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조선왕릉. 마침 얼마 전, ‘가야고분군’이 우리나라 16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최종 등재됐다는 낭보가 들려오기도 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말 그대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유산, 우리나라 국민들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항구적으로 아끼고 보존해야 할 ‘훌륭한 가치를 인정받은’ 유산이다.
조선왕릉은 왕과 왕비의 무덤으로 당시 조선의 수도였던 한양 근처에 대부분 조성돼 있다. 그래서 조선왕릉의 접근성은 꽤 좋은 편이며 예전부터 지금까지 시민들의 안락한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나는 청명한 가을을 맞이하여 집 근처에 있는 ‘의릉’에 다녀와보기로 했다. 의릉은 조선 제20대 임금 경종과 두 번째 왕비 선의왕후 어씨의 능으로 지하철 1호선 신이문역, 6호선 돌곶이역, 한국종합예술학교 근방에 위치하고 있다.
경종은 재위 기간이 4년 남짓으로 짧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왕으로, 숙종과 ‘장희빈’의 아들이다. 사극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라 익히 잘 알고 있는 장희빈은 ‘희빈 장씨’를 일컫는 말로 여기서 ‘빈’은 후궁 품계 중 최고 품계(정1품)를 의미한다. 정1품은 ‘삼정승’이라고 불리는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이 이 품계에 해당된다.
의릉은 ‘동원상하릉’으로 조성돼 있다. 한 언덕에 왕과 왕후의 봉분을 위, 아래로 조성한 능을 말한다. 참고로 조선왕릉은 ‘단릉’(왕이나 왕후의 봉분을 단독으로 조성), ‘쌍릉’(한 언덕에 왕과 왕후의 봉분을 나란히 조성), ‘합장릉’(왕과 왕후를 하나의 봉분에 합장) 등 봉분 형식이 다양하다.
의릉의 아래 언덕에는 선의왕후의 능이, 위에는 경종의 능이 있다. 의릉을 포함한 조선왕릉은 가까이 관람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많은 관람객으로부터 능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함이다.
의릉에는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쉴 수 있는 벤치가 많이 조성돼 있다. 정신이 맑아지는 소나무숲, 의릉 주변 산책길, 천장산 숲길까지 의릉은 단지 왕과 왕비가 잠들어있는 곳 뿐만이 아닌 시민들이 잠시 쉬어가고 한숨 돌릴 수 있는 곳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의릉 주변 산책길은 경사가 없거나 완만해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 또한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 의릉에는 두 가지 특별한 관람 포인트가 있다.
먼저 구 중앙정보부 강당이다. 이 강당은 의릉 경내에 위치하고 있는데 1962년부터 1995년까지 옛 중앙정보부에서 사용했던 강당이다. 중앙정보부는 지금의 국가정보원으로 변모했다. 이곳에서 1972년 분단 이후 최초로 남과 북이 통일과 관련하여 합의한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됐다. 이 강당은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보존을 위해 내부 관람은 제한되고 있다.
‘의릉역사문화관’도 볼 만하다. 올해 6월에 개관한 이 문화관에서는 의릉뿐만 아니라 능의 형태, 능 주변에 설치되는 석물 등 모형을 직접 만져보며 익힐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여러 콘텐츠를 구성한 점이 눈에 띄었다. 주변 풍광을 보며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은 덤!
점점 완연해지고 있는 가을 날씨. 가을을 품은 의릉은 기분을 전환하고 건강을 챙기는 데 제격인 곳이다. 서울,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니 이번 주말, 한번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