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참으로 어렵다. 지방에 살다 보면 워킹맘으로서 애로사항 중 하나가 휴일이나 야간 근무 시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아이들 방학이면 일하는 엄마들은 2차 고비를 맞게 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는 보통 1주일에서 3주, 많게는 두 달 동안 방학을 하기 때문에 돌봄 공백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는 엄마는 퇴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오후에 학원 수업이 시작되기 때문에 특히나 오전 시간 돌봄 공백이 크다. 밥을 차려먹거나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익숙지 않기 때문에 돌봄의 손길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지인은 아이 혼자 계란 프라이를 만들다 하마터면 불이 날 뻔한 사고를 겪은 후로 방학이 두렵다고 했다.
그나마 사정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 두 자녀(4살, 8살)를 키우는 지인은 동네에 365일 열린 어린이집이 생기면서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 생겨 갑작스런 야근에도 걱정이 조금 줄었다고 귀띔해줬다.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퇴근 시간이 조금만 늘어져 아이가 혼자 어린이집에 남아 있을까 걱정되어 발을 동동 구르는데, 이곳을 활용하면서 업무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승진을 앞두고 잦은 출장과 업무 공백을 메울 수 있어 한시름 놓았단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겨울방학을 앞두고 여성가족부는 휴일과 야간에도 아이돌봄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강화된 정책을 시행해 눈길을 끌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부모의 맞벌이 등으로 양육 공백이 발생한 가정의 12세 이하 아동에게 국가에서 찾아가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아이돌봄서비스는 서비스 신청 시 아이돌보미를 연계하고, 아이돌보미가 가정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고려해 서비스 시작 최소 4시간 전에 신청하도록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계획되지 않은 출장이나 야근 등 돌봄 공백이 생기는 경우 신청 제한으로 긴급 상황에 활용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시범사업으로 진행되는 신규 돌봄 서비스는 돌봄 시작 2~4시간 전까지 신청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우선 긴급 돌봄의 경우 생후 3개월부터 12세 이하 아동까지 돌봄 시작 2~4시간 전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등하교 등 짧은 시간의 돌봄이 필요한 가정과 같이 최소 돌봄 2시간을 모두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단시간 돌봄도 도입됐다. 내게는 가끔 출장으로 새벽부터 출근해야 할 때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듯 긴급, 단시간 프로그램이 추가되면서 주위 맞벌이 부부들의 고민도 덜었다.
연년생(6, 7세)을 키우는 지인은 이번 1주일 간의 방학 동안 아이돌봄서비스를 신청해 돌봄 공백을 메울 수 있어 안심이 된다고 했다. 또한 병원에서 3교대로 근무하는 지인도 휴일과 야간에 아이돌봄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누리집(https://www.idolbom.go.kr) 또는 아이돌봄 앱, 전화(1577-2514)로 신청할 수 있다. 서비스 유형도 다양하다.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시간제 서비스를 비롯해 36개월 이하 영아를 대상으로 영아종일제서비스,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 시설 이용 아동이 질병 감염으로 불가피하게 가정보육이 필요한 경우에 질병감염아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새해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맞춤형 지원과 미래를 준비하는 저출산 대응에 역점을 두고 예산안을 편성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이용 가구의 소득 수준에 따라서만 이용 요금을 차등 지원했으나, 내년에는 2자녀 이상 가구는 본인 부담금의 10%를 추가 지원한다는 점이다. 특히 24세 이하 청소년 부모 또는 한부모는 이용 요금의 90%를 지원하는 등 사각지대를 위한 촘촘한 복지정책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앞으로도 부모들이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틈새 보육정책이 확산돼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