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풀 꺾였다. 아침 저녁으로 조금씩 느껴지는 선선한 기운이 9월을 예고하는 것 같다. 9월은 언제나 설렌다. 새 학기의 시작, 이제는 짧아져 아쉽지만 높고 푸른 하늘이 열리는 가을의 입구,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추석 연휴…. 여기에 또 하나의 9월 설렘 포인트가 추가될 것 같다. 바로 ‘대한민국 미술축제’이다.
올가을, 대한민국이 미술로 물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제1회 ‘대한민국 미술축제’를 개최한다. 광주비엔날레(9.7.~12.1.)와 부산비엔날레(8.17.~10.20.)를 비롯해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아트위크(9.2.~9.8.), 키아프 서울(9.4.~9.8.)과 프리즈 서울(9.4.~9.7.) 등 대규모 미술행사를 연계한 첫 번째 ‘대한민국 미술축제’가 9월부터 본격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그 예열 현장에 ‘2024 아시아 대학생·청년 작가 미술축제(아시아프)’가 있다.
7월 30일부터 8월 25일까지 옛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진행된 아시아프를 찾았다. 아시아프는 2008년 첫 개막해 올해로 17회를 맞이하는 아시아 최대 청년 작가 아트페어이다. 아시아프는 단순히 미술 작품을 사고파는 시장이 아니다. 공정하고 치열한 공모 심사를 거쳐 선정된 작품이 아트페어에 출품된다. 이렇게 발굴된 작품과 작가는 K-아트의 미래를 이끌어갈 거장으로 육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여타 아트페어와 다른 점들이 눈길을 끌었다. 청년 작가를 위한 자리이니 만큼 중간 판매 수수료 없이 작품 판매 수익 전액을 작가에게 지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수료는 없지만 작품 가격 상한선(300만 원)이 있고 작가당 10만 원짜리 작품을 출품해 부담 없이 작품을 살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아트 컬렉터는 돈이 많아야 할 수 있다거나 혹은 아트 컬렉팅을 어렵게 생각할 수 있지만 아시아프는 수익 전액을 작가에게 지불하는 공익적 아트페어인 동시에 누구나 컬렉터가 될 수 있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었다.
올해 아시아프는 35세 이하 청년 작가와 대학생, 대학원생이 참여하는 ‘아시아프’ 부문, 36세 이상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히든 아티스트' 부문, 그리고 아시아 아트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해외 작가’ 부문으로 구성되어 풍성함을 더했다. 일본, 대만 등 아시아 8개국 작가 500명이 1200여 점을 출품했다.
회화 작품이 주를 이루었지만 조각과 같은 입체, 미디어 아트 등 장르도 다양했다. 회화 역시 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이라는 기본 구성뿐 아니라 장지와 천, 패널, 종이, 목재 등 여러 종류의 재료를 사용했고 실크스크린, 천연 염색, 프린트, 자수, 비눗방울 및 렌디큘러와 건식 벽화 기법 등 기발한 표현을 담은 그림들도 많았다. 청년 작가들만의 참신함이 돋보였다.
많은 관람객이 청년층이었지만 외국인 관람객과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도 눈에 띄었다. 거의 대부분의 10만 원 소품은 판매가 완료되었고 다른 여러 작품들에도 판매 완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대한민국 미술축제’의 뜨거운 열기를 미리 맛본 느낌이었다.
곧 시작될 ‘대한민국 미술축제’를 더욱 알차게 만끽하기 위해 다양한 연계 상품이 제공된다. 광주, 부산비엔날레 통합 입장권을 구매하면 광주, 부산비엔날레를 30% 할인된 가격에 방문 가능하고 전국 주요 미술관 123곳의 입장료 할인, 무료입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광주, 부산 비엔날레 통합 입장권을 보유하면 아시아프 할인도 가능하다. 또한 한국철도공사에서 부산·광주 열차 승차권과 비엔날레 입장권 연계 패키지 상품도 판매한다. 당일과 1박 2일, 2박 3일 등 원하는 일정을 자유롭게 선택해 관광도 함께 즐길 수 있다.
2024 아시아프의 무대가 된 옛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은 올해 말 철거 예정이다. 10여 년 전, 여기서 열린 아트마켓에서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디딘 때가 생각났다. 다시 이곳을 찾은 감회는 남달랐다. 그 사이 K-컬처가 전 세계를 휩쓸고 K-아트도 함께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K-아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작년 프리즈-서울과 이번 아시아프 현장에서 확인했다. 이제 그 바통을 이어 받아 다시 한번 K-아트를 국내외에 널리 알릴 ‘대한민국 미술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