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위아래로 오가며 연일 비가 쏟아지고 있다. 여름 내내 맑은 하늘 보기가 하늘에 별따기니, 이제는 우리나라도 ‘장마’대신 ‘우기’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계속되는 비에 수영장을 방불케 하는 습도, 이 꿉꿉함을 해소하기 위한 상가들의 에어컨도 쉴 틈 없이 돌아간다.
공부방을 하면서 알게 된 선생님이 있다. 나처럼 집에서 공부방을 하다가 지난달 큰맘 먹고 인근 상가에 교습소를 차려 나갔다.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월세와 관리비 등을 감수하고 교습소를 열게 되어 내심 걱정이 되던 차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단한 인테리어는 언감생심 엄두도 못 내고 책상과 에어컨만 전 세입자에게 인수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에어컨 연식이 오래 되어 그런지 바람도 시원찮고 전기료도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며 걱정이 많았다.
공부방을 운영하는 나야 아이들 오는 시간에 맞춰 에어컨을 틀어놓으면 되지만 외부에 떡하니 간판을 걸어둔 교습소는 사정이 다르다. 시간 약속을 정하고 상담을 오는 학부모도 있지만 오다가다 간판을 보고 교습소를 찾는 이들도 있다.
더구나 학원은 새 학기, 새 학년을 앞둔 시기가 학생을 모집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들 한다. 때문에 지인인 초보 교습소 선생님은 오전부터 늦은 저녁까지 에어컨에 선풍기까지 틀어 놓고 가장 쾌적한 상태로 학부모를 기다리고 있다. 교습소로 장소를 옮기면서 이런저런 경제적 부담이 증가한 데다 전기료까지, 물론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수는 있겠지만 당장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가 노후 에어컨을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으로 교체하는 소상공인에게 최대 160만 원을 지원한다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2015년 이전에 생산된 냉방기와 난방기를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으로 교체하면 제품 금액의 40%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선생님도 어차피 노후된 에어컨을 바꿔야 할 것 같은데, 기왕이면 지원금이 있을 때 교체한다면서 신청했다고 한다. 300억 원 예산이 소진되면 지원 사업이 종료되기 때문에 마음이 있다면 발빠르게 신청하는 게 좋겠다.
친구는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다고 해서, 손님이 없다고 해서 에어컨을 꺼둘 수가 없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에어컨을 꺼두면 손님이 들어왔다가도 그냥 나간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음식점이든 커피숍이든 들어갔을 때 쾌적하고 시원한 공기가 와 닿아야 그 가게에 들어서게 된다. 꿉꿉한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어려운 소상공인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에어컨 설치 지원사업이 반가운 이유다. ‘나도 이참에 한 번 바꿔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