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온 말이다. 이 한 톨의 쌀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여정을 거쳤는가. 농부가 모판에 볍씨를 심고 모가 자라면 논에 모를 옮겨 심는다. 이것이 모내기이다. 많은 관심과 관리를 받고 자라난 벼는 황금 들녘을 이루고 추수를 기다린다. 추수한 벼는 탈곡과 도정을 거쳐 먹을 수 있는 쌀이 되고, 유통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른다.
비단 쌀뿐만이 아니다. 나는 베란다에 만든 작은 텃밭에서 깻잎과 상추를 키운다. 물만 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영 쉽지가 않다. 그럴 때마다 농작물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끼곤 한다. 실제로 농산물은 많은 사람의 땀과 수고의 열매이다. 마트에 가면 쉽게 구매할 수 있어 매번 이 사실을 까먹지만 바쁜 도시의 일상 속에서 농촌과 농업에 관심을 갖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10월 25일부터 12월 25일까지 서울시 성수동에서 도농상생 탐색매장 ‘힙촌일기’를 공동 운영한다. 도시민에 농업과 농촌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아이디어 상품을 홍보하는 장이다. ‘도시에서 쓰는 일터, 쉼터, 삶터에서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스마트팜, 이색카페, 힙촌홈즈, 팜스토어, 촌캉스 컨셉의 포토존 등이 운영된다.
MZ 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성수동의 한 골목에 위치한 ‘힙촌일기’를 찾았다. 들어가자마자 스태프가 ‘힙촌일기’의 콘셉트와 공간 구성, 이용 방법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가장 먼저 현대화된 농촌의 모습과 재배 방식을 느껴볼 수 있는 ‘스마트팜’을 체험했다. 과일 이름을 하나씩 알아맞히고 난 뒤, 스마트팜에서 좋아하는 과일을 하나 골라 아이디어 박스에 넣으면 농산물 재배 지역과 아이디어 상품의 정보를 담은 카드를 받는다. 이 카드를 가지고 2층에 가면 체험 리워드를 받을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이색 카페’.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을 살펴보고 농촌 여행의 정보도 확인한다. 이색 카페에 전시된 아이디어 상품은 2층의 ‘팜스토어’에서 구매 가능하다. ‘스마트팜’에서 맞히기 가장 어려웠던 과일, ‘다래’로 만든 다래 빵이 있었다. 키위의 사촌으로 알려진 다래의 속살은 키위와 똑같이 생겼는데 겉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토종 다래는 털이 없는 게 특징이다.
촌캉스 콘셉트의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2층으로 올라갔다. ‘힙촌홈즈’ 코너에서 3가지 게임을 즐겼다. 첫째로 쌀의 성장단계 알아맞히기 게임! 5초간 쌀의 성장단계 순서를 기억한 다음, 10초간 순서를 맞힌다. 두 번째 게임은 무럭이와 밥짓기! 좌우 버튼을 두드리면서 밥공기에 흰쌀밥을 가득 채운다. 두 게임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볍씨가 쌀이 되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그 고된 과정을 되새겨보았다.
마지막 게임은 전통놀이 말뚝이 떡먹이기와 비슷한 콩주머니 던지기이다. 현재 농협중앙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전 국민 대상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아침먹자! 삼식이 챌린지’ 체험존이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만보기 애플리케이션과 협업하는 이벤트라 아침밥을 꼭 챙겨 먹는 나도 참가 신청을 해보았다.
마지막 목적지는 ‘팜스토어’, 상품 구매존이다. 아이디어가 빛나는 상품이 많았다. 먹을 것뿐만 아니라 화장품이나 굿즈도 있어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았다. “성수동 팝업 스토어를 검색하고 힙촌일기를 방문했다”라는 한 직장인 손님(일산 거주, 33세)은 “농촌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와보니까 관심이 생겼다. 약과 스프레드가 있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그러고 보니 젊은층이 계속해서 방문하고 있었다. 역시 MZ 세대의 핫플, 성수동 다운 모습이었다.
요즘 빵을 자주 먹으면서 수프가 생각이 났는데 때마침 우리 쌀로 만든 쌀 수프가 눈에 띄었다. 또 커피와 같이 먹을 고단백 통밀 스콘도 구매했다. 물건을 구매하거나 SNS 인증을 하면 리유저블 텀블러를, 설문조사를 하면 리유저블 백도 받을 수 있으니 일석삼조!
도시화와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젊은 층으로 갈수록 농촌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독특한 것과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MZ 세대는 귀농 귀촌이나 농촌 관광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도시에서 쓰는 농촌 이야기 ‘힙촌일기’가 청년 세대에는 변화된 농촌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기성세대에는 향수를 일깨우는 세대 간, 도농 간 소통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