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우리 가족을 TV 앞에 모여들게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6070 이야기예술인들의 이야기 구연 서바이벌 도전기 ‘오늘도 주인공’이다. 우연히 아이와 함께 첫 방송을 시청한 후 애청자가 됐다. 6070 세대가 가진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이야기 구연을 대표적인 K-전통문화 콘텐츠로 육성하기 위해 제작한 점이 인상 깊었다.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이야기예술인) 사업은 소정의 교육을 마친 여성 어르신들이 유아교육기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유아들에게 우리 옛이야기와 선현들의 미담을 들려주는 사업으로, 첫해 30명을 시작으로 올해는 3000명의 이야기예술인들이 8600여 유아교육기관에서 활동하며, 유아 52만 명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유튜브 세대인 아이는 TV로 만화영화를 보는 것보다 할머니들이 들려주는 구연동화가 더 재미있다고 했다. 실감 나는 말투와 상황에 맞는 동작들이 이야기에 힘을 실어줘 한번 들으면 계속 궁금증이 생겨서다. 나도 매콤달콤한 6070 세대의 도전에 눈물이 핑 도는 순간도 많았다. 맞벌이하는 부모님 대신 할머니 손에 자란 터라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날 이야기를 다시 듣는 것 같아 향수에 젖기도 했다.
‘제 이름 그대로 불리고 싶습니다. 오늘부터 제가 주인공입니다’
오늘도 주인공은 전국 3200명의 지원자 중 서류와 영상 심사를 거쳐 1차로 뽑힌 50명의 주인공과 함께 첫 화의 포문을 열었다. 60초간 진행되는 참가자들의 이야기 구연을 들은 4명의 심사위원이 캐스팅을 하며 팀원을 섭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직 성우부터 78세 최고령 할머니까지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인 6070 세대의 삶과 문화를 재조명한 계기도 됐다. 인생 마지막 도전이라는 절실함과 오늘부터 주인공이라고 당차게 외치는 목소리는 TV 너머로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즉흥적인 연기로 구연동화를 보여주는 미션에서는 젊은이들 못지않은 순발력과 재치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창작동화 만들기 미션에서는 6070 도전자들이 직접 대본을 쓰며 연습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나도 누군가의 아내이자, 며느리, 엄마가 되어보니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망설여지고 두려운 때가 많다. TV 너머로 6070 이야기예술인들의 열정에 용기를 얻으며 시청하는 내내 함께 울고 웃었다.
지난 7월 18일 오후 7시, 3개월 동안 오늘의 주인공에 도전한 6070 이야기예술인 16명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최종 무대에 열정을 불태웠다. 마지막 회에서는 뮤지컬, 국악, 밴드, 넌버벌이란 4개의 예술을 결합한 새로운 이야기 구성이 흥미로웠다. 1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눈을 뗄 수 없는 공연이었다. 최종 우승은 국악팀 ‘박수 세번’이 차지했다. 서바이벌 무대였지만 우승자가 발표되자, 모두가 축제 분위기 마냥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방송이 끝났다고 안타까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6070 이야기예술인들의 무대는 여기서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8월부터는 초등학교에서도 이야기예술인을 만날 수 있다. 올해부터 이야기예술인의 활동 범위를 기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늘봄학교, 방과 후 교실까지 시범 확대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어린이들에게 옛이야기를 전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복돋우기 위해서다.
9월부터는 해외에서도 K-전통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동화 구연을 외국어 자막영상으로 제작해 세종학당 누리집을 비롯해 전 세계에 보급한다. 끝으로 10월부터는 최종 공연에서 선보인 4개의 이야기극을 소극장 무대에 맞게 각색해 전국 3개 지역에서 10회 공연을 진행한다고 하니 더욱 기대된다.
황혼의 나이에 과감한 도전장을 내민 6070 이야기예술인들의 서바이벌은 우리 가족을 다시 TV 앞에 모이게 했고, 동화 구연으로 감동과 웃음을 선사해 줬다. 오늘도 주인공을 발판으로 6070 이야기예술인들이 K-전통문화 콘텐츠 대표주자로 활약하길 열렬히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