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1+1=2라는 답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1+1이 5도 될 수 있고요, 22도 될 수 있거든요. 여러분, 생각을 바꾸면 평등이 보여요.”
강사가 힘주어 말하자 박수 소리가 더 우렁차게 들려왔다. 청중들 손에는 저마다 ‘2024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라고 쓰인 홍보물이 들려 있었다. 지난 9월 3일 용산구청에서는 ‘2024년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가 열렸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매년 9월 1일부터 일주일간은 ‘양성평등주간’으로, 부처·지자체·공공기관 등은 범국민적 양성평등 실현을 촉진하기 위한 기념행사, 유공자 격려, 홍보행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스물아홉 번째 맞이하는 양성평등주간이다.
한 주간 곳곳에서 많은 행사가 열리는데, 나는 용산을 찾았다. 용산구가 여성가족부가 지정하는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됐을 때, 용산 여성친화도시 구민참여단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그런 까닭인지 이곳에서 열리는 양성평등주간 행사를 참여하고 싶었던 까닭이다.
강연장인 아트홀에서는 강연 외에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됐다. 다문화가족센터와 보건소, 수어 통역센터 등 여러 기관이 나와 심리검사와 체력측정, 건강 무료검진 등을 운영했다. 나도 사람들 틈에서 나만의 퍼스널컬러를 찾으며 대사증후군 무료검진을 받았다.
이윽고 특별 강연이 시작되자 청중들은 자리에 앉아 경청했다. 진지한 이야기에 공감하다가 재밌는 이야기에 웃음이 터졌다. 강연은 수어로도 동시 통역됐다. 수어를 사용하는 청중들이 많이 온 모양이다. 앞줄에 앉은 청중들이 수어로 질문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내 옆에 앉은 여성은 집에 가서 다시 듣겠다며 핸드폰으로 녹음하고 있었다.
“남성과 여성 우린 모두 호모 사피엔스 아니었나요?”
이날 강연에 나선 고명환 강사는 생각만 바꿔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상대방을 미워하거나 차별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남을 생각하는 이타심이 결국 자신에게는 기쁨과 설렘으로 돌아온다고 확신했다. 마지막으로 양성평등을 넘어 모두를 존중하는 공감대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했다. 강연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청중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귀를 기울였다.
“앞서 말했듯 내 자신을 구하는 유일한 길이 곧 남을 구하려 애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내 마음과 생각을 바꾸면 여유가 생기고 분노나 우울이 사라져 평등이 보이지 않겠어요?”
강연을 마친 고명환 강사에게 양성평등주간에 무엇을 가장 전하고 싶었는지를 묻자, 그가 반문했다.
청중들의 생각도 들어보고 싶었다. 강연을 들으러 참석했다는 한 여성은 “남을 변화시키기보다 내 생각을 변화해 양성평등을 실현하라는 말이 참 좋았다”라고 말했다.
또 행사를 돕기 위해 참여했다는 다른 여성은 “강연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며 “‘나’라는 글자 아래 받침을 넣으면 남이란 글자가 된다. 나는 남을 통해서 만들어진다는 게 와닿았다”라고 답했다.
행사를 기획한 용산구청 가족정책과 담당자는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구청뿐만 아니라 복지관, 여성교실 등에서도 체험이나 강좌를 준비했다” 며 “구민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양성평등으로 추진하는 정책 등에 적극 참여해보고 양성평등에 관심을 기울여 그 의미를 되새겨보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지난 9월 2일 ‘2024년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을 가지고 유공자 포상 등을 수여했다. 또 매년 양성평등주간에 발표했듯 올해도 통계를 발표한다. 9월 5일과 6일 ‘2024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과 ‘공시대상회사 및 공공기관 성별임금통계’를 발표할 예정이다.
양성평등주간, 어떤 행사에 참여해볼까
양성평등주간 동안 전국에는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돼 있다. 우선 여성가족부 국립여성사전시관에서는 9월 4일부터 2025년 7월 26일(예정)까지 ‘키워드 여성사 #첫 번째 이야기, 일하는 여성’을 주제로 한 특별전시가 열린다. 특히 국립여성사전시관 공간이 책·전시·휴식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개편되며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또 9월 30일에는 ‘미래산업과 양성평등’을 주제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민국 양성평등 포럼’이 개최된다. 지자체에는 더 많은 행사가 준비돼 국민과 만난다. 자세한 사항은 각 시도별 누리집 및 각 기관 누리집을 참고하자.
격변하는 사회에서도 달라지지 않은 점은 있다. 세상은 결코 홀로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힘들어도 서로 배려하고 공감한다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며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생각해보고 이해할 기회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