, 풍력발전소는 인위적으로 조성된 곳이라서 색다른 감흥을 지닌 일출 명소가 되었다. 이제 이국적인 일출 장소로 자리매김 받은 것이다. 80m에 달하는 풍차의 몸체 위에서 천천히 돌아가는 날개. 그 날개의 한쪽 끝에 걸린 일출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물론 고전적인 의미의 풍차에서 풍기는 예스러움과 정을 느끼기에는 다소 무리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풍력발전소는 경제적인 면에서는 다른 발전시설에 못 미친다. 영덕풍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kw당 107원이다. 동급 대비 40원인 원자력 발전이나 50원인 수력 발전에 비해서는 거의 두 배인 셈이다. 그러나 풍력발전의 가장 큰 장점은 100% 무공해라는 것과 초기에 시설비가 과다하게 들어갈 뿐 유지보수비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풍력발전은 오래 쓰면 쓸수록 유리하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야 지천에 널려 있으니까.

풍차 옆에서 해맞이하면 귓가에 장엄한 클래식 서곡이

하늘로 우뚝 선 풍차 하나가 웅장한 바람개비를 닮았다.

장쾌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신들의 풍차. 풍속이 1초에 3m이하거나 20m이상이면 돌아가지 않도록 설계된 경외스러운 풍차. 엔티크한 멋은 없지만 인간의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대 문명의 이기.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이 금색 찬란한 새벽을 열어젖히는 풍차의 나라. 때론 풍차에선 레퀴엠이 흘러나오기도 하고, 엘비라 마디간이 은은히 들려오기도 한다. 그러다가 아마데우스의 웅혼한 음이 팡팡 터져 나오고, 탄호이저 서곡으로 장려하게 피날레가 장식된다.

해맞이 공원의 등대

능선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니 역시 산불로 엉망이었다가 공원으로 훌륭하게 조성된 해맞이 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이름에 걸맞게 아침 해를 눈이 아프도록 실컷 볼 수 있는 곳이자, 서쪽으로 넘어가는 일몰의 노란 빛을 잔잔히 볼 수 있는 곳이다. 중간 중간에 있는 벤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의 향을 음미하는 것도 좋고, 바람개비를 돌리며 즐거워했던 유년시절을 추억해도 좋다. 풍차와 해맞이, 그리고 바람이 아우라지처럼 어울리는 곳.

감칠맛 나는 영덕대게와 장엄한 해맞이, 그리고 역동적인 '신들의 풍차'가 있는 동해안 영덕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국정넷포터 김대갑(kkim40@hanafos.com)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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