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양양이 ‘한국의 이비자’로 불린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서퍼들의 천국일 뿐만 아니라 밤마다 파티가 열린다는 이국적인 장소인 양양. 내가 낚시하러 갔던 양양은 조용한 동해안 마을이었던 것 같은데… 강릉과 속초시 사이에 있는 작은 양양군이 언제 이렇게 대한민국 대표 핫플레이스가 된 걸까?
내가 몰랐을 뿐이지 양양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핑 명소로 유명했다. 특히 양양의 서피비치(Surfyy Beach)는 연간 수십만 명이 방문한다는 관광 명소 중의 명소였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의 문화 매력 및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역 명소, 콘텐츠, 명인 등을 ‘로컬100’(지역문화 매력 100선)으로 선정했고 그 100곳 중 양양 서피비치도 포함돼 있다. 양양으로 워케이션을 간 김에 서피비치를 방문해 보았다.
서피비치는 강원도 양양군 하북면에 위치한 1km 구간의 서핑 전용 해변으로, 서핑뿐만 아니라 요가, 롱보드, 스노클링 등 다양한 해상 레저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남태평양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국적인 정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10월 말 찾은 서피비치는 여름과는 다르게 한적한 풍경을 자아냈다. 바다 위에는 서핑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해변을 걷는 사람들, 그리고 카페에서 맑은 가을 하늘과 동해를 즐기는 소수의 사람들뿐이었다. 서핑 프로그램은 10월 말까지 운영되고 예약제라 시간에 따라 방문한다고 했다. 날씨만 따라준다면 오히려 한산한 가을이 서핑하기에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적인 곳이 이 서퍼비치이지만 서피비치뿐만 아니라 실제로 양양은 서핑의 고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케이션을 하기 위해 머물렀던 죽도해변과 바로 옆 인구해변도 서핑으로 유명한 곳이다.
워케이션 사무실 옆에는 2014년 설립된 양양군서핑협회와 강원도서핑협회 사무실이 있고, 주변에는 서퍼들을 위한 샤워실과 휴게실, 라운지, 강습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었다. 특히 날씨와 수온, 바람, 파도 등 서핑을 위한 해변 정보와 양양의 여러 해변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파도웹캠 서비스가 인상적이었다.
인구해변은 위에서 언급한 ‘한국의 이비자’이자 소위 ‘양리단길’로 불리는 서핑과 유흥의 중심지이다. 역시 10월 말이라 그런지 여름보다는 훨씬 한적한 모습이었지만 해변을 따라 쭉 늘어선 이국적 건물들과 서핑숍 등을 통해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여름의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서피비치를 비롯한 양양의 해변은 서핑문화 덕분에 1년 내내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되었다고 한다. 조용한 어촌마을이 활기를 되찾은 것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는 말처럼 ‘x리단길’로 대표되는 젠트리피케이션과 주택가 바로 옆에 위치한 유흥가 등의 문제 역시 지적되고 있다. 그 밖에도 주로 유흥문화가 강조된다는 점이 아쉬웠다.
양양과 비교되는 스페인의 작은 섬 이비자는 세계적인 클럽 및 파티 명소이다. 이비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지역문화에는 그런 힘이 있다.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 그곳이 아니면 볼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바로 그런 매력 말이다. 양양의 서피비치는 충분히 그런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서로 상생하며 좀 더 가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로컬100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