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화도시에 살고 있다. 문화도시란 법적으로 지정된 도시를 말하는데,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진흥법에 근거,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여 지원하는 지역문화 진흥사업 중 하나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인 서울 영등포구는 2021년 문화도시로 지정되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동네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어떠한 문화적 특별함이 있냐고 묻는다면, 단연 ‘일상 곳곳에 문화가 묻어있다’라고 답하고 싶다. 예컨대 나의 일상을 돌아보면, 아침·저녁으로 한강과 안양천을 따라 수변문화를 즐기고, 주말이면 문화라운지 따따따와 술술센터 등 동네 복합문화공간을 찾아 작은 전시를 즐긴다. 봄과 가을에 찾아오는 벚꽃축제, 불꽃축제 등 각종 문화행사는 덤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그리고 이웃과 함께 지역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이 문화도시에 사는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차례에 걸쳐 전국 문화도시 24곳이 지정되었으며, 그중 3차 문화도시로 지정된 영등포구는 수도권 서남부의 최대 거점도시로서 한강, 안양천, 도림천 등 수변문화자원이 풍부한 도시로 손꼽힌다. 기계금속산업이 발전했던 영등포동, 문래동 권역에는 지역 예술인이 유입되어 예술창작촌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었으며, 대림동 권역에는 중국동포 3만 여 명이 살아가는 다문화 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추기도 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문화가 공존하는 영등포에 사는 것은 주민으로서 재밌고 즐거운 일이다.
주목할 것은 동네 주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권 중 하나인 영등포역 인근에 ‘문화라운지 따따따’를 조성하여, 동네 주민들의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따따는 동네 아이들이 나팔 부는 소리에서 따왔는데,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소리로 동네가 생기 있듯이, 이 공간이 주민들의 활기로 가득하길 바란다는 의미를 지녔다.
이곳에서는 우리 동네의 각종 문화자원, 이달의 문화소식, 그리고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전시들을 진행하고 있어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우리 동네에 오랫동안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나 소상공인 사장님들의 이야기, 그리고 최근에 이사 왔지만, 동네의 매력에 흠뻑 빠진 젊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엮은 인터뷰 영상과 책을 전시하고 있어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 한편에는 지역 예술인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전시하고 있기도 했다.
문화도시에 살아가며, 문화라운지를 방문하며,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들려주는 도시의 경험과 기억, 이야기들을 알게 되어 무엇보다 의미 있었다. ‘이웃’, ‘마을’이라는 말이 생소해지고 공동체적 가치가 사라져가는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문화적 활동들은 관계성 회복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고 있다. 지역만이 가진 문화자산을 조명하고 재생산하려는 노력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져 더욱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