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코로나19의 긴 터널도 끝이 보인다. 내달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단계 수준이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확진자들의 격리 의무도 해제(5일 격리 권고)되고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지게 된다.
아직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순 없지만 일상의 대부분이 예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되고 있다. 나에게 당장의 큰 변화는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아이의 학교에서 전교생과 학부모들까지 참석하는 대운동회가 열린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 후, 1학년 때 운동회를 한 후 코로나19가 터지는 바람에 아이는 반 아이들의 얼굴을 마주하기도 쉽지 않았다. 학교 수업은 대부분 비대면으로 전환됐고 운동회는 4학년이던 작년에만 학년별 운동회로 개최되었다. 그런데 드디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생들이 함께 하는 운동회가 열리는 것이다.
운동회 소식을 듣자마자 아이들은 반 티셔츠를 맞추고, 계주 주자를 뽑고, 학교에 남아 단체 경기 연습을 하는 등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어디 아이들만 이럴까? 운동회에 신난 건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빠들은 운동회 날에 맞춰 미리 휴가를 내고 조부모님들까지 관심을 보이니 엄마들은 운동회 며칠 전부터 몇 시에 가서 자리를 맡아야 하느냐, 뭘 챙겨가야 하느냐며 아이들보다 운동회를 더 기다렸다.
5월의 어느 날, 따스한 햇살 아래 드디어 운동회가 시작되었다. 1학년 단체 경기가 벌어지자 해당 학년 학부모들은 우르르 몰려나와 사진을 찍었고, 청팀과 백팀으로 나뉘어진 선배들의 응원전도 뜨거웠다. 개인 달리기도 재밌었지만 역시 운동회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계주! 청팀 백팀이 엎치락뒤치락 하자 어른들도 가슴을 졸이며 선수들을 응원했고 끝나고 나선 눈물을 짓는 어른들도 있었다. 내가 봐도 이건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고 영화다.
아침부터 시작된 운동회는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봄 햇살에 아이들은 벌겋게 익고 엄마들도 기미, 주근깨 걱정이 배로 늘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이고 전 학생들이 한마음이 되어 즐길 수 있었던 신나는 축제였다.
이제 며칠 후면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었던 코로나19는 그저 감기처럼 풍토병화를 맞게 된다. 확진자에 대한 격리 의무가 사라지고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남아있던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에서도 6월부터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입원 환자들이 밀집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요양원 등 입소형 감염 취약시설은 당분간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코로나19 진단검사도 축소된다.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 설치됐던 임시선별검사소는 운영을 종료하고 보건소 선별진료소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검사가 이뤄진다. 해외에서 입국 후 3일차 유전자증폭검사(PCR) 권고도 아예 해제된다고 하니, 5월 말 해외여행을 떠나 6월 초에 입국하는 우리 가족도 번거로움을 덜게 됐다.
늘 마스크를 쓰고 만나다가 몇 년 만에 온전히 얼굴을 드러내니, 서로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는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3학년부터 시작했어야 할 생존수영 수업을 올해 처음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몇 년 간 멈춰있던 시계를 다시 돌려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새삼 아주 작은 것들이 행복해진다.