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야외에서 10분만 걸어도 땀이 나기 시작하는데, 이럴 때 시원한 곳에서 쉬어가면 잠시나마 기운을 회복할 수 있다. 정부는 동네 은행이나 경로당, 복지관, 주민센터 등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해 주민들이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집에 냉방시설이 없는 취약계층이나 어르신에게 무더위쉼터는 사랑방이자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렇듯 국민이 언제든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무더위쉼터가 문화유산인 창덕궁에도 있다는 사실!
창덕궁관리소는 7월 17일부터 한 달간 창덕궁 약방을 무더위 쉼터로 무료 개방하고 있다. 약방은 조선 시대 왕실의 진료와 의약을 담당하고, 차와 보양식을 올렸던, 궁궐의 의료기관을 말한다.
“창덕궁 약방입니다. 이곳에서 시원한 여름 나세요.”
창덕궁 약방은 특히 창덕궁을 찾은 내외국인 관람객에게 인기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창덕궁 곳곳을 둘러보다 보면, 이마와 등에 땀이 주르륵 흐른다. 이때 냉기가 가득한 약방에 들어서면 더위가 서서히 가신다. 창덕궁 약방은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에서 출발해 금천교를 지나 홍문관 옆에 자리하고 있다. 성인 걸음으로 돈화문에서 5분 정도 소요되며, 길목마다 안내표지가 설치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약방 안은 시원한 공기와 함께 박하, 당귀, 팔각 등 약재 냄새로 가득했다. 조선 시대 궁궐의 의료기관 역할을 했던 공간에 알맞게, 관람객을 위해 각종 약재를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무더위를 날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체험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약방 궁중일상 전시관람과 약향주머니 만들기 체험, 궁중 청량음료 시음 체험을 할 수 있다. 그중 궁중 청량음료 체험은 더위와 열을 식히기 위해 선조가 마셨던 제호탕과 오미자차를 시음하는 것으로, 직접 마셔보니 갈증이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원하는 재료를 넣어서 약향주머니를 완성해 보세요.”
약방 한편에서는 약향주머니 만들기 체험도 진행되었다. 손바닥 크기의 주머니에 복령, 목향, 정향 등 6가지 약재를 취향에 맞게 넣으면 완성이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약방을 찾은 한 여성은 “아이가 궁 안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며 너무 좋아해요. 주머니에 약재 넣는 게 재밌대요. 하루 종일 이것만 하겠다고 하는 거 제가 말렸어요.”라며 체험 후기를 전했다. 시원한 약방에 삼삼오오 마주 앉아 약향주머니를 만드는 모습에서 정겨움이 느껴졌다.
이외에도 약방에서 관리들이 사용했던 찻상과 약을 담아 올렸던 사발, 약초를 넣고 찌는 약시루 등을 전시하고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더위를 식혔다. 요즘 같은 무더운 날씨에는 야외개방된 고궁과 같은 유적지로 나들이 가기 꺼려지는데, 이러한 쉼터가 조성되어 더위를 잠시나마 피해갈 수 있어서 좋았다. 창덕궁 약방 무더위쉼터는 8월 18일까지 매주 수~일요일 11시부터 17시까지 운영되니, 국민 누구나 한 번쯤 시원한 여름나기차 방문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