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학 시절, 나이를 물어보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했던 적이 있다. 한국에선 태어날 때부터 바로 한 살을 먹는다는 점을 말하곤 했는데, 외국인들은 한국 스타일 나이 계산법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요즘 지인들과 동료들의 화두는 만 나이 계산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세는 나이’와 ‘연 나이’ 그리고 ‘만 나이’ 3개의 나이 계산법이 존재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출생 시 0살로 시작해 생일이 될 때마다 1살을 더하는 만 나이가 통용되고 있다. 이처럼 제각각이었던 나이 계산법이 6월 28일부터는 만 나이로 통일된다.
만 나이 통일법은 6월 28일부터 시행되는 행정기본법 및 민법 개정안을 말하는 것으로, 다양한 나이 기준 혼용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민사상 나이 기준을 만 나이가 원칙임을 누구나 알기 쉽게 풀어서 규정한 법이다.
예를 들어, 6월을 기준으로 1992년 5월생은 이번 연도(2023)에서 태어난 연도(1992)를 뺀 다음, 생일이 지났으므로 그대로 만 31세가 되고, 1992년 9월생은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므로 1을 빼 만 30세가 되는 것이다. 아직 만 나이 계산법이 헷갈린다면 법제처(https://www.moleg.go.kr/menu.es?mid=a10111060000) 누리집을 활용하면 된다.
이로써 앞으로는 행정·사법 기준이 되는 나이는 만 나이로 계산해 연수로 표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법령과 계약서뿐만 아니라 복약지도서, 회사 내규 등에 규정된 나이가 별다른 언급이 없다면 만 나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아이 학교에서도 교육부의 공문을 통해 만 나이 통일법을 알리면서 혼란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특히 만 나이 사용으로 같은 학급 내 학생들끼리 나이가 달라지면 호칭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이 도움이 됐다.
만 나이를 사용하면 같은 반 내에서도 생일에 따라 학생들끼리 나이가 달라질 수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친구끼리 호칭을 다르게 쓸 필요는 없으며, 만 나이 사용이 익숙해지면 한두 살 차이를 엄격하게 따지는 서열 문화도 점점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적혀있었다.
만 나이 통일로 주변에서는 초등학교 입학 시기와 연금 수급 시기를 가장 궁금해했다. 먼저 취업이나 학업, 단체생활 등을 고려할 때 국민 편의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만 나이를 적용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초등학교 입학 시기와 병역 의무 연도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초등학교는 만 나이로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인 3월 1일부터 입학한다. 올해 기준으로 생일과 관계없이 2016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며, 내년 3월에는 2017년생이 입학할 수 있다. 주류나 담배 구입 기준과 병역법 적용도 ‘만 나이’가 아닌 ‘연 나이’로 계산한다. 올해를 기준으로 생일과 상관없이 2004년 이후 출생자들은 주류나 담배를 구입할 수 있다. 병역 의무도 마찬가지로 생일과 관계없이 올해는 2004년생, 내년에는 2005년생이 병역판정검사를 받는다.
이밖에도 국민연금 수령 기간, 기초연금 수급 시기, 공무원 정년도 변화가 없다. 이미 현행 법령에서 만 나이를 기준으로 규정된 사항으로 만 나이 통일로 현재와 달라지는 것은 없다. 경로우대에 관한 부분도 노인복지법에 따라 만 65세 이상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교통비 혹은 공공시설의 이용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다.
만 나이 법 시행으로 ‘한국식 나이’는 이제 사라지게 됐다. 앞으로 만 나이 문화가 정착되면 나이로 엄격하게 따지는 서열 문화가 조금은 수그러들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많이 헷갈리고 궁금해 하던 기존 법률들은 이미 만 나이를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만 나이가 표준이 됐다는 인식이 국민 모두에게 명확해진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