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작년 이맘때쯤을 돌아보니, 아이와 함께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으로 미술여행을 떠난 것이 기억에 남는다. 5036장의 도자기 타일로 만든 미술관 외벽은 미술관 소장품 1호로 꼽히는데, 건물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인상 깊었다. 특히 말랑말랑한 흙으로 빚어본 도자기 체험을 한 아이는 스마트폰 없이도 미술관에서 재미있는 게 많다며 즐거워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즐겨본 미술주간 덕분에 우리 가족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내가 사는 지역과 동네 미술관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미술은 여유 있는 사람들이 누리는 문화라고 생각했는데,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우리 주변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올해 미술주간이 더욱 기대가 된다. 바로 전국 최대 규모의 미술축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9회째를 맞는 2023 미술주간은 9월 1일부터 11일까지 ‘미술에 빠진 대한민국’이란 주제로 펼쳐진다. 장장 11일 동안 전국 290여 개의 미술관을 비롯해 화랑, 아트페어, 비영리 전시기관이 참여해 연중 가장 풍성한 예술문화를 누릴 수 있다.
먼저 올해는 달라진 홍보영상부터 눈길을 끌었다. 단순한 프로그램 소개가 아닌 한국 미술을 이끌어갈 차세대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세계적인 아트페어 키아프(Kiaf)&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9월 6일부터 10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되는데, 해외 미술 관계자 1만 명 방한이 예상되고, 차세대 유망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고.
그래서일까. 이번 미술주간은 미술관뿐만 아니라 인파가 붐비는 공항부터 백화점, 도서관, 학교, 공원, 관광지 등에도 전시공간을 마련한 점이 특징이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에서는 백남준, 이이남, 조영각, 장지연 등 거장 및 중견작가의 작품이 7월 20일부터 설치됐으며, 8월 19일부터는 아트선재센터와 자하미술관에서 9개 전시를 통해 미술주간 차세대 작가 발굴 및 조명을 함께 하고 있다. 특히 자하미술관은 9월 6일~8일, 밤 9시까지 연장 운영하며, 무료 맥주 이벤트도 마련돼 있다고 한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무장애 미술프로그램이 마련된 점이다. 내가 사는 경남도립미술관에서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도슨트 전시해설이 마련돼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된다. 무장애 프로그램은 미술관 일반 도슨트 프로그램과 동시에 진행하며 일반 관람객과 장애인이 함께 하는 자리로 운영된다. 전남도립미술관, 환기미술관, 안양예술공원 등 전국 4개 미술관과 전시장에 준비돼 있다.
그런가하면, 매년 관람객들에게 인기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미술여행은 전국 7개 권역에서 22개 코스로 풍성하게 준비돼 있다. 전시기획 의도부터 작가의 삶, 작품 제작 과정에서 있었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많다.
미술여행은 전시해설사와 함께 지역의 미술관과 화랑을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도보로 둘러볼 수 있어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다.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만큼 관심 있다면 서둘러 예약하면 좋을 것 같다. 이뿐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함께 미술주간을 즐길 수 있도록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특화코스와 외국인을 위한 영어 통역 제공 코스도 신설됐다.
끝으로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알아두면 좋은 프로그램도 있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대전시립박물관 등 전국 5대 미술관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미술과 인공지능, 7구역 시간여행, 키네틱 아트기법을 활용한 아트클래스 등 이름만 들어도 흥미로운 전시 연계 프로그램과 워크숍도 준비돼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이렇듯 미술주간은 단순한 예술 행사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이번 미술주간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일상에서 미술로 영혼을 살찌우며 여유를 누려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