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재료를 사러 집 바로 앞에 있는 마트에 가기 위해 문을 나선 순간 더운 공기와 습기가 몸을 휘감는다. 숨이 막혀오는 듯한 더위를 뚫고 나가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단 5분 동안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마침 안전 안내 문자로 폭염 경보 알람이 왔다. 이어지는 폭염에 이제는 폭염 주의보와 경보 안내 문자를 받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모두가 무더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취약계층에 속하는 국민은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시기를 마주하고 있다. 정부 역시 취약계층의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정책에는 ‘에너지 바우처’가 있다. 시원한 여름, 따뜻한 겨울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에너지 바우처는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바우처 형태로 지급되는 선불 금액권을 말한다. 지급된 바우처는 에너지 요금을 차감하거나 등유나 연탄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에너지 바우처를 받기 위해서는 소득 기준과 세대원 특성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소득 기준으로는 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생계급여부터 교육 급여 수급자까지, 세대원 특성 기준으로는 본인 혹은 세대원이 노인, 영유아, 장애인, 임산부, 중증질환자, 한부모가족, 소년소녀가정 중 하나에 속해야 한다.
에너지 바우처 지급 대상도 훨씬 폭넓어졌는데, 나 역시 두터운 복지 실현으로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자에 포함되어 혹서기와 혹한기 부담을 줄였다. 요즘같이 폭염이 지속될 때 더위를 잘 타는 아이를 위해 에어컨 트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려 아이가 집에서 조금 더 쾌적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공과금 부담도 낮출 수 있게 된 것이다.
복지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에너지바우처에 관한 관심이 한창 뜨거운데, 최근 지속되는 폭염에 하절기 당겨쓰기 제도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 바우처는 세대원 수와 절기에 따라 지원되는 금액이 정해져 있는데, 하절기보다 동절기의 지원이 훨씬 더 많은 편이다. 2인 가구 기준 하절기는 73,800원, 동절기는 348,700원의 금액이 지원되는데 당겨쓰기를 하면 하절기에 동절기 바우처 금액 중 45,000원을 당겨쓸 수 있다.
내가 종종 확인하는 복지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올여름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에너지바우처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글들을 상당수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이용자는 “매년 에너지바우처를 통해 유용하게 도움을 받고 있는데, 올해는 당겨쓰기 신청을 해 에어컨 가동 시간을 조금 더 늘릴 수 있었다”라며 에너지바우처 정책을 호평했다. 한부모 가정인 지인 역시 “아이 둘을 키우느라 근로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매번 공과금을 줄이려고 노력하는데 바우처로 조금은 가벼운 마음을 갖게 됐다”라고 이용 소감을 전했다.
한편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아직 에너지바우처를 신청하지 못한 가구를 위해 홍보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국민의 편의를 위해 작년 에너지바우처의 대상이면서 올해 특이 변동이 없는 가구는 별도의 신청을 하지 않아도 계속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조치했으나, 시설에 머물다가 퇴소해서 한 번도 바우처를 이용하지 않았거나, 자격 변동으로 재수급이 개시된 경우 별도로 신청을 해야 한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에너지바우처 신청은 가까운 행정복지센터(주민센터)의 복지 담당자를 통하거나, 온라인 복지로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신청 기한은 오는 12월 31일까지지만, 하절기 바우처 사용 기한은 오는 9월 30일까지로 여름철 당겨쓰기 신청 역시 9월 30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2024년도 에너지바우처의 이용 기한은 지난 7월부터 내년도 5월 25일까지로 올해 동절기가 완전히 끝나는 내년도 봄까지 폭넓게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올여름 유난히 지속되는 폭염에 하절기 바우처 지원 단가를 가구당 15,000원씩 인상했다. 8월 16일부터 9월 30일까지의 전기 요금 고지서에서 추가로 차감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아직 바우처 신청을 하지 않은 가구가 무더운 여름과 다가오는 겨울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신청을 독려했다.
무더위가 지속되는 요즘, 이웃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에너지바우처를 잘 알지 못하는 주위 어려운 가구가 있다면 직접 알려주거나 지자체 담당 공무원에게 알려주어도 좋다. 더이상 무더위와 추위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도록, 더 두터운 대한민국의 약자복지에 기대를 더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