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생긴 스마트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이야기다. 나야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를 둔 터라, 한 학기만 있으면 졸업이지만 아침 등교 때마다 “차 조심해라, 신호등 몇 초 안 남았을 때는 건너지 마라”는 말을 6년째 하곤 한다. 그런데 최근 개학을 한 학교 앞에 가보니 스마트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아침 잔소리가 절반으로 줄었다. 위험성이 그만큼 줄었고 안전은 확보되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스마트 횡단보도가 대체 어떤 기능이 있어서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환영하고 있을까? 스마트 횡단보도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신호등 기기에 부착한 인공지능 카메라가 보행자를 감지해서 길을 건널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신호시간을 최대 5초 간격으로 연장해주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교통약자들의 안전한 보행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것이다. 노인이 많이 다니는 복지관 인근이나 어린이 유동인구가 많은 학교 앞에 주로 설치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개학 2주차를 맞아 이렇게 똑똑한 스마트 횡단보도를 2주 동안 이용한 아이들에게 어떤 점이 좋은 지 물어보니 일단 편하다는 얘기가 주를 이뤘다. 그동안 학교를 가려면 신호등을 두 번 이나 기다려야 했던 아이들이 한 번만 건너면 학교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늘 급하고 뛰기 좋아하는 아이들이기에 신호등 한 번과 두 번의 차이는 사고 위험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신호등 초록색이 깜빡일 때 뛰는 아이들 때문에 늘 걱정이 됐는데 한시름 놓았다고들 많이 얘기한다. 특히 아이 등하교를 함께 할 수 없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는 더 그렇다. 지인도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도우미 이모님이 방과 후에만 오시기 때문에 출근을 일찍 하는 날은 아이가 혼자 등교하다가 무슨 사고라도 나는 것은 아닌지 늘 노심초사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2학기부터는 스마트 횡단보도로 등교하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또 내년 입학을 앞둔 학부모들도 당연히 두 팔 벌려 반기는 분위기다.
아이 학교 앞에 스마트 횡단보도가 설치된 것은 지난해 9월 2학기가 시작되며 정부가 한 달 간 전국 초등학교 6,000곳 주변에서 행정안전부, 경찰청, 한국도로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 도로교통공단 등과 합동 점검을 실시한 결과다. 등하교 시간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학교 출입로에 병목현상이 일어난다는 점, 신호등을 두 번이나 건너는 불편함으로 무단횡단을 하는 아이들이 있어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안전 위해요소로 꼽혔던 것이다.
정부는 올해도 안전한 학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민간단체와 함께 전국 6,300여 개 초등학교 주변 위해요소를 점검·단속하고 있다. 8월 19일부터 9월 27일까지 6주간 교통안전, 유해환경, 식품안전, 제품안전, 불법광고물 5개 분야를 집중 확인할 계획이다.
첫째, 안전한 등하굣길 조성을 위해 학교 주변 공사장과 어린이 보호구역을 중점 점검한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법규 위반 단속과 어린이 통학버스 내 안전띠 착용 및 보호자 동승 의무 등 안전 수칙을 점검·안내한다. 아이들의 안전한 보행길을 위한 ‘일단멈춤, 아이 먼저 보내주세요’ 캠페인도 진행할 계획이다. 둘째, 민간 단체인 ‘청소년 유해환경 감시단’과 함께 학교 주변 유해 업소의 청소년 출입·고용,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불건전 광고 및 금지시설 설치 등을 집중 단속하고, 위반 업소에 대해서는 정비와 행정 처분 등 후속 조치를 시행한다.
셋째,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학교 급식과 주변 업소를 대상으로 식품 위생 상태 등을 점검하고, 넷째, 소비자 단체와 함께 어린이가 자주 드나드는 문구점, 편의점 등에서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불법 어린이 제품 판매 여부를 점검하고, 적발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시정 요구와 행정조치를 실시한다. 마지막으로 통학로 주변 노후·불량 간판을 정비하고, 교통안전에 위협이 되는 유동 광고물 단속을 강화해 적발할 경우 즉시 수거할 예정이다. 어린이가 다칠 수 있는 위험 요소나 청소년 유해 표시, 불량 식품, 안전 인증이 되지 않은 제품 등을 발견하면 안전신문고 앱 또는 누리집(http://www.safetyreport.go.kr)을 통해 국민 누구나 신고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수년 전부터 대한민국의 저출산은 여전히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큰 문제다. 다양한 지원방안 등이 나오고 있지만 출생 장려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면 지금 있는 아이들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어머니, 어쩌면 어머니의 어머니부터 이어져 왔을, 등교하는 아이에게 했을 한 마디 “차 조심해라!”가 이제 옛말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