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다가 경기도로 이사를 했다. 전입신고를 했을 때 ‘경기도니까~ 영화관도 있을 거고, 여전히 문화생활을 누리며 살 수 있겠지?’ 싶은 기대감이 있었지만 경기도가 워낙 넓은 터라, 서울 길거리에서 흔히 봐왔던 영화관 및 극장들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까지 나가야 하나, 문화생활을 포기해야 하나 싶었던 찰나 내 위치 주변으로 영화관이 있다는 알림이 떴다. 조금은 생소한 ‘작은영화관’이라는 이름의 영화관이었다.
작은영화관은 지역 주민들의 문화 갈증 해소를 목적으로 기존에 영화관이 들어선 적이 없거나 경영 악화로 폐관된 도서 지역에 문화체육관광부의 작은영화관 사업 지원을 받아 건립한 소규모 영화관을 뜻했다.
평소에는 일반 영화들이 상영되는 작은영화관인데, 내가 작은영화관에 방문한 날은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의 일환으로 국립극장의 ‘극장 서는 날’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작은영화관 관계자는 “극장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민의 문화 향유 증진을 위해 한국작은영화관협회와 협력해 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 등 9개 지역 작은영화관 19곳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살 때도 국립극장 가기가 쉽지 만은 않았는데, 우리 동네에 있는 작은영화관에서 국립극장의 공연도 볼 수 있다는 소식에 기뻤다.
나는 아이와 함께 ‘귀토_토끼의 팔란’을 관람하기 위해 표를 끊고 매점에서 팝콘도 샀다. 아이는 영상 상영 내내 “우리가 봤던 만화가 아니네? 사람들이 민속촌에서 본 것처럼 북, 꽹과리 치고, 노래도 불러!”라며 신기해했다. 나 또한 공연장 맨 앞줄에 앉아서 관람하는 것처럼 배우들의 빛나는 눈동자, 또렷한 입 모양 등 생동감 넘치는 공연을 볼 수 있음에 감탄했다.
이렇게 멋지고 재미있는 공연을 보려면 며칠 전부터 티켓팅도 해야 하고 수도권으로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동네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너무 좋았다. 아이와 함께 관람할 수 있는 환경에 다음에 또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기다려졌다.
국립극장은 2021년부터 국립극장의 인기 공연을 고품질 실황 영상으로 제작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서비스하는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은영화관에서는 대도시 지역과 동시에 최신 개봉영화를 볼 수 있고 또 영화 관람 요금도 낮게 책정함으로써 지역민들의 문화 격차를 완화하고 여가생활도 즐길 수 있게 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작은영화관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방문해 한껏 문화를 누려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