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더위도 불어오는 강바람에 주춤거렸다. 주말을 맞은 한강에서는 응원과 함성이 들려왔다. 귀여운 반다비 풍선이 사람들을 반겼다. 지난 주말 반포한강공원 예빛섬(세빛섬 내)에서는 ‘파리 패럴림픽 페스티벌’이 열렸다.
페스티벌이 진행되는 곳곳에는 휠체어 이용자를 고려한 휠체어 지정석과 경사로가 마련됐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어야 할 지도 모르지만, 배려로 느껴졌다. 그만큼 장애인과 함께하는 행사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했다.
파리로 떠나듯 나눠주는 페스티벌 여권을 받아들고 장애인 스포츠를 체험했다. 종목은 두 가지, 시각장애 축구와 휠체어 농구 체험이었다.
시각장애 축구는 눈을 가리고 소리 나는 공을 찾아 골을 넣는다. 안내자는 검은 안대를 건네주며 말했다.
“공 소리 들리시죠?” 다른 사람이 하는 건 쉬워 보였는데, 막상 앞이 깜깜해지자 소리마저 멀게 느껴졌다. 오롯이 소리에만 몰두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그쪽 아니에요. 자아, 다시 들어보세요.” 고도의 집중력을 귀에 쏟았다. 그제서야 공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간신히 골을 넣고 안대를 벗으니 살 것 같았다.
휠체어 농구 체험은 휠체어를 타고 슛을 던지게 돼 있었다. 휠체어에 앉아 본 적은 있었지만 직접 타면서 운동하는 건 처음이었다. 서툴렀다. 주위 도움을 받아 골을 넣었다.
가만히 보니 경기용 휠체어는 일반 휠체어와 좀 달랐다. 일단 바퀴가 비스듬하게 눕혀져 있고 보조 바퀴가 있었다. 선수들이 밀기 쉽고 휠체어 움직임도 다르단다. 내 뒤를 이어 남매로 보이는 아이 둘이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나섰다. 어린 여동생이 좀처럼 성공을 하지 못하자, 오빠가 함께 도와 슛을 날렸다. 박수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페스티벌에는 부대행사도 함께 했다. 응원 포토존에선 파리 패럴림픽을 응원하는 사진을 찍어줬다. 페이스 페인팅 대기줄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은 무얼 그려 달랄까 고민했다. 내 팔에도 2024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프리주가 피어났다.
프리주는 프랑스의 자유와 해방을 상징하는 ‘프리기아 모자’에서 따온 캐릭터다. 모쪼록 물감이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며, 예쁜 빨간 프리주를 조심히 쳐다봤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가족은 어린 딸의 손에 태극기가 그려지는 걸 바라보고 있었다.
안내판에는 패럴림픽 종목과 선수에 관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경기용 장비들도 놓여 있었다. 걸어 다니며 읽고 세세히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무겁죠?” 안내자가 펜싱 마스크를 내게 건네며 말했다. 그 무게에 휠체어에 앉아 장비를 갖추고 경기하는 선수들의 어려움이 전해졌다.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는 ‘어울림 3X3휠체어농구대회’였다. 뜨거운 열기 속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농구 경기를 펼쳤다. 이들은 이번 대회를 위해 주말마다 훈련했다고 밝혔다.
“비장애인이 좀 더 경기하기 어렵죠. 휠체어를 자유롭게 타지 못하잖아요.” 장민준 팀장(대한장애인체육회)이 말했다. 한 박자 늦춰 생각해보니 그랬다. 비장애인이 더 어려운 경기다.
이어 그는 대회를 소개했다. “‘어울림 3x3휠체어농구대회’는 작년 처음 시작했어요. 무엇보다 장애인 농구가 많이 알려지는 게 중요한 만큼 인원을 줄이고 직접 길거리로 나가 경기를 하게 됐죠.”
팀 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비율은 상관없지만, 최소 1명은 비장애인이 포함돼야 한다. 무엇보다 장애인, 비장애인의 손발이 맞아야 하는 게 중요하다.
오는 7월 파리 올림픽, 이어 8월에는 파리 패럴림픽이 열린다. 파리 패럴림픽에서 특히 무엇을 눈여겨보면 좋을까.
“모든 경기가 중요하지만, 패럴림픽에만 있는 종목인 보치아와 골볼에 관심을 두면 더 재밌을 것 같아요. 골볼은 시각장애인이 참가하는데 우리나라가 28년 만에 패럴림픽 출전권을 땄거든요. 또 보치아는 중증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경기인데요. 이번에 또 우승하면 10회 연속 금메달을 따게 돼 기대가 크죠.” 그는 태권도 종목 또한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편 6월 14~16일 서울 10개의 경기장에서는 ‘전국어울림 생활체육대축전’도 열렸다. ‘전국어울림 생활체육대축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팀을 구성, 장애인 생활체육을 즐기는 대회로 정부 국정과제 ‘모두를 위한 스포츠, 촘촘한 스포츠 복지실현’을 위한 대표적 사업이다. 특히 올해는 낚시와 조정이 새로 추가됐으며 총 1200여 명이 참가,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파리 패럴림픽은 8월 28일에 열린다. 184개국 4400명이 참가해 22개 종목을 놓고 경합을 벌인다. 이번 페스티벌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좀 더 와닿았다. 눈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공을 찬다거나, 휠체어를 타고 공을 넣는 건 분명 어려웠으니까.
6월 한강을 비롯한 서울 곳곳에서 장애인, 비장애인들이 어우러졌다. 서로 함께 하는 일이 늘었다는 점에 더욱 반갑다. 그런 흐뭇함 속에 페스티벌에서 이야기하던 한 장애인 말이 맴돌았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함께 열리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훗날 옛날엔 패럴림픽이란 대회가 따로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