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슴푸레한 새벽, 찌르는 듯한 한기에 눈을 떴다. 기분 나쁜 살얼음이 피부층 겹겹이 쌓여 있는 듯했다. 방 온도는 변함없었다. 설마? 이가 덜덜 떨리는 걸 느끼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찾았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선명한 두 줄, 코로나19였다.
어찌어찌 그동안 잘 버텨왔다. 외출을 자제했고 마스크, 손씻기를 열심히 한 덕도 있겠다. 그러는 사이 코로나19 감염등급이 4급으로 바뀌며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 즐거움에 알게 모르게 마음을 너무 놓았나 보다(물론 마스크는 늘 했지만).
뭐부터 해야 하나? 해열제를 먹고 열이 내렸지만,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도 코로나19 수칙을 줄줄 외웠건만, 달라진 규정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온라인에도 최신 코로나19에 관해선 전처럼 찾아 보기 힘들었다. 당장 난 걸렸는데.
선별진료소가 없어져 가까운 병원이면 어디든 가도 되는지 궁금했다. 내과? 이비인후과? 병원 선택도 잠시 고민했다. 코로나19 누리집에 가면 지역별 먹는 약 조제 및 의료기관이 나와 있는데, 당황했나 보다. 미처 거기까진 떠오르지 않았다. 지역 병원을 찾으려고 모임(카페)을 가보니, 최근 나처럼 독감이나 코로나에 걸려 궁금해하는 질문들이 꽤 보였다.
가까운 내과에 가기로 했다(후에 보니 지정의료기관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엘리베이터는 혼자 탔으며 사람들을 피해 걸었다. 병원에는 사람들이 꽤 앉아 있었다. 증상을 말하니 비닐장갑을 줬다. 장갑 낀 손이 민망해 코트 주머니 속에 넣었다. 집에서 진단키트를 하고 왔다니 검사는 선택이란다. 검사 비용도 병원마다 차이가 있었고 보험 처리는 보험사마다 다르다고 했다.
당연히 코로나19 약을 주는 줄만 알았다. 차트를 보던 의사는 내게 대상자가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명색이 코로나19 확진인데, 코로나 약을 먹어야 하나 싶어 이야기하니 안내문을 보여 줬다.
“여기 보이시죠? 환자분은 대상이 아니에요.”
의사가 보여준 안내문에는 만 60세 이상이거나 면역저하자(현재 종양 및 혈액암 치료 중, 폐이식 환자, 면역억제제 치료 중인 자, 자기면역 또는 자기염증성 류마티스 환자 등), 기저질환(당뇨, 심혈관질환, 만성 폐, 만성 신장질환, 신경발달 장애 등)을 가진 사람이 해당된다고 적혀 있었다. 또 체질량지수(BMI) 30kg/㎡ 이상인 경우여야 한단다. 물론 여기에 포함된다고 다 받는 것도 아니란다. 증상 발생 후 5일 내, 산소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여야 가능했다.
집에 돌아와 코로나19 자가격리를 선언했다. 진단키트와 수분 보충 음료 등을 급히 주문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가족들이 옮을까 미안하고 신경이 쓰였다. 모든 약속을 취소했다.
솔직히 며칠이면 되는 줄 알았다. 웬걸, 내 경우는 좀처럼 낫지 않았다. 특히 호흡기가 더 그랬다. 약도 떨어진 참에 다시 병원에 갔다. 너무 오래 가는 거 아니냐고 묻자, 의사는 단호하게 안심을 시켰다. 그러면서 요즘 코로나, 독감 등 호흡기 관련 환자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그래서 고연령층이나 면역저하자들은 큰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기관지와 폐로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일은 밀렸는데, 일상은 멈췄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각 부처와 함께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2026년 호남권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충청·경남·경북·수도권 등 총 5개 권역에 ‘감염병전문병원’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질병관리청은 올해 예산 중 419억 원을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 및 대응’으로 확정했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등급 조정 이후, 코로나19 양성자(표본)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양성자(표본) 감시체계는 기존 표본 감시로 파악이 어려운 지역, 연령별 발생 경향을 파악해 변이바이러스 유행 양상을 모니터링 하는 것이다. 이에 맞춰 매주 코로나19 양성자(표본) 감시 주간소식지를 배포하고 있다.
누군가는 덜 아프다고도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독감 같은 유행까지 겹쳐 더 아프다고 했다. 나는 첫날 38.5도쯤 열이 올랐고 코와 목이 매캐했다. 이튿날은 목소리가 갈라졌고 미열이 났다. 몸살과 호흡기 증상은 잘 떨어지지 않았다. 계속 약을 먹어 생기는 괴로움도 있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9일 코로나19 방역 완화 후 첫 설 연휴를 앞둔 만큼 비상방역체계를 앞당겨서 운영한다고 밝혔다. 조금씩 늘어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19는 전염 위험성에 따른 감염병 등급 중 가장 낮은 4단계에 속한다. 이에 먹는 치료제 대상군과 고위험 입원환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지원하고 있다. 또 중증환자의 고액치료비는 일부 지원된다.
단 유급휴가 및 생활지원비는 중단됐고 재택치료자 관리도 없다. 확진자 격리는 5일을 권고하고 백신은 무료로 맞을 수 있다. 또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및 입소형 감염 취약시설에서는 꼭 마스크를 써야 한다. 어느 병원을 가야할 지 모른다면, 당황하지 말고 코로나19 홈페이지 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누리집을 찾아보자. 누리집에서 호흡기환자 진료센터로 지정된 의료기관 및 먹는 치료제 처방 기관을 확인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서는 사람이 많고 밀폐된 곳에선 마스크 쓰기를 권고하고 있다. 특히 호흡기 코로나19 확진자(밀접 접촉자), 고위험군이라면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한다. 세부적인 코로나19 등 문의는 콜센터(1339, 지역번호+120)에 연락하거나 누리집을 참조하자.
요새 날씨 변덕이 심하다. 더욱이 방학에다 연휴, 겨울 행사 등 사람들이 모일 상황도 많다. 이럴 때일수록 더 즐거운 일상을 위해 철저한 손씻기나 마스크 착용과 같은 실천만큼은 잊지 말자. 어쨌든 아프면,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