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와서 그런지 여름날 같지 않게 밖이 어두컴컴하다. 집에서도 책을 읽거나 무언가를 보는 일이 많은 나는 한낮이 아니고선 거의 불을 켜놓고 산다. 집안이 환해야 어쩐지 마음도 밝아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 온 후에 가장 먼저 한 일은 온 집안의 전등을 LED로 바꾼 것이다. 방 셋에 거실, 화장실까지 싹 교체하니 돈이 꽤 들었지만 그 비용만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어느 한가로운 주말,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가 지인을 만났다. 평일에는 회사 다니랴, 주말에는 양가 어르신들 챙기랴 세상 바쁜 몸이라 우리는 도서관 벤치에 앉아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서로의 소소한 근황부터 회사 얘기, 부모님 얘기 등등을 나누던 도중 최근 시댁과 친정이 환해졌다면서 LED 조명 교체 지원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인의 양가 어르신들은 차상위계층이다. 자식들에게 손벌리기 싫다, 짐 되기 싫다는 이유로 무척이나 알뜰살뜰하다고 한다. 차상위계층이라 전기료 감면 혜택을 받는데도 집을 어둡게 하고 사셨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을 켜면 그 즉시 전등은 모두 끄고, 어디 하나 불 켜진 곳이 있으면 어느새 끄기 일쑤니 아이들도 할머니, 할아버지네 가면 너무 어둡다며 가기 싫다는 말까지 했다고.
하루는 지인이 나라에서 LED 조명으로 바꿔주고 그렇게 하면 오히려 전기료도 적게 나오고 환경도 좋아진다고 하니 흔쾌히 전등 교체를 허락하셨다는 것이다.
LED 조명 교체 지원사업은 저소득층 및 복지시설을 위한 에너지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백열전구나 형광등, 다운라이트 등 저효율 조명기기를 LED 고효율 조명기기로 무상 교체해 전기요금은 물론 전력 수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정책으로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LED 조명은 형광등에 비해 소비전력이 절반이고, 수명은 5배 이상 길어 서울시의 경우 매년 4억3000만 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다. 다만, 신청일 현재 준공연도가 5년이 경과하지 않은 시설이나 이전 계획이 있는 시설 등에 대해서는 지원에서 제외될 수도 있으니 신청 자격을 잘 따져보는 것이 좋다.
외부 활동이 많지 않은 어르신들에게 집은 생활의 대부분을 해결하는 곳이다. 의식주의 해결은 물론이요, 몸이 아프거나 누군가를 만날 때도 카페보단 집이 우선이다. 쉴 새 없이 비를 뿌리는 장마철이 지나면 본격적인 폭염이 찾아올 것이다. 이럴 때 뉴스에서는 노약자들에게 외부 활동을 자제하라고 당부한다. 이래저래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집이 환해지는 것은 어쩌면 전기료 절감 그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일단 부모님 댁을 환히 밝혀드린 지인의 얼굴에 드리운 미소가 그렇다. 그리고 이제 어두워서 할머니 댁에 가기 싫다는 말은 쏙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일흔이 넘은 어르신들이 이제는 전기료 걱정 붙들어 매고, 형광등 교체 걱정도 접어 두고 환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