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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달리는 심야 자율주행버스 탑승기

2023.12.18 정책기자단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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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어둠이 내린 밤 11시. 그래도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의 거리는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와 옷을 껴입은 채 집이나 또 다른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 역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 특별한 버스를 마주했다.

2층 광역버스를 처음 봤을 때도, 전기버스를 처음 봤을 때도 조금의 특별함을 느끼긴 했지만, 이날처럼 새로운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일반 버스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높고 매끈한 차체, 그리고 ‘자율주행’이라는 선명한 글씨를 달고 운행하는 버스가 승강장으로 들어왔다.

심야 자율주행버스가 지난 4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일반 전기버스와 비슷하면서도 독특한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심야 자율주행버스가 지난 4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일반 전기버스와 비슷하면서도 독특한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서울시에서 심야 자율주행버스의 운행이 시작된 것은 지난 4일부터다. 이번 버스 운행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 최초의 심야 시간 자율주행버스라는 타이틀을 얻었다는 것과 국민들이 지속적인 불편사항이라고 이야기했던 심야시간 교통 편의성이 대폭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두 가지다. 

심야자율행버스 A21번의 노선도. A는 자율주행을 뜻한다고 한다.
심야자율행버스 A21번의 노선도. A는 자율주행을 뜻한다고 한다.

심야 자율주행버스의 번호는 A21번. 번호 앞의 영문 A는 자율주행을 의미한다고 한다. 버스는 서울 내에서도 대학가와 쇼핑몰이 모여있어 늦은 시간에도 이동 수요가 많은 동대문역과 합정역을 왕복한다. 밤 11시30분 동대문역(01037 정류장), 합정역(14012 정류장)에서 첫 차가 출발해 70분 간격으로 5회 운행한다.

11시 30분이 되자 BIS(버스 정보 시스템)에 A21번 버스의 운행 알림이 표시됐고, 이내 생소한 외관을 가진 버스가 천천히 감속한 후 문을 열었다. 버스 운전석에는 일반 버스와 마찬가지로 운전사가 인사를 건네며 교통카드 태그를 안내했다.

현재 시범운영 중인 A21번 버스는 내년 초까지 무료로 운행되며, 내년 상반기 중 이용 요금이 결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른 교통수단과의 환승 연계 등의 사유로 승차와 하차시에는 반드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했다. 

자율주행버스의 좌석 앞에는 각각 안내문이 부착되어있었다. 탑승 유의사항을 비롯한 기본적인 안내사항이 표기되어있었다.
자율주행버스의 좌석 앞에는 각각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다. 탑승 유의사항을 비롯한 기본적인 안내사항이 표기되어 있었다.

운전석 바로 옆에는 안전한 운행 모니터링과 승객 안내를 담당하는 오퍼레이터가 동승해 있었는데, 교통카드를 태그하자 좌석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매달라는 구두 안내와 함께 한국어와 영어로 자율주행버스 탑승 환영과 안전벨트 착용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왔다.

아무래도 자율주행버스다 보니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필수였고, 입석 역시 금지됐다. 또 차량이 완전히 정차한 이후에 안전벨트를 풀고 하차해야 했으며 안전상의 이유로 6세 미만의 아동은 차량 탑승을 제한하고 있었다.

버스 중앙 상단에는 자율주행상태와 노선을 표기해주는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있었다.
버스 중앙 상단에는 자율주행 상태와 노선을 표기해주는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었다.

버스의 중앙 상단에는 정류소 안내와 함께 버스 자율주행 상태를 표기하는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었다. 날짜와 시간, 전방 신호등의 표시, 자율주행 상태와 함께 전방 카메라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버스에 탑승한 승객들은 저마다 핸드폰과 카메라를 꺼내 자율주행 운행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개입하기 위해 운전사가 동승해 있다고 해도 엄연히 자율주행으로 운행되는 버스는 확실히 생소한 경험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자율주행버스의 탑승 소감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지만, 아직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남아있었다. 우선 시속 30~40km로 주행하며 차선 변경과 전방 안전 확보, 코너링은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정류장 진입과 출발, 전방 신호 변경에 따른 가속과 감속이 조금은 매끄럽지 못해 약간의 울렁거림을 느끼기도 했다.

자율주행버스에 탑승한 모든 승객은 안전벨트를 착용해야했다. 버스 좌석은 일반 버스와 동일했다.
자율주행버스에 탑승한 모든 승객은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했다. 버스 좌석은 일반 버스와 동일했다.

이날 함께 버스에 탑승한 다른 시민 역시 시범 기간 무료로 운행 중이니 시간이 맞는다면 몇 번은 더 탑승하겠지만, 일반 버스와 비교해 갑작스럽게 브레이크를 밟는 경우가 조금 더 많은 것 같다며 “시범 운영 기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심야 시간 서울을 찾은 관광객과 시민의 발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자율주행버스는 내년 상반기까지 매주 평일(월~금) 운행을 계속할 예정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한 높은 만족도와 더불어 심야 시간 취객이나 무단횡단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전 요소가 더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며 운행 노선을 연장하고 신규 노선도 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한 상황이다.

모두가 잠든 새벽, 미래를 달리는 버스가 운행을 시작했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안전하고 가장 편리한 도시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책기자단 이정혁 사진
정책기자단|이정혁jhlee4345@naver.com
정책의 수혜자이자 옵저버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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