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 더없이 좋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나는 하늘이 내려준 이 축복의 계절에 부모님과 함께 남해 여행을 잠깐 다녀왔다. 여기서 만나고 걸은 ‘코리아둘레길’과 ‘남파랑길’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한다.
코리아둘레길은 우리나라 외곽을 하나로 연결하는 약 4500km의 초장거리 걷기 여행길이다. 코리아둘레길의 비전은 ‘대한민국을 재발견하며 함께 걷는 길’이다. 이번에 부모님과 함께 보조를 맞춘 코리아둘레길 남파랑길은 이 비전을 그대로 발현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멋진 길이 펼쳐져 있었다.
참고로, 코리아둘레길은 4개의 길로 구성돼 있다. 동해안의 주요 해수욕장, 일출 명소, 관동팔경을 두루 거치는 해변길인 ‘해파랑길’, 한려수도와 다도해의 섬들을 지나며 남해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을 수 있는 ‘남파랑길’, 해지는 바다와 갯벌 속 삶을 조망해볼 수 있는 ‘서해랑길’, 그리고 ‘DMZ 평화의 길’까지. 우리나라의 매력을 다각도로 느낄 수 있는 둘레길들이다. 이중, 부모님과 함께 걸은 남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하여 해남군 땅끝탑까지 연결되는 둘레길로 90개의 코스, 길이는 무려 1470km에 이른다고 한다.
2020년 개통된 남파랑길은 ‘남해바래길’과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남해바래길은 남해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과 잘 닦여진 걷기 여행길로 2010년에 첫 길을 열었다. 총 거리 251km로 남해군의 찬란한 풍광을 맛볼 수 있다.
‘바래’는 남해 어머니들이 가족의 먹거리 마련을 위해 바닷물이 빠지는 물때에 맞춰 갯벌에 나가 파래, 조개, 미역, 고둥 등 해산물을 손수 채취하는 작업을 일컫는 토속어라고 한다. 이런 토속어를 활용해 둘레길 이름을 지은 게 인상적이었다.
남해군의 명소 다랭이마을 근처에 남파랑길 43코스가 위치하고 있었다. 걷기 전에는 ‘여기가 둘레길이 맞나?’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생각 이상으로 안내 체계가 잘 구축돼 있었다. 화살표 모양의 방향표식은 물론 길 곳곳에 남파랑길, 남해바래길이라는 리본이 묶여 바닷바람과 함께 나부끼고 있었다.
다랭이마을 전경을 보며 걷는 남파랑길은 장관 그 자체였다. 마침 걷기 여행자들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와 이벤트도 마련돼 있었다.
먼저 ‘두루누비’ 앱이다. 이 앱에서 코스 별로 따라걷기가 가능하며, 내가 코스에 맞게 잘 걷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길의 첫 코스와 마지막 코스에는 시점, 종점 QR코드가 있는데 QR을 찍어 스탬프를 획득하는 맛도 상당하다.
두루누비 앱은 꽤 정교하게 구동되고 있었다. 걸은 시간과 걸은 거리는 물론 평균 속도와 소모 칼로리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램블러’라는 앱이었다. 이 앱도 두루누비 앱과 비슷하게 걷기 기록을 수행할 수 있다.
한편, 둘레길 걷기 여행자들을 위한 쉼터도 마련돼 있다. ‘남파랑쉼터’인데, 유니버설 디자인 공사로 11월 말까지 이용이 통제되고 있었다. 다행히도 바로 옆에 있는 ‘남해바래길 탐방안내센터’에서 관련 업무를 함께 본다고 하니 이용할 분들은 참고하기 바란다.
남해바래길 탐방안내센터는 편안함과 따뜻함, 끓어오르는 도전정신까지 모두 느낄 수 있는 오묘한 공간이었다. 쉴 수 있는 공간과 차를 내려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남해바래길 완보자 명예의 전당에는 이 길을 완주한 수많은 여행자들의 인증샷이 게시돼 있었다.
완보를 하게 될 경우, 완보 인증서를 받게 된다. 완보 기간과 이름, 인증번호 및 재단법인 남해군관광문화재단 직인이 찍히게 된다. 자기 자신에 대한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이곳에는 귀여운 고양이들도 함께 지내고 있으니 시간이 되면 꼭 방문해보자.
두루누비 앱에 들어가면 코리아둘레길 미션 이벤트가 안내돼 있다. 앱에 맞게 인증 및 인증샷 찍기, 업로드 등 미션을 수행하면 푸짐한 상품을 증정하고 있으니 확인해볼 것!
둘레길마다 저마다의 이름이 지어져 있다. 소설 구운몽의 저자인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였던 곳을 보며 걷는 구간이 많아 명명된 ‘구운몽길’(남파랑길 41코스)도 있고, 주변의 크고 작은 섬들을 보면서 걷는 ‘섬노래길’도 있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곳곳에 설치된 표지판에서 길의 유래와 매력을 익히며, 앱과 방항표식이 안내해주는 대로 가볍게 거닐며, 가을 기운을 흠뻑 맞으며 코리아둘레길을 걸어보는 상상을 해보자. 몸이 막 들썩거리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