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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공예트렌드페어에서 17년 간의 발자취를 보다

2023.12.19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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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코엑스를 지날 때면 종종 공예트렌드페어가 떠오른다. 늘 느지막한 계절에는 공예트렌트페어가 열렸기 때문이다. 올해 공예트렌드페어는 지난 12월 14일부터 3일간 코엑스에서 진행됐다. 

2023 공예트렌드페어 행사장.
2023 공예트렌드페어 행사장.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KCDF(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가 주관한 공예트렌드페어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예 전문 박람회다. 2006년부터 시작된 공예트렌드페어가 어느덧 18회째를 맞이했다. 

'2023공예트렌트페어'가 열렸던 코엑스.
‘2023 공예트렌트페어’가 열렸던 코엑스.

그동안 가겠다며 별러왔지만, 늘 일정이 겹쳤다.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공예트렌드페어 아카이브관을 놓칠 수 없어서였다. 아카이브관에서는 지금까지 공예트렌트페어가 걸어 온 17년 동안의 발자취를 한번에 보여줬다. 더욱이 이를 발판삼아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겠다는 취지가 마음에 들었다. 

작품 제작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
작품 제작 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
세심히 들여다보는 사람들과 의도를 이야기해주는 작가들.
세심히 들여다보는 사람들과 작품의 의도를 이야기해주는 작가들.

행사 기간 동안 한파가 닥쳤다. 날아갈 듯 추웠다. 그렇지만 공예에 관한 열정은 매서운 강풍마저 이겨내는 걸까. 행사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올해는 신진공예가관, 공예공방관, 공예아카데미관 등으로 구성돼 취향에 맞춰 보기 쉬웠다. 무엇보다 예년에 비해 공예 유통박람회 역할이 강화됐다. 수출상담회 및 참가사와의 1:1 상담, 기업 간 만남의 장 및 온라인 판매 지원 등을 추진했다. 14일은 비즈니스 데이로 일반 관람객을 받지 않았다. 

국립무형유산원, 한국문화재재단 부스는 커다란 선물상자 같아 보였다.
국립무형유산원, 한국문화재재단 부스는 커다란 선물상자처럼 보였다.

작은 부분도 세심했다. 코트 보관소를 운영해 편한 관람을 제공했으며 포장과 택배 부스를 따로 마련해 편의를 도왔다. 

공예트렌드페어 17년의 발자취1.
공예트렌드페어 17년의 발자취.

현장에 도착하자, 보고 싶었던 아카이브관부터 달려갔다. 아카이브관은 17년 간의 역사전집 같았다. 책장에 각 연도의 책 한 권이 있는 듯했다. 연도 별로 설명과 그해 작가 수상작이 전시돼 있었다. 알다시피 역사는 기록이다. 그 시대를 반영한 디자인을 보니 당시 기억이 떠올라 더 흥미로웠다. 

공예트렌드페어 17년의 발자취2. 가로와 세로 스크린으로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을 구분했다.
공예트렌드페어 17년의 발자취. 가로와 세로 스크린으로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감독 및 큐레이터)을 구분했다.

공예트렌드페어는 어떻게 시작했을까. 우리나라는 2000년 밀레니엄 전후, 문화가 성장하면서 다양한 국제교류 행사들을 개최했다. 그러던 2006년, 공예트렌드페어 시작인 국제공예박람회가 개막했다. 2014년에는 SNS 및 옴니채널(소비자가 온·오프라인 등 마케팅 채널을 넘나들며 상품 검색 및 구매를 하도록 하는 서비스)이 확산되며 우리 공예가 세계와 좀 더 가까워졌다. 행사 10주년인 2015년도에는 3D 프린트가 주목을 받으며 공예와 결합했다. 2017년은 스마트 시대로 접어 들었고, 2018년에는 비즈니스와 유통업에서 30% 이상 성장률을 보이며, 공예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그러다 암흑기가 생겼다. 코로나19로 공예도 타격을 입었다. 해설에는 매출액이 숫자로 표기돼 있었는데 전년도에 비해 꽤 줄어든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곧 반전이 있었다. 사람들이 집콕을 하면서 공예로 눈을 돌린 것이다. 다시 성장세를 타면서 공예는 일상 속에 스며들었다. 2022년 공예트렌드페어는 역대 최고의 매출이나 방문객 수 등 성장세가 눈에 띄게 도드라졌다. 

'준비한 달들은 끝내 내놓지 못하고 흐지부지 안녕...' 작가의 말처럼 삶도 이렇다.
‘준비한 달들은 끝내 내놓지 못하고 흐지부지 안녕…’ 작가의 말처럼 우리 삶도 이렇다.
부스에 다 담지 못 한 작품은 부스 옆에 걸려 있었다.
부스에 다 담지 못 한 작품은 부스 옆에 걸려 있었다.

부스마다 작가 별로 전시를 해놨다. 솔직히 이 작은 공간(부스)에 작가의 전 세계를 표현해 사람들 시선을 잡는 건 만만치 않아 보였다. 작업하면 할수록 더 많은 작품과 또 다른 생각들이 쌓이기 마련 아닌가. 그들은 작은 틈에서도 의미를 찾고 새로운 감각을 깨닫는다. 해설을 들어야 작품을 이해하는 나로선 그런 세심함이 부러웠다. 좀 더 작가들의 생각으로 작품을 바라보고 싶었다. 

작가는 식기에 관해 많은 이와 소통하고 싶어했다. 작가의 작품으로 깨를 갈고 있는 사람들.
작가는 식기에 관해 많은 이와 소통하고 싶어했다. 작가의 작품으로 깨를 갈고 있는 사람들.

“글쎄요. 저는 오히려 예술 문턱이 낮아져 좀 더 많은 사람과 쉽게 소통할 수 있길 바라거든요. 제가 작품 주제로 식기를 선택한 것도 세상 누구나 식사를 하기 때문이었고요.”

고소한 깨 냄새가 풍기는 공간(부스)에서 작가가 말했다. 그는 식기를 만들었다. 절구와 숟가락, 소스통 같은. 그냥 보면 좀 색다른 식기지만, 그 안에는 의도가 담겨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이민과 이사를 많이 다니다 보니, 누구와도 가장 쉽게 소통하는 방법이 음식이라는 걸 깨달았단다. 

매끈하지 않아 눈에 띈 작품.
매끈하지 않아 눈에 띈 작품.

마감이 매끄럽지 않아 시선을 끈 작품도 있었다. 도예에 관해 모르니 자신있게 물었다. 울퉁불퉁한 작품 제작이 더 어려울까라는 질문에 “어떤 형식이 더 어렵다고 말하기는 힘들고요. 제 작품에 쓰는 흙이 백토인데 부서지기 쉬운 점이 어렵달까요.”라고 답했다. 표현의 차이였다. 피카소 그림과 르느와르 작품의 난이도를 따질 수 없듯.

나무 그대로를 살리고 싶었다는 작가. 옹이도 있고 구멍도 있다.
나무 그대로를 살리고 싶었다는 작가. 옹이도 있고 구멍도 있다.

“저는 자연 그대로를 살리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구멍이나 옹이가 있는 나무를 사용해 표현했어요.” 커다란 구멍이 있는 목기들이 보였다. 작품마다 구멍이 나 있었다. 자연적으로 생긴 흔적이다. 그러다 보니 하나도 같은 작품이 없다. 자연이 준 커다란 선물인 셈이다(적어도 작가에게는). 

아이들은 바다, 또는 하늘을 떠올렸다.
아이들은 바다, 또는 하늘을 떠올렸다.

“이거 진짜 바다 같지?”
“난 하늘 같은데.” 

꼬마 아이들 목소리에 무심코 뒤를 돌아봤다. 예닐곱 살 남짓한 아이들이 모여서 저마다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이 가리킨 곳에는 푸르게 물든 작품이 있었다. 굳이  제목이나 설명을 쓰지 않아 더 좋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가득찬 아이들 앞에선.  

작품이 귀엽다고 칭찬하던 사람은 작품과정을 영상으로 담았다.
작품이 귀엽다고 칭찬하던 사람은 작품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다.

“이거 너무 귀엽지 않아? 완전 내 취향이야.”
“여기 수업도 한다는데, 너도 만들면 어때?”

작은 환호가 들리는 곳을 쳐다보니, 조그마한 공예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와우~ 나도 같이 소리지르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도 하나 만들어 방에 걸어놓으면 저렇게 예쁠까. 

“주제가 바뀌었나요? 분위기가 지난해와 조금 다른 듯해서요.” 한 남성이 작가에게 물었다. 남성은 공예트렌드페어에 여러 번 왔다면서 말했다. 자신의 작품을 기억하는 남성에게 작가는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서로 감상을 이야기하며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자연을 닮은 휴식공간. 작가는 자연에서 쉬는 느낌을 받기를 원했다.
자연을 닮은 휴식공간. 작가는 자연에서 쉬는 느낌을 받기를 원했다.

자연을 표현한 의자와 탁자도 재밌었다. 이끼가 가득하거나 돌처럼 매끈해보이는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작가의 권유에 한번 앉아봤다. 일어나기 싫었다. 실제 이끼는 아니지만 미지의 숲속에 있는 느낌이랄까. 짧은 시간 탐험을 하고 온 듯했다. 저런 의자에 앉아 일한다면, 능률이 쑥 오를 듯싶다.    

작가의 설명에 매료된 여성이 감탄하며 영상을 찍고 있다.
작가의 설명에 매료된 여성이 감탄하며 영상을 찍고 있다.

“작가님의 그런 마음이 담겨 있었군요. 어째 내 마음을 울린다 싶었어요. 작은 작품이 이렇게 큰 감동을 주다니 놀라워요.”

한 여성이 도예 작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점점 몸을 굽혀 세밀히 살폈다. 그러다 눈으로만 담아가기 어려운지 양해를 구하고 영상을 찍었다. 그의 말에 나도 궁금해졌다. 작품은 그릇보다는 그물처럼 보였다. 작가는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고 했다. 그러다가 완전하지 않은 작품에서 편안한 걸 느꼈다고 했다. “그동안 완벽한 작품을 추구했는데요. 완벽하게 하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더 지치더라고요. 역설적으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완벽하다는 걸 깨달았죠.”

문득(Moon 得)이란다. 단어 속에 작가의 작품 세계가 엿보인다.
문득(Moon得)이란다. ‘달을 얻다’. 단어 속에 작가의 작품 세계가 엿보인다.

원숙미가 묻어 나오는 공예공방관,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신진공예가관, 좀 더 활발한 분위기가 좋았던 아카데미관… 저마다 특성이 있었다. 

공예메타버스 플랫폼. 3D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구매를 시행할 예정이다.
공예 메타버스 플랫폼. 3D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공예 구매를 운영할 예정이다.
다양한 공예품이 전시돼 볼거리를 선사했다.
다양한 공예품이 전시돼 볼거리를 선사했다.

공예트렌드페어에는 공예에 관심 많은 사람, 공예가를 꿈꾸는 사람, 공예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모두 열정이 가득한 채로. 예쁘다고 감탄을 했다. 바라보다 참지 못한 듯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KCDF관에서는 각종 정보와 기존 수상작들을 볼 수 있었다.
KCDF관에서는 각종 정보와 기존 수상작들을 볼 수 있었다.
한 끝을 강조한 공예. 실용성을 겸비해 더 좋다.
한 끝을 강조한 공예. 실용성을 겸비해 더 좋다.
공예트렌드페어 행사장에서 바람을 적는 사람들.
공예트렌드페어 행사장에서 바람을 적는 사람들.

작품을 제작하면서 품었던 생각 또한 얼마나 많았을까. 공예트렌드페어 행사장은 참가자들의 작품만 전시된 게 아니었다. 그 안에 담긴 그들의 생각, 가치, 그리고 감동과 같은 여러 가지가 함께 했다. 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3 공예트렌드페어’에서는 이렇게 쌓아온 공예트렌드페어 17년 간을 돌아볼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공예트렌드페어가 한걸음 나아갈 모습이 궁금하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누리집 : https://www.kcdf.kr/



정책기자단 김윤경 사진
정책기자단|김윤경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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