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D홀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부터 한복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2023 한복상점’(8월 10일~13일)이 열리고 있었는데, 한복을 입거나 사전등록하면 무료 입장할 수 있었다. 네이버 창을 열어 등록을 확인하고 입장 팔찌를 받았다.
홀에 들어서자 중앙 스크린에서 아름다운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현대적 장단에 맞춘 율동으로 과거로부터 현대를 거쳐 미래로 이어지는 우리 문화의 결, 변화하는 전통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우리 전통문화에 춤이 많이 등장하는데 춤을 추는 무용수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옷이다.
춤을 출 때 입는 의상은 최대한 몸이 편안하도록 기능성이 좋아야 하고, 작은 몸짓에도 춤의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상징성이 있어야 하며, 춤과 무용수를 더욱 아름답게 빛내줄 장식성을 담아야 한다. 승무와 한량무, 처용무와 춘앵무, 죽은 이들의 극락왕생을 바라며 추는 지전무까지 우리 전통춤 아홉 가지의 의상으로 구성된 ‘춤의 날개, 한복’이 스크린 양쪽으로 펼쳐져 있었다. 춤에 따라 때론 화려하고 때론 처연하고 때론 익살스러운 의상들을 모아 놓으니 환상적이었다.
넓은 홀이어서 편안하게 돌아볼 수 있었다. 전국의 한복 관련 업체 108곳이 참여해서 다양한 한복과 액세서리들을 만났다. 단아하고 전통적인 한복부터 요즘 MZ세대가 즐겨 입을 만한 상큼한 의상까지 부스 사이를 걸으며 먼저 눈이 호사를 했다.
부스마다 사람들이 넘쳐났다. 최대 80%까지 할인하는 제품도 있어서 발품을 파는 만큼 뜻밖의 소득도 얻을 수 있었다. 어린이들 한복과 반려동물을 위한 옷들도 보였다.
2023 한복디자인 프로젝트 공모전 수상작들도 전시 중이었다. ‘성별의 경계를 깨뜨린 한복’이라는 주제로 열린 공모전에서 선정된 정말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 작품들이 시선을 끌었다. 바로 옆에는 한복 유니폼들도 소개되고 있었다.
박람회 곳곳에서 전통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누에에서 실을 뽑는 장치도 보이고 무형문화재의 생생한 현장을 담은 K-ASMR(Korea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콘텐츠도 선보였다. 부채를 만드는 과정에서 찾은 자연을 담은 바람 소리와 직물에 금빛 문양을 올리는 금박장의 손끝에서 금빛 문양이 꽃 피는 소리, 지승장의 손에서 한지가 새롭게 태어나는 소리 등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 전통 복식의 명맥을 이어가는 대학들도 부스를 마련해 한복 교과 과정과 창작 활동을 소개했다. 한복 종사자들의 교육 공간인 ‘한옥마름방’도 운영하고 2022년부터 지역 한복 문화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생기고 있는 한복문화 창작소들도 나름대로 차별화한 부스를 꾸몄다.
체험관에서는 의궤 스탬프 채색엽서와 전통문양 노리개, 금박댕기 머리끈 만들기 등을 할 수 있었다. 예쁜 전통 문양을 그려가며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여서 꽤 인기가 높았다.
곳곳에 한복을 입고 인증샷을 남길 수 있도록 멋지게 연출해 놓은 포토존들이 있었다. 4컷 사진 촬영 이벤트에도 많은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한복상점은 올해 6회를 맞았다. 옛날처럼 한복을 일상적으로 입지는 않지만 요즘은 특히 젊은 세대들이 아주 간편하고도 단정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한복을 많이 입고 있다. 행사장에서도 눈길을 끄는 다양한 한복 차림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옷만이 아니라 가방과 액세서리 등도 우리 전통을 담아 착용했다.
청년들의 독특한 한복 착용을 보며 웃음이 나기도 했다. 자신의 감각대로 거칠 것 없이 스스로를 꾸민다는 건 참 멋져 보이는 일이었다. 평소에도 노방 두루마기를 가디건처럼 입는다는 처자도 있고, 한복 차림에 가방 대신 바랑을 짊어진 처자도 있었다.
전통은 우리 삶의 뿌리같은 것이지만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깊은 뿌리에서 늘 새로운 열매들이 열리곤 한다. 2023 한복상점에서도 그런 순간을 만나게 됐다. 가장 아름다운 전통 한복부터 기발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태어난 신선한 한복들을 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전통의 숨결을 느껴본 시간이었다. 고유한 아름다움과 가치는 지키되 거칠 것 없이 자유롭게 변화하며 더더욱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한복의 미래를 기대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