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무엇을 의미하는 숫자인지 알고 있는가? 6.25전쟁 이후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유해조차 찾지 못한 12만1879명의 참전용사를 표현하는 상징적인 숫자다.
국가보훈부와 NH농협은행, GS리테일 등은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다 산화한 이들의 숭고한 희생과 넋을 기리고 현재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이 이들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태극기 배지 달기 캠페인을 개최했다.
얼마 전, 나도 이 행렬에 동참했다. GS리테일 앱에서 버튼이 열리자마자 바로 신청했다. 좀 더 찾아보니 이렇게 신청받은 5만 개가 넘는 배지는 금방 동이 났다고 한다.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자 하는 국민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2023년과 6월은 우리들에게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혈맹’이라 불리는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기도 하고, 6월 5일에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된 달이기도 하다. ‘처’에서 중앙행정기관인 ‘부’가 되었기 때문에 국가유공자, 유가족, 참전용사들에 대한 예우 강화는 물론 정부가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시발점이 되었다.
국가보훈부 홈페이지에 박민식 장관의 인사말을 보면 ‘대한민국의 보훈제도는 1961년 군사원호청으로 출발하여, 돕고 보살피는 ‘원호’의 개념에서 국가를 위한 희생을 받들고 예우하는 ‘보훈’으로 발전해왔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제부터 진정한 보훈의 의미가 제대로 발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강하게 품어본다.
나는 얼마 전 6월 25일,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된 ‘제73주년 6.25전쟁 기념식’을 생방송으로 시청했다. 여기서 나는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대우가 정말 달라졌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먼저, 국가유공자들의 자리 배치가 무대 가운데에 집중돼 있었다. 그리고 유공자들이 모두 잘 갖춰진 제복을 입고 있었다. 이따금씩 화면으로 비치는 백발 노장들의 얼굴에는 무한한 자부심과 결연함이 스며있는 듯했다.
국가보훈부는 2022년 6월부터 ‘제복의 영웅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국가보훈부는 5만1000여 명에 달하는 참전유공자 모두에게 제복을 무료로 지급하고 있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유공자에게 제복을 전달하기도 했다. 보훈부는 지급 방법에도 각별한 신경을 쏟았다. 택배나 등기로 보내주는 것이 아닌, 우정사업본부 집배원들이 직접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세세한 씀씀이에서 보훈이 살아나고 당사자들의 뭉클함이 더욱 배가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적어본다. 121879
이들을 찾고 모시기 위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불철주야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 특히, 2023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홍보대사로 우리나라가 낳은 세계적인 스타 BTS(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위촉되기도 했다.
BTS와 RM의 국내외적인 영향력을 고려할 때, 국가보훈부 승격의 해를 맞아 유해발굴감식단의 역할과 아직 돌아오지 못한 12만1879명 용사들의 희생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6월 28일, 121879 배지가 GS25에 도착하는 날이었다. 설레는 마음을 품고 지정한 편의점에서 단박에 소포를 수령했다.
내가 받은 배지의 상징 숫자는 067020이었다. 우리 국토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6만7020번째의 참전용사를 기리며 이 배지를 가슴 깊이, 그리고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오래도록 보관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