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몇 차례 해외여행을 다녀와 봤다. 여행하면서 가장 불편한 점을 고르라면 단연 화장실이었다. 공중화장실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어떤 나라는 비용을 지불해야 화장실 이용이 가능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느끼겠지만 우리나라만큼 화장실에 관대한 나라도 없을 것 같다.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공원이나 공터에는 ‘공중화장실’이 무수히 많이 자리하고 있고, 몇 해 전부터 상가 건물 입구에 ‘개방형 화장실’이라는 문구도 발견했다. 정말 급한 일이 있는 사람들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각 지자체에서 별도 지원해 주고 있단다.
이뿐인가. 도시 경관과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공중화장실이 속속 생겨나기도 하고 허허벌판 간척지에도 여성 농업인을 위한 공중화장실이 생겼다. 최근 지역 축제장에 갔는데 한 사진관 입구에 축제 기간 중 화장실을 무료 개방한다고 적혀 있었다. 전국 방방곡곡 어디를 돌아봐도, 마음 편히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어 우리나라 화장실 문화가 왜 최고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최근 행정안전부에서 ‘제25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大賞) 공모전’을 진행했다. 무려 25년째다. 이 공모전은 행정안전부와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화장실 문화를 확산하고 정착하기 위해 지난 1999년부터 해마다 시행하고 있다.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공모전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고, 무려 25년간 대한민국 화장실 문화를 위해 앞장서왔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마침 내가 사는 지역에도 장관상을 받은 화장실이 있었다. 전북 군산 선양동 해돋이공원 공중화장실이다.
해돋이공원 공중화장실은 지난 2022년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주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국민안심그린공중화장실로 탈바꿈했다.
제일 먼저 해를 맞이한다는 뜻의 선양동(先陽洞) 공중화장실은 붉은 해를 상징하듯 빨간 외관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주변 문화시설과 조화를 이루며 ‘국민안심그린공중화장실’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국민안심’이라는 단어 자체에 주는 묵직함과 믿음직스러움이 있었다. 화장실 곳곳에는 왜 국민안심인지를 설명하는 시스템들이 보였다. 우산 첨단 비상벨 시스템이 작동 중이었다. 이상음원 감지기도 설치돼 있었다.
이상음원 감지기란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와 같은 한정된 공간에 이상음원 감지 카메라를 설치하여 위급상황 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한 상황 파악 및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위급 시 비상벨을 누르거나 비명 등 소리를 감지한다면 즉시 경찰이 출동할 것이다. 또한 화장실 내부에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LED 조명 및 절수형 시설을 설치했고, 남녀 장애인 전용화장실 구분 설치, 유아 동반 이용자 편의를 위한 기저귀 교환대, 유아 거치대도 설치했다.
지금도 수많은 외국인이 대한민국 화장실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 화장실 하나만 봐도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화장실은 그저 깨끗한 화장실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겸비한 ‘국민안심’ 화장실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