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 뜨거워지고 있다. 매년 여름이 시작되면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 온다고 경고하는 뉴스를 많이 들을 수 있다. 게다가 매년 여름이 빨라지고, 또 길어지고 있는듯 하다. 뚜렷한 사계절을 자랑하던 대한민국이었는데, 봄과 가을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어째 여름과 겨울만 남은 것 같기도 하다.
올해도 지난 6월 10일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되었다. 장마 기간에는 폭염과 장마가 겹쳐 습도 높은 눅눅한 무더위가 사람을 더 축 처지게 만드는 듯하다. 그런 중에 산림청에서 발표한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도시숲, 특히 넓은잎나무(활엽수) 아래에서 기온 저감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저널에 게재했다는 소식이었다. 숲은 뙤약볕을 가리는 그늘 효과가 있고 나뭇잎에는 수증기를 뿜어내며 더운 열기를 식혀주는 증산 효과가 있다. 그 덕분에 폭염일 때 도시숲은 도심에 비해 기온이 낮다.
도시숲, 생활숲, 가로수 등을 잘 조성하고 가꾸어 도시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탄소흡수원을 확보하기 위해 산림청은 모범도시숲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22년 6개 소를 시작으로 2023년 11개 소가 모범도시숲 인증을 받았다. 올해도 전국의 도시숲을 대상으로 7월 말 모범도시숲 인증 신청을 받는다.
2023년 모범도시숲으로 인증된 김포 모담공원을 찾았다. 무려 525,874m2의 압도적 면적의 모담공원은 공원이라기보다 작은 산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해발 73m의 모담산을 품고 조성된 산지형 공원이다. 산 정상에는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폭포마당, 체련마당, 실개울마당, 약수마당, 학습마당, 전통마당, 유아숲체험원, 체력장, 배드민턴장 등 넓은 부지에 시민을 위한 다양한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33도 안팎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날, 가장 더운 오후 3시에 공원에 도착했다. 맑은 푸른 하늘은 반가웠지만 한낮에 내리쬐는 뙤약볕은 견디기 힘들었다. 아스팔트를 지나 공원에 들어가니 도시숲의 효과가 바로 체험되었다. 일단 그늘이 있어서 시원했다. 공원 안에서도 그늘 아래와 햇빛이 바로 내리쬐는 곳에서 체감되는 온도가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또한 증산작용 덕분인지 아스팔트에 있을 때보다 더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 산림청의 연구에 따르면, 도심 일대의 온도를 측정한 결과 무더운 여름 기준 주택가 인근보다 넓은잎나무숲 아래의 온도가 낮 평균 1.7도, 밤 평균 1.6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폭염 시 성인과 반려동물 표면 온도를 측정한 결과, 땡볕 아래에서 40.8도까지 치솟은 반려동물의 표면 온도는 넓은잎나무 그늘 아래에서 34.2도로 내려갔다. 지면에 더욱 가까이 있는 반려동물이 뜨거운 아스팔트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모담공원을 찾은 반려동물들은 한여름의 더위도 잊은 채, 활발하게 뛰어놀고 있었다. 맨발 걷기를 하는 주인과 신난 반려동물들, 더위를 식히는 새와 나무 위에서 먹이를 먹는 청설모까지. 도심 속에서 인간과 동물, 식물이 모두 건강하게 공생하는 모범도시숲의 궁극적이며 본질적 의미를 본 것 같아 마음이 흐뭇해졌다.
장마가 지나고 나면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다. 매년 빨라지고, 길어지고, 장마와 폭염이 혼재되어 있는 종잡을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이 기상 현상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계와 국민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가능한 한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럴 때, 도심 속 오아시스와 같은 도시숲이 작은 해결책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위를 이기고 대기를 정화하는 생태적 측면과 함께 휴식과 경관, 정서 안정을 제공하는 도시숲과 모범도시숲이 많이 조성되어 이번 여름뿐만 아니라 다가올 여름의 무더위도 건강하게 이겨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